VIP만 대상으로 손해 안나
외자사 “손익 차 정밀 계산”
이미지제고 등 부수적 효과

제약사들의 비급여 약물 출시가 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급여 약물이란 한차례 이상 보험등재에 실패한 약들과 애초부터 비급여로 출시하는 약물로 국내에서 약 10여종에 해당한다.

최근 한국릴리가 당뇨병 치료제인 바이에타를 비급여로 판매하기 시작한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도 항암 호르몬제인 파슬로덱스를 비급여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얀센도 최근 정신병약인 인베가와 항암제 욘데리스를, 노바티스는 황반변성치료제인 루센티스와 골다공증약인 아클라스타를 판매하고 있다. 로슈과 머크주식회사는 각각 아바스틴과 얼비툭스가 대표적인 비급여 약물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적게는 한 개에서 많게는 서너 개까지 비급여 품목을 보유·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포지티브리스트'라는 새로운 제도 때문이다.

비급여로 판매하면 영업과 마케팅에서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비급여 판매는 보다 많은 디테일(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업활동은 2배 이상 힘들고, 수요처도 보장되지 않아 마케팅 전략 역시 예측이 어렵다”면서 마케팅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비급여 약물을 맡은 PM은 유배당하는 경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비급여 약물의 판매를 강행하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약의 주요 타깃은 소위 ‘돈이 되는’ 환자로 시장 잠재력은 생각보다 쏠쏠하다는 평가다. 즉 박리다매(薄利多賣)의 반대 개념인 VIP 마케팅으로 소수의 부자 환자에 승부를 걸어 볼 수 있다는게 제약사들의 계산이다.

이들에 대한 마케팅은 일단 임상적 사례가 발생하면 약값에 구애받지 않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의사 권유가 결정적인 만큼 약값의 상당수가 처방 사례비로 지급된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환자에게 제 가격을 모두 받을 수 있어 제약사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실제로 머크 세로노의 항암제 얼비툭스는 2007년 22억원이라는 기대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로슈의 항암제 아바스틴도 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약사들이 비급여라도 판매를 강행하는 이유다.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전략은 치밀해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급여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안될 경우를 대비해 나름의 비용경제성 평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전적인 효과 외에 얻어지는 회사 이미지 제고도 비급여 약물 판매 강행의 한 이유다. 급여든 비급여든 꾸준히 약을 공급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환자와 의료계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데다 나중에 ‘이익보다는 생명존중을 위한 기업’이라는 생색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원모집때에도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신제품이 있는 경우 영업과 마케팅에 지원하는 구직자가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많다는게 제약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