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 간 의학적 치료 기법의 획기적인 발전은 이분척추증환자들의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며, 이에 따라 환자의 진료와 관리에 있어서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라는 측면의 중요성이 이전에 비해 점차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들의 심리적 기능(psychological function)과 사회적 수용(social acceptance)의 정도는 이러한 삶의 질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척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이분척추증학회-메디칼트리뷴 공동특별기획(5)
이분척추증환자의 심리와 치료
 조수철 교수 서울의대 어린이병원 정신과학교실

이분척추증을 가진 환자, 특히 소아청소년은 제한된 운동기능, 내과적 문제의 악화, 배뇨관리, 약물 및 재활치료, 잦은 내·외과적 진료, 다학제적인 치료적 접근 등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는 아동의 정상적인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일반 아동과 비교했을 때 심리사회적 부적응의 위험률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뇌수증, 지능지수 저하원인 의학적 치료 기법의 발달로 삶의 질 높여

이외에도 이분척추증환자는 여러 가지 정서 및 행동 상의 문제를 지니는데,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 공격성이나 비행 행동 등이 정상 아동에 비해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이분척추증에 동반되기 쉬운 뇌수종(hydrocephalus)은 지능지수(IQ)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주의집중 및 기억력의 저하, 시공간적 지각 기능의 결손, 논리적 사고 및 판단 능력의 저하와 같은 다양한 인지 기능의 문제들이 수반된다.

앞서 언급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와 함께 이러한 행동·정서 문제 및 인지 기능의 저하는 이분척추증을 지닌 소아청소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학습 부진을 초래하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학교생활에의 원활한 적응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겠다.

청소년기의 심리·사회적 문제 가장 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분척추증환자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심리사회적 영역은 자기 정체성의 혼란 및 자아존중감의 저하, 그리고 사회적 의사소통 및 대인관계 기술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동기보다는 청소년기에 들어선 환자들에 있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아 정체성의 확립과 자율성 및 독립성의 성취는 청소년기에 이루어야 하는 발달 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분척추증 청소년들은 운동 능력의 기본적인 제한과 배뇨 및 배변 기능의 장애로 대표되는 신체적인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지니고 있기에 이러한 영역들의 발달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현실적인 걱정과 함께 객관적으로 직시를 하게 되면서 이분척추증 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더 우울하고 불안해지기도 하며 자기 개념에 있어서도 이전에 비해 더 부정적인 내용의 사고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더해 정상적인 성적 기능의 획득이 요원할 것이라는 자기 인식은 정상적인 심리성적(psychosexual) 발달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사회 기술(social skill)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사회적 미성숙(social immaturity)과 함께 우울감이나 자존감(self-esteem)의 저하 등에서 비롯되는 대인관계의 회피나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태도 등이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자조집단을 통한 집단치료도 필수

이분척추증환자들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는 위에서 기술한 다양한 심리적인 문제들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심각한 우울 및 불안 증상에 대해서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살 사고나 계획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겠다.

주의력 결핍이나 학습 부진을 보이는 경우에는 지능 평가를 먼저 시행해 보아야 하고 동반된 내과적, 신경과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의 문제가 있거나 자기 개념이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지지적인 정신치료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사소통이나 대인관계 기술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사회기술훈련과 같은 집단치료가 효과적이다.

이분척추증환자들의 자조 집단을 구성해 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고립되고 위축되어 있던 많은 이분척추증 청소년들이 이러한 자조 집단에 소속되면서 사회성의 증진과 함께 전반적인 정서적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가족구성원모두가 치료대상

이분척추증 소아청소년의 대다수에서 학습기능이나 지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자신의 능력이나 기능에 맞지 않는 학교나 학년에 배치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정신과적 평가의 중요성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부모가 환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일관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도록 치료자가 도와야 함을 주지시킨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분척추증환자를 가진 부모의 정서적 문제는 아동의 의학적 상태의 실제적인 심각도보다는 환자에 대한 양육적 부담과 그것에서 기인하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의해 더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모의 정신과적 취약성은 자연히 환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에, 정신과적 평가나 치료의 대상을 환자로만 국한해서는 안 되며, 필요한 경우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약물치료나 가족치료 등도 시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분척추증환자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
 한상원 교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어린이병원 비뇨기과

오늘날 의학 지식을 가장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인터넷이라고 할 것이다. 인터넷을 매체로 환자와 보호자들은 증상과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얻고 정보 교환을 하는 것은 일반화됐고 이분척추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분척추증을 치료하는 의료인들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학회, 기관에 각각의 웹사이트를 개설해 질병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참여하는 소위 ‘환우 모임’이 결속력이 높고 정보교환에 더 적극적이다.

환우모임이 인터넷의 카페 형식으로 거미줄과 같은 정보망을 갖추게 될 때 정보교환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권리, 선진 의학지식의 공유, 의료진에 대한 평가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긍정적인 효과이기도 하다.

국내의 이분척추증 환우들 (주로 환자의 보호자) 또한 훌륭한 카페를 만들어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이 모임의 힘은 의료인이 속한 병원은 물론이고 보건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정부 기관에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될 것이다.

평생 의료비 부담 크다. 연간 최소 70만원+α

이분척추증 환자들은 증상의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생 배뇨와 배변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정상적인 보행을 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거나 정형외과적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한다.

이분척추증환자에서 초치료로 시행하는 신경외과 수술비를 차치하고라도 만약 환자가 배뇨 및 배변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재사용용 도뇨관이 일 년에 2-3개: 약 10만원/년, 일회용 도뇨관은 한 달에 한 상자(50개): 18만원/년, 방광과 신장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비 30만원/년, 결박척수를 조기 진단하기 위한 영상검사비 10~60만원/년 등을 합해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일 년에 최소한 70~120만원 정도의 치료비가 든다.

이를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일 뿐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로 방광내 전기자극치료를 하거나 방광확대수술, 요자제획득수술 등 비뇨기과수술, 보행을 위한 재활치료나 정형외과 수술 또는 수두증을 치료하기 위한 뇌실단락 조정술을 받게 되면 치료비가 수백에서 수천만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는 한 가정의 경제상황을 휘청거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적용되기 시작한 6세 이하 어린이 입원치료에 대한 건강보험관리공단의 보험부담률 확대로 입원비 부담이 줄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또 희귀난치성질환의 산정특례의 적용범위가 확대되어 (보험급여)외래진료비부담이 50%에서 20%로 줄게 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비 부담의 경감정책이 가능해진 것에는 법안을 다루는 입법부와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의 역할이 주도적이지만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소수 의료인의 헌신적인 노력과 보호자 모임의 청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효과적 지원 필요

그러나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때 환자 모임의 주도로 문제점들이 힘겹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의료의 소비자, 생산자,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의 숙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정책은 자칫 지름길이 아닐 수도 있고 보건사회학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요구와 더불어 의학자들의 연구, 의료인의 학술활동과 사회적 관리 정책이 결합되어 단계적으로 다방면에서 개선이 이루어질 때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장기적인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한이분척추증학회의 숙제이기도 하며 해결되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1. 학교의 배려: 배뇨장애를 가진 이분척추 환아들의 상당수는 간헐적 도뇨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의 질병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도뇨를 포기하거나 특수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교사와 보건교사의 이해를 구한다고 해도 학교시설의 낙후로 도뇨할 장소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보호자는 학교 수업 중 학교로 매일 찾아가 자가용 안에서 도뇨를 해야 하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맞벌이가 보통인 우리사회에서 이런 실정은 치료비의 부담보다도 더한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것이다. 또 내신이 강조되는 성적평가에서 체육활동을 온전히 못하는 환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다시 한 번 받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 및 입시정책이 도움을 주어야 할 부분이다.

2. 장애인 등록: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장애인등록은 외견상 뚜렷한 장애가 있거나 요루·장루 등 내부장기가 외부로 노출된 경우에 한해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이분척추증환자의 많은 경우는 요루나 장루를 하지 않았더라도 요루나 장루를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테터를 이용해 배뇨와 배변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견상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3. 사회적응훈련정책: 지능이 떨어지거나 보행과 운동에 장애가 있는 이분척추증환자는 특수학교를 다니던 일반학교를 다니던 간에 따로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의 사회적응훈련 정책에 이분척추증환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설사 외견상 정상인과 같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간격으로 도뇨를 해야 하거나 기저귀를 착용해야 할 경우 주위로부터 배려를 받아야 하므로 사회생활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심리적 위축에 빠지기 쉽다. 이들에 대한 정신심리학적 지지와 사회적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4. 교육 및 캠프: 우리나라에도 대한이분척추증학회가 주체가 되어 5년 전부터 1박 2일간의 짧은 기간의 여름캠프를 하고 있고 의료기관별로 환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요되는 비용은 학회나 기관의 지원과 환자 가족의 부담으로 충당되므로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환자들의 정보교환과 교육에 치중할 뿐이지 선진국에서 이루어지는 캠프와 같이 환자의 간호로 지친 보호자에게 휴가를 줄 수 있는 일주일 이상의 캠프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출현 혹은 재단의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5. 학술연구: 끊임없는 의학의 발전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환자의 희망은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학술연구가 뒷받침되어야만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이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의 몫이긴 하나 기초연구에서 임상연구까지 연구비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와 산업체의 균형 잡힌 연구비 투자가 요구된다.

6. 유기된 환자에 대한 치료: 이분척추증환자 중 상당수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고 이들은 환자로서 등록조차 되어 있지 못하고 공·사립 보육시설에서 병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또는 자라면서 자신들의 아기의 장애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따라서 이들의 장애 정도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들보다 더욱 심각하다. 이들을 계속 방치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지향한다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암, 당뇨, 고혈압 등 성인질병의 치료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본인, 주변의 관심, 풍부한 의료인력자원, 정부의 연구투자에 의하여 일부는 완치되기도 하고 치료의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분척추증은 소아의 다른 희귀난치성질환과 마찬가지로 평생 질병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질병이다.

이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다고 하여 의학연구와 재정지원의 순위에서 뒤쳐지는 안타까운 실정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이분척추증환자를 치료하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