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환경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1995년부터 대형의료기관들의 질 평가를 해오고 있다.

의료평가 진료지침 마련후 시도
외국지침 사용시 부작용 우려


최근에는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같은 사회, 경제적 부담이 높은 질환들에 대한 질 평가를 시작했고, 미국이나 몇몇 유럽나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산백병원 임상연구센터 신경과 홍근식 교수는 “질 평가를 위해서는 질 지표를 개발해야 하는데 뇌졸중의 경우 심방세동이 있는 뇌경색 환자의 2차 예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표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지표 개발 5단계

미국의 경우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에서는 5단계의 과정을 거쳐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Obtain Background Information on QI Use로 의료서비스 제공자, 정책결정자, 소비자들에게 어떤 질 지표가 필요한지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인 Search the Literature to Identific Potential QIs 단계로 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 항목들을 검색하는 과정이다. 과거의 문헌에서 사용됐던 지표들 중 정의가 명확하고, 타당성이 공인되어 있으며 이론적 근거가 있는 지표들을 선정한다.

세 번째는 Review the Literature to Evaluate the QIs According to Predetermined Criteria 단계로 선정된 지표들이 기준에 부합되는지 평가한다.

네 번째 단계는 Perform a Comprehensive Evaluation of Risk Adjustment로 수집된 자료들이 위험도를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점검한다.

마지막인 Evaluate the Indicators Using Empirical Analyses단계에서는 선정된 지표가 실제 사용가능한지 파일럿 연구를 진행한다.

평가는 구조·과정·결과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는 구조, 과정, 결과 등 세 영역이 제시되고 있다. 구조적 영역은 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인력 등에 관한 것이며, 인증된 전문가들의 존재유무도 포함된다. 과정지표는 의료행위과정에 대한 영역으로 질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결과지표는 치료결과 및 환자 예후와 관련된 영역이다.

뇌졸중의 경우 구조적 영역은 stroke unit, 뇌졸중 전문의사, 간호사, CT 또는 MRI가 24시간 이용가능한지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구조지표의 향상이 결과지표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으며,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영역은 치료과정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근거가 있는 진단과 치료 프로토콜을 가지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모든 질병이 임상 증상, 진단, 치료 과정이 환자마다 다양할 수 있어 일률적방법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질을 평가할 때는 어떤 항목을 평가할지, 언제 평가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뇌졸중은 다른 질병과 달리 결과가 신경학적 및 기능적 장애, 합병증 발생 등으로 다양하며, 각 측면을 평가하는데 판정법들이 많다. 평가시기와 관련해서도 언제 결과 지표를 평가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평가 항목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10개 과정 지표, 영국-stroke unit 강조

선진국의 경우 국가 지원하에 뇌졸중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진료지침을 만들고, 실제 진료에 적용을 권장해 뇌졸중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질 지표도 진료지침에서 적용 가능한 항목을 선정해 뇌졸중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의료환경이 차이가 있어 진료지침 및 평가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지침 및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도 먼저 뇌졸중 진료지침을 만들고 난 후 질 평가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질 지표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은 JCAHO(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ealthcare Organizations)에서 Primary Stroke Center자격이 있는지 인증하고 인증된 경우 질 지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곳에서 평가하는 질 지표는 진단, 위험인자조절, 급성기 치료, 이차예방 등의 영역 중 10개 과정지표로 구성되는데 Brain Attack Coalition과 미국 뇌졸중학회에 의해 발행된 뇌졸중 보고서의 1차 뇌졸중센터를 위한 권고사항에 근거하고 있다[표].

[표]Standardized stroke measure set(JCAHO)
  

영국은 1998년부터 뇌졸중 의료서비스에 대한 전국적인 심사를 하고 있는데, 구조와 과정지표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구조지표 평가에는 stroke unit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영국 각 지역의 stroke unit개설 현황과 각 의료기관에서 평가하고 있다. 과정지표 선정은 National Clinical Guidelines for Stroke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내-stroke unit 없어

우리나라도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허혈성 심장질환 관련 급여적정성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뇌졸중에 대해서도 평가하려고 했다가 미루어진 상태며, 조만간 질 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국의 질 지표를 그대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 다른 나라는 stroke unit에서의 치료를 적극 권장하고 이를 중요한 질 지표로 평가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stroke unit이 설립된 병원이 거의 없고, 국가적 지원도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뇌졸중 질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에 순위에 따라 진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내 실정에 맞는 뇌졸중 진료지침을 개발하고, 보급해 각 의료기관에서 한국 뇌졸중 진료지침에 근거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그 후 국내 실정에 맞는 질 지표를 이용한 평가를 통해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질환 질병부담 63%
고혈압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중 順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비만, 암, 만성호흡기질환 등 만성질환이 연간 전세계사망자수(5천7백만명)의 59%, 질병부담의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인의 사망 중 70%, 의료비의 75%가 만성질병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암, 순환기질환, 당뇨병, 만성하기도질환, 간질환 등 5대 만성질환에 의한 사망이 20년보다 15.1% 증가한 63.1%로 만성질환의 질병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그림1].

[그림1]주요원인별 사망자추이
 

7대 위험요인 50%

만성질환의 주요위험요인은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등 7가지[표1]며 선진국의 경우 남자는 사망의 92.0%, 질병부담의 64.8%, 여자는 사망의 76.4%, 질병부담의 41.8%가 만성질환 7대 위험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표2].

[표1]주요 위험요인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의 비중  (단위 : %)
  

[표2]주요 위험요인이 질병부담에 미치는 영향의 비중    (단위 : %)
 

이중 고혈압은 뇌졸중, 심장질환, 신부전 등의 위험요인이며,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식사(특히 식염 섭취), 운동정도, 비만, 과도한 음주 등으로 알려져 있다.
WHO 추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6억 명의 고혈압 환자가 있으며, 매년 710만 명이 고혈압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29.8%(남자 34.4%, 여자 26.5%)가 고혈압 환자며, 유병률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뚜렷한 증가양상을 보인다. 또 교육 및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고혈압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전남과 경북지역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고콜레스테롤혈증 年 440만명 사망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요원인으로 뇌졸중, 심장질환, 기타 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WHO 추계에 따르면 매년 440만명이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9.3%(남자 8.8%, 여자 9.7%)가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며, 유병률은 60대 초반까지는 연령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또 남자는 전문대이상 졸업자에서 유병률이 높고, 여자는 중졸이하에서 높았다.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남자는 월평균가구소득 50만원 이하와 301만원 이상, 여자는 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낮았다.

20년 새 비만 2배 증가

비만은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위험요인이며, 유방암, 전립선암, 신장암 등의 발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 추계에 따르면 성인비만이 1995년 2억명에서 2000년 3억명으로 증가했다.

OECD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성인 인구의 30%, 호주, 멕시코, 영국은 20% 이상이 비만이며, 지난 20년 사이 비만 인구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3.2%가 비만(BMI>30)이었으며, 과체중(BMI>25)을 포함할 경우 30.6%다.

사회경제적 수준과 비만의 유병률과의 관계를 보면 읍면지역 거주자와 월소득이 낮은 계층의 비만 유병률이 높았다. 남자는 교육수준 및 월소득이 높을수록, 여자는 중졸이하며 소득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았다.

만성질환정책 사망률 50% 줄인다
조기발견과 치료, 심·뇌혈관 질환 중점관리

위험요인과 질병과의 관계는 1980년대부터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는 질병예방을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 이종구 정책관은‘만성질환관리사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만성질환관리사업의 향후 발전방향에 중점을 두고 설명했다. 만성질환정책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틀 하에서 수행되고 있다.

최초 건강증진계획은 개인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2005년부터는 국가보건의료체계를 건강증진과 예방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모든 사업을 새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건강위험질병요인의 조기발견과 치료, 심·뇌혈관 질환의 중점관리로 요약된다.

관련기관 연계로 활성화

이 정책관은 “만성질환관리사업은 국민의 사망구조와 질병부담의 정도로 보았을 때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계, 의료계, 보건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포럼을 형성해 의견을 모아 관리목표를 정하고 정부는 로드맵을 작성해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아래 3가지가 전제돼야 한다며 자세히 설명했다.

첫째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위험인자 관리는 국민건강증진법 영역으로 국민 홍보, 생활습관개선 등 1차 예방사업과 연계해 추진하며 이를 위한 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구, 지역사회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즉 새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10)의 국가기본계획 틀 속에 관리되도록 지방 및 중앙정부가 업무계획과 성과측정의 지표화로 평가하는 과정과 주민 참여과정이 보장돼야 실효성 있는 계획이 될 수 있다.

이 정책관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장기계획과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수정하고, 올해부터 시작된 제 4기 지방자치단체 출범에 따라 지역의료계획에도 이를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 중요

둘째 만성질환관리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및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만성질환을 위한 단독 법률체계를 가진 국가가 없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 정책관은 “국가중점관리 만성질환으로 최근 문제가 되는 심뇌혈관관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만성질환관리사업의 정책 결정기구 및 자문기구의 공식화, 예방을 위한 조사·감시·연구 및 환자지원, 관련된 의료기관의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령이 제정되면 아직 초보적인 만성질환관리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만성질환자의 재활부분은 장애인 복지차원에서 포괄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사업연계 및 장애복지계획 조정이 필요하며 그 계획 속에 관련된 의료시설 및 인력개발과 환자 지원계획, 방문보건사업도 강화돼야 한다.

민간-공공기관 협력 필요

만성질환관리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약한 사업인프라구축과 이에 관련된 예산확보가 시급하다[표].

[표]인프라 구축
  

또 만성질환자를 돌보는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그간 정책대상에서 민간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대책수립이 뒤져있었다. 이를 위해 Public-Private Partnership(PPP)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즉 만성질환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치 재활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보험보상체계, 환자교육(중풍·당뇨교실)사업 등은 민간과 협력체계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 정책관은 우리나라의 사망률이 1970년대 미국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상에 대한 조기인지, 응급처치, 응급병원의 적정진료지침 등 2차 예방사업에 대한 집중투자로 단기간의 정책효과를 거두고 재활과 재발방지사업으로 노인질환자를 중심으로 질병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 관리사업을 한다면 20∼30년 후에는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50%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