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본연 역할보다 인적네트워크 중시” 지적도

다국적 제약사에 진출하는 젊은 의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40~50대 중 후반 의사가 진출하던 것과는 달리 30대 초반 의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제약사 근무 의사에게도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제약사보다는 다국적 제약사에서 두드러진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근무하는 의사는 총 10명. 그 중 60%가 30대다. 김혜진, 문준식, 손우현 부장을 비롯해 지난 3월 합류한 최현호 부장도 30대 중반의 내과 전문의다.

한국화이자도 마찬가지다. 의학부 이원식 전무를 제외하면 모두 30대다. 김수정 부장을 비롯해 박요섭, 김지윤, 이상윤 부장 등 30대 초~후반이 포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최현아, 유소영, 김미영 이사가 30대 초중반이다. 반준우 이사도 불혹을 넘긴지 2년밖에 안돼 30대로 보는데 큰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젊은 의사 영입 바람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40대를 선호해 왔던 한국BMS는 최근 30대 의사 2명을 영입했다. 주인공은 이경미, 김대영 부장. 이로써 사내에 근무하는 의사 수는 7명으로 늘어났다.

노바티스도 파견 의사를 포함해 총 9명 중 6명이 30대다. 하경수, 이지수, 김은경 부장 등이 대표적이며 사노피-아벤티스도 절반이 30대다.

이처럼 젊은 의사들의 제약사들로 몰리는 이유는 우선 제약사가 의사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힘들게 공부해서 제약사 지원한다는게 한국사회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젊은 의사들의 생각은 이미 크게 바뀌고 있다. 제약사에 진출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 변화에 따른 다양한 변화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공부했다고 해서 반드시 병원을 개업하거나 진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진부하다는 것. 게다가 관련 분야에서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젊은 의사일수록 제약사에서 글로벌 임상참여, 메디컬 어드바이저 등의 폭넓은 경험에 대한 욕구와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약사 역시 젊은 의사를 선호하고 있다. 임상경험이 많다고 해서 제약사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매우 의욕적이고 업무 적응능력도 빠르다는 것도 이유다.

개업의사도 망하는 시대가 된데다 적지 않은 보수와 다양한 복지환경을 제공하는 제약사의 조건도 젊은 의사가 제약사 행으로 결심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다. 현재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는 젊은 의사에게 최소 1억 이상의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제약사에 진출한 젊은 의사의 역할이 주로 의사 사회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궁극적으로 매출 향상이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의사를 영입하는 목적이 임상시험이나 전문약 어드바이스 역할이라면 의사자격증은 없어도 그에 버금가는 일반 생물학이나 약물 관련 전공 박사 학위자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약사에서 의사자격증이 없는 학술 및 임상이사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비의사 출신 임상이사를 둔 제약사도 최근에는 선발자를 의사에 국한시키고 있다.

제약사 행을 결정한 젊은 의사의 출신학교가 상위 몇몇 대학에 국한돼 있다는 점 역시 의심 가는 부분이다.

어쨌든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30대 초중반 의사에게 제약사의 콜(call)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의대생 역시 전공과 선택시 적성과 미래 등 여러가지 기준에 제약사 진출 항목을 추가시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