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이델베르크】DNA에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을 입은 세포는 통상 프로그램된 세포사(아포토시스)를 유도한다. 그러나 종양세포에서는 이러한 기전이 고장이 나 증식하고 전이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암연구센터(DKFZ) 토마스 호프먼(Thomas Hofmann) 박사팀은 이러한 기전이 고장나는 잠재적 원인을 발견, Nature Cell Biology(2008; 10: 812-824)에 발표했다.

아포토시스 유도하는 HIPK2

종양세포는 DNA가 손상됐을 때 아포토시스를 유도하는 단백질을 분해시킨다.

이러한 단백질 분해를 억제하면 아포토시스가 재기능하여 방사선요법이나 암화학요법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세포는 DNA가 심하게 손상돼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종양세포로 바뀔 위험이 있을 때에만 자살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일부 손상의 경우 세포의 특수한 메커니즘에 의해 수복되기 때문에 아포토시스는 발생하지 않는다.

DNA가 큰 손상을 입었을 때 아포토시스를 유도하는 단백질 가운데에는 HIPK2가 있다.

호프먼 박사팀은 HIPK2는 건강한 세포에서 계속적으로 생산 되지만 곧바로 분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Siah-1이라는 효소가 HIPK2에 부착되면 아포토시스가 ‘잘못’ 유도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전이 만들어진다.

가벼운 손상을 입은 세포는 어쨌든 경계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러한 세포는 단기간 Siah-1를 이용하여 HIPK2가 분해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손상에서 회복되면 세포는 즉시 HIPK2에 ‘불필요한 물질’로 표지하여 분해시켜 버린다.

Siah-1 효소에 의해 HIPK2의 분해가 항구적으로 억제되는 경우는 DNA 이중쇄의 단열 등에 의해 심하게 손상받은 세포에서 뿐이다.

그 결과, HIPK2가 축적되고 아포토시스가 유도되어 세포가 자살하게 되는 것이다.

박사팀은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에 방사선요법이나 암화학요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양 치료법은 종양세포에 심각한 손상을 가해 최종적으로 아포토시스를 일으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사는 “종양세포가 자살 명령을 ‘거부’함으로써 내성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Siah-1 효소를 억제하는 실험에서 HIPK2는 경미한 손상만 입은 세포에도 축적돼 아포토시스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사는 “항암제에도 이번 발견을 응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Siah-1 억제제를 암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을 병용하면 종양세포를 아포토시스 프로그램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