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약물관련 스터디가 발표되면서 신약과 구약간의 세대교체 과도기에 들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고혈압 약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최근 Ca길항제의 대규모 임상시험인 ASCOT에서 ACE억제제인 페린도프릴(상품명 아서틸, 한국세르비에)의 효과가 새롭게 밝혀져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 심혈관질환에서 새로 밝혀진 ACE억제제의 효과에 대해 국내 고혈압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Breaking the cardiovascular disease continuum :New evidence on ACE inhibition

심혈관질환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ACE억제제의 효과

ㅣ좌장
 김기식 교수 대구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

ASCOT에서 얻어진 아서틸의 효과
Breaking the first step of the cardiovascular disease continuum: lessons from the ASCOT trial

 김종진 교수 경희의대 순환기내과

심혈관(CV) 위험인자는 여러 가지가 중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위험인자가 중첩되면 심혈관 사고 발생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인자를 잘 조절하면 CV 사고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혈압을 잘 조절할 경우 뇌졸중, CHD 발생을 각각 40%, 20~25% 낮출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혈압조절 외에도 지질저하나 금연으로도 약 20~35%의 위험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이 3가지 위험 인자만 잘 조절해도 약 60%의 심혈관 사고 감소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대규모 연구로는 최근에 발표된 ASCOT(Anglo-Scandinavian Cardiac Outcomes Trial) BPLA가 있다. 이 연구의 1차 목표는 고혈압 환자 2만명을 대상으로 베타차단제와 이뇨제를 병용한 군과 Ca 길항제와 ACE 억제제 (아서틸 )을 병용한 군으로 나누어, 각 군의 비치명적 심근경색(MI)과 치명적 CHD에 대한 강압효과 및 2차 예방에 대한 효과를 알아보는 것이다.

대상환자 가운데 당뇨가 없는 환자의 경우 수축기/확장기 혈압을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했으며 당뇨가 있는 환자는 130/80mmHg를 목표혈압으로 했다. 우선 암로디핀과 아테놀롤을 각각 투여한 다음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각각 아서틸 (4mg)과 사이아자이드계 이뇨제(1.25mg)를 병용 투여했다.

연구의 대상자는 적어도 3가지 이상의 위험인자를 동반한 40~79세의 고혈압 환자로, MI나 CAD의 병력이 없는 환자를 포함했다. 그 결과, 아서틸 과 Ca 길항제 병용군이 베타차단제와 이뇨제 병용군에 비해 전체 사망률이 11%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HR=0.89, p=0.0247).

심혈관 사망률은 24%(HR=0.76, p=0.0010), 새로운 당뇨의 발생은 3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HR=0.70, p<0.0001).

한편 확장기 및 수축기의 목표 강압치 도달시간은 아서틸 과 Ca길항제 병용군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목표치에 도달하는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서틸 과 Ca 길항제 병용군에서는 1차 엔드 포인트인 비치사적 심근경색과 관상동맥질환사를 제외하고는 대조 약물군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욱이 ALLHAT에서는 Ca 길항제의 심혈관 사고 예방효과가 다른 비교군과 비교해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ASCOT에서는 Ca 길항제와 아서틸이 병용되었을 때 유의한 심혈관 사고 감소의 효과를 보여 ACE 억제제의 병용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서틸 의 병용이 증가된 시점부터 심혈관 사고 발생의 위험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병용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ACE 억제제가 모두 동일한 효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아서틸 은 조직 ACE친화도(tissue ACE affinity)나 24시간 효과면에서 우월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ASCOT 연구의 병용 요법으로 아서틸이 선택되었다. 
 

중심동맥압과 임상결과에서 나타난 항고혈압제 효과차이-CAFE 연구결과를 근거로
Differential impact of blood pressure-lowering drugs on central aortic pressure and clinical outcomes: Principal results of the Conduit Artery Function Evaluation (CAFE) study

 김철호 교수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CAFE 연구는 앞서 설명한 ASCOT-BPLA의 서브연구로서 실시됐다. CAFE 연구가 실시된 배경은 중심 동맥압을 결정하는 인자인 좌심실의 구혈능력, 대동맥의 compliance, 말초 소동맥에서 돌아오는 반사파의 정도 등에 미치는 약물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실시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중심 대동맥압의 감소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중심대동맥압의 감소에 다른 항고혈압 약물들 보다 ACE억제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미 2004년에 발표된 바 있다.

CAFE 연구의 결론은 구약(베타차단제+이뇨제)보다 신약(아서틸 +Ca길항제)이 우수하다는 것으로, 이러한 효과는 중심동맥압을 효과적으로 낮춘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CAFE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은 중심동맥압의 저하 효과에 이득을 보이는 약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중심동맥압의 저하가 심혈관 사고 예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CAFE 연구는 ASOCT 연구 대상자를 무작위 배정 후 1년 뒤에 실시되었는데 applanation tonometry를 사용하여 radial artery (요골동맥)의 waveform(파형)을 측정하여, 이 파형을 중심 파형으로 바꿔 중심대동맥압을 추정했다. 그리고 이 연구에서는 중심동맥압맥파의 파형 지표인 augmentation index도 계산했다.

말초혈관에서는 pulse pressure의 반사파가 크지만 중심동맥에서는 적기 때문에 중심동맥의 압력은 상완동맥보다는 낮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1]을 보면 상완동맥에서는 구약과 신약 간에 효과 차이가 없지만, 중심동맥압에서는 신약의 강압효과가 더 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augmentation index에 대한 결과도 구약군보다 신약군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그림2] 모든 항고혈압제가 동일한 효과를 갖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의 대표 연구자인 브라이언 윌리엄스(Bryan Williams) 박사 역시 “모든 강압제는 강압효과가 동일하다는 가정이 이번 시험에서는 사실이 아닌(untrue) 것으로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두번째 결론에 있어 중심동맥압의 저하가 심혈관 사고 예방과 유의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입증되었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중심동맥압의 차이에 따른 심혈관 사고 감소의 차이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CAFE 연구는 중심대동맥압의 감소에 대한 효과가 구약보다 신약이 우수함을 입증한 연구이다.

그렇다면 이번 CAFE 연구의 신약군에서 나타난 차별화된 강압효과는 병용약제 중 아서틸 에 의한 것인지 암로디핀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 중심대동맥압에 영향을 미치는 arterial compliance를 아서틸이 현저히 개선시켰다는 결과가 이미 입증되었으며 아서틸은 augmentation index와 PWV를 개선시켜 arterial stiffness를 개선시킨 연구결과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지침에 나타난 전환효소억제제의 역할: 2006년 ESC 지침과 NICE 지침을 중심으로
Revisiting ACEIs’ benefits through the latest guidelines: 2006 ESC and NICE guidelines

 채성철 교수 경북의대 순환기내과

최근에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만성 안정형 협심증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였고, 영국에서는 고혈압에 관해 NICE 지침을, ACC와 AHA에서는 심혈관 사고의 2차 예방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였다.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도는 앞으로도 점점 증가될 것으로 보이며 안정형 협심증의 예후 개선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예후를 개선시키는 치료의 한 방법으로 전환효소 억제제(ACE inhibitor)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데 심장질환에 대한 전환효소 억제제의 효과를 알아본 연구들은 [그림1]과 같다.
 
이들 연구는 대체적으로 전환효소 억제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HOPE 연구는 전환효소 억제제인 ramipril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심혈관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병 등 1차 연구종료점(endpoint)을 억제 시킨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EUROPA 연구 역시 전환효소 억제제인 perindopril(아서틸)을 사용한 군에서 심혈관사망, 심근경색 그리고 심정지 등을 억제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유럽심장학회 지침에서는 안정형 협심증의 예후를 개선시키는 약제로서 아스피린, 스타틴 그리고 전환효소 억제제, 베타차단제를 권고 수준 class I으로 권고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환효소 억제제는 전환효소억제제의 적응이 되는 질환들인 고혈압, 심부전, 좌심기능부전, 좌심기능부전을 동반한 심근경색, 또는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에 사용하도록 권고 수준 class I 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모든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 전환효소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은 권고 수준 Class IIa 로 권고하고 있다[표1].
 
최근에 영국의 NICE (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가 영국고혈압학회(BHS)와 공동으로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베타차단제를 일차선택약에서 삭제하였다.

이 권고 안에 대해 이론이 있지만 고혈압 치료에서 1차 선택약으로 베타차단제는 제외하고 칼슘 길항제나 전환효소억제제/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 또는 이뇨제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표2].
 
이러한 여러 지침들의 권고사항들을 감안할 때 심혈관질환에서 전환효소억제제의 적응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심혈관질환에서 입증된 아서틸의 효과
A continuum of benefits with ACERTIL in cardiovascular disease

 김순길 교수 한양의대 순환기내과

여러 위험 인자들로 시작되는 심혈관 질환의 단계적이고 연속적인 cascade를 ACE 억제제인 아서틸 로 개선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4가지를 정리하면 [그림1]과 같다.
 
우선 ASCOT (Anglo-Scandinavian Cardiac Outcomes Trial)경우 전체 사망률에서 아서틸 과 Ca길항제를 병용한 군이 베타차단제와 이뇨제를 병용한 군에 비해 11% 적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심혈관 사망과 치사적 및 비치사적 뇌졸중은 각각 24%, 23%의 억제시켰다[그림2].
 
특히 당뇨병 발병은 30% 억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ACE억제제 효과로 보인다.

EUROPA(European trial on Reduction Of cardiac events with Perindopril in stable coronary Artery disease) 연구는 이미 관동맥질환 치료를 받는 저위험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자(12,218명)를 대상으로 아서틸 의 심혈관사고 억제효과를 검토한 무작위 위약 대조 이중맹검시험이다.

아서틸 (8mg)군과 위약군으로 나누어 5년간 실시했으며, 1차 엔드포인트는 심혈관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심정지였다. 연구결과, 1차 엔드포인트는 아서틸 군에서 상대적으로 20% 감소해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p=0.0003)[그림3].
 
2차 엔드포인트인 심부전 발병 역시 아서틸 군에서 유의하게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ROGRESS(Perindopril Remodeling in Elderly with Acute Myocardial Infarction) 연구는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발작 (TIA) 병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아서틸 의 뇌졸중 억제효과를 알아본 연구이다.

연구 결과 아서틸 은 재발성 뇌졸중을 28% 감소시켰다. 특히 고혈압을 가진 환자군의 경우 억제효과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PREAMI (Perindopril Protection Against Recurrent Stroke Study) 연구는 65세 이상이고 좌실구혈률이 40% 이상인 급성 심근경색 후 환자 1,250명을 대상으로 ACE억제제 아서틸 투여군 또는 위약 투여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어 1년간 실시했다.

아서틸 의 심장 리모델링 예방효과를 좌실확장말기용적(LVEDV)의 변화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위약군에서는 시험기간 중에 좌실확장말기용적(LVEDV)이 증가했지만 아서틸 군에서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그 외에 여러 연구의 결과를 고려 할 때 ACE억제제는 관상동맥질환자에 대한 치료효과가 매우 높은 약제이며 그 적용 폭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