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외상, 뇌졸중, 심장정지 소생후 뇌증 등 중증 뇌손상 환자 치료의 최종 목표는 지능이나 감정장애없이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일본대학대학원 종합과학연구과 하야시 나리유키 교수팀은 뇌세포를 회복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뇌저온요법을 개발, 치료 성적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심장정지나 두부외상 환자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에 뇌저온요법이 도입돼 있다. 또한 최근 뇌졸중으로 쓰러진 일본축구대표팀 이비체·오심 감독이 뇌저온요법을 통해 후유증없이 회복되면서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중증 뇌손상환자에 대한 뇌저온요법의 연구와 향후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뇌보호 보다는 회복에 초점

지금까지 중증 뇌손상환자의 초기 치료에 대해 하야시 교수는 “일단 망가진 뇌조직은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차적으로 병태를 악화시키는 뇌미세순환, 뇌부종, 두개내압 항진 등을 대응하는데 중점을 두고 뇌조직 병태 관점에서 뇌보호 치료를 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수는 또 “뇌기능의 회복 여부는 신경세포의 산소와 글루코스 대사에 의존하는 신경세포에 달려있다.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치료 목표에 대해 바이탈싸인의 안정과 산소흡입이 기본이라는 점을 크게 간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뇌는 강력한 상해를 입게 되면 5분 내에 사망할 뿐만 아니라, 시상하부-하수체-부신계(HPAaxis)의 생체방어계가 반응하여 혈중에 수십배의 카테콜아민이 방출된다.

그 결과, 몇분 이내에 혈압이 상승하고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혈당치가 높아진다.

또한 카테콜아민이 과잉 방출되면 골격근 대사를 억제하여 글루카곤의 활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혈당치가 180∼230mg/dL를 넘으면 인슐린을 투여해도 효과를 얻기 어렵다.

교수는 “이 침습성 고혈당은 pH(수소이온지수)가 7.2 이하인 혈중 아시도시스와 함께 발생할 경우 적혈구의 대사 변화를 통해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뇌로 이동한 산소를 헤모글로빈으로부터 분리시키는 2,3-디포스포글리세린산염(2,3 DPG)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동정맥산소분압(PaO2)이나 산소운반량을 높여도 정작 필요로 하는 손상된 신경세포까지 도달하기 어려워지는 masking neuronal hypoxia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한편 바이탈싸인의 변화도 카테콜아민의 과잉 방출에 따른 관상동맥 연축성 심근허혈과 심근 자체에 의한 수축으로 인해 심장 확장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에 혈압 저하를 위해 투여하는 승압제 자체가 병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지금까지 뇌보호 치료 개념으로 실시돼 온 보액, 스테로이드 투여, 마니톨 조기 투여는 HPAaxis 과잉반응 발생 환자, 즉 혈당치가 높아진 환자에서 병태를 악화시키는 위험한 관리법이었다.”(교수)

뇌보호 치료 외에 뇌를 보호할 목적으로 저체온 관리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대사는 글루코스에서 지질 대사로 바뀌기 때문에 혈당 소비량이 낮아지고 혈당치가 침습성 고혈당과 상호작용하여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뇌속 유산의 증가, 2,3 DPG 감소라는 헤모글로빈 기능장애로 인해 손상된 신경세포로 산소 공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뇌장애는 더욱 악화된다.”(교수)

이러한 지견을 근거로 교수는 “뇌회복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바이탈싸인의 안정, 신경세포로의 정확한 산소공급과 대사기질(혈당)의 관리, HPAaxis의 과잉 반응을 억제하는 마취와 뇌체온 관리를 신속하게 하는 것이며, 이 후 뇌미세순환, 뇌부종, 두개내압 항진에 대한 뇌보호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차기능 장애 방지

또한 하야시 교수는 “뇌저온요법에서 기대할만한 효과는 지능이나 감정 중추의 신경세포가 글루타메이트의 방출로 인해 발생하는 아포토시스나 도파민 방출시 생산된 OH-(수산화물이온) 라디칼에 의해 고차 기능장애가 선택적으로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생체 침습성 병태에는 마취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HPAaxis 반응에 동반하는 뇌손상 기구를 가볍게 만드는 작용 기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최근 hypoxia inducible factor(HIF)의 유전자 발현이 뇌저온요법의 작용 기전으로 주목되고 있다.

고도의 지식·기술과 팀웍 필요

교수는 “많은 거대 동물이 멸종된 빙하기를 동면 동물이나 인류가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특수 유전자 능력을 가진 덕분이다.

저산소나 저체온 환경을 반복 경험하면 적혈구의 유전자 전사가 변경되어 HIF를 유도하고 혈관의 래디칼 처리능력, 혈관 투과성, 혈관 신생, 나아가 신경세포의 유전자를 수복하는 유전자 능력이 갖춰진다고 한다. 이 유전자 대응 능력과 활성화되는 치료법을 조합하면 뇌저온요법은 좀더 새로운 전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뇌저온요법의 관리 단계별 핵심 포인트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들 수 있다.

<제1 단계>
뇌 온도를 되도록 신속하게 34℃까지 낮추고 그 사이에 마취·진통제로 생체 방어의 과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침습성 고혈당과 혈액의 2,3 DPG 이상에 따른 헤모글로빈 기능장애를 개선시킨다. 냉동시킨 초산 링거액을 점적하면서 냉각 매트로 전신을 감싸 뇌 온도를 낮춘다.
 
<제2 단계>
뇌의 온도가 34℃로 낮아지면 혈당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동시에 혈액의 pH, 인이나 마그네슘, 심장이나 호흡기의 기능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뇌 온도를 33℃ 전후까지 낮춘다. 이 단계에서는 뇌 온도와 함께 혈중 알부민치(3.0g/dL 이상)를 자세히 체크해야 한다.
 
<제3 단계>
뇌의 온도를 32∼34℃ 사이로 계속 조절하면서 면역력 저하에 따른 합병증 방지와 망가진 신경세포·혈관내피 세포를 회복시키는 HIF의 유전자 반응을 유도하는 특수 뇌온도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뇌파나 CT영상에서 회복 소견이 나타났다면 리바운드가 일어나지 않도록 뇌의 복온(復溫)과정으로 이동한다.
 
<제4 단계>
복온 중에도 마취나 진통제 관리가 필요하다. 동시에 몸에 익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0.1℃씩 천천히 며칠간에 걸쳐 뇌의 복온을 유도한다.

하야시 교수는 “얼마전 혈압이 불과 5mmHg, 혈당치 20mg/dL의 차이에도 생사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 뛰어난 팀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정지 소생 후 뇌증에 대한 효과에 기대

한편 뇌저온요법의 적응증에 대해 하야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심장이 정지됐다가 심박이 재개됐을 때 발생하는 뇌증상에 대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유럽에서 발표됐다. 이러한 뇌증상에 대한 뇌저온요법은 체외순환, 관상동맥 폐색 부위에 대한 혈관내 수술과 함께 기존 심장마사지에 반응하지 않는 심장정지 환자는 살릴 수 없다던 개념도 뒤집어 놓았다. 심장이 정지됐어도 심전도에서 희미하게 심실세동(VF), 심실빈박(VT) 파형이 출현하는 우리의 뇌저온요법에 주목이 모아졌다. 심정지환자의 심박 재개 후 나타나는 뇌증상은 뇌저온요법에서 가장 기대할만한 증상이다.”

또한 뇌졸중에 대해서도 뇌허혈, 부혈행로가 신생되는 뇌경색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주막하 출혈에 대해서는 “뇌저온요법이 신속하게 실시된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늦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08년 6월 5일호)에 소아의 중증 두부외상에 대한 뇌저온요법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없고, 오히려 혈압 저하 등으로 치료 성적이 나빠졌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교수는 “뇌저온관리가 치밀했다는 정보나 가능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논문만으로 뇌저온요법의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결과는 기존 뇌손상 기구의 개념으로 안이하게 뇌저온요법을 하면 저체온 침습으로 환아의 병태가 악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