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척추증이란 운동기능의 저하와 지연, 배뇨 및 배변장애, 인지장애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장애 등 광범위한 장애를 초래하는 선천적 질환이다. 따라서 포괄적이고 개별화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적 경험 및 교육기회부족에 따른 2차적 불이익이 없도록 부모교육도 함께 병행해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해야한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메디칼트리뷴과 대한이분척추증학회(회장 김기경)가 공동으로 의사에게는 이분척추증에 관련한 여러 질환과 치료법,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이분척주증의 존재를 알리고 관심을 높이기 위해 총 5회에 걸쳐 게재한다.

대한이분척추증학회-메디칼트리뷴 공동특별기획(1)
이분척추증의 발생과 치료


 왕규창 교수 서울의대 신경외과학교실

중추 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이루어져 있고 뇌와 척수는 많은 뇌신경과 척수신경으로 이루어진 말초신경계를 통하여 전신으로 감각과 운동 등에 관여하는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등골신경이라고도 불리는 척수는 여러 개의 반지 모양의 뼈가 층을 이루어 형성하는 척추관 속에 위치하며 그 안에 경막이라는 질긴 막으로 싸여 있고 다시 그 안에 수돗물 같이 맑은 뇌척수액에 떠 있다.

척수는 위로 목 부위에서 뇌에 연결되어 있고, 아래로는 제2요추 수준의 허리까지 내려와 있으며 종사라는 가는 섬유에 의해 아래쪽 척추뼈에 느슨하게 고정되어 있다. 즉 척수의 하단은 뇌척수액에 비교적 자유롭게 떠 있다. 척수는 척추의 뼈마디 사이 공간 마다 좌우로 척추관 밖으로 향하는 여러 쌍의 척수신경을 통하여 사지와 몸통으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한다.

척수의 발생

배아기에 인체는 원반의 형태로부터 발생한다. 이 때 원반의 중앙선을 따라 조직이 함몰되면서 튜브 모양의 일차신경관이 형성되는데 이 때 일차신경관이 체내에 들어가며 그 표면을 구성하는 판은 피부가 된다. 일차신경관은 다시 그 아래쪽 끝부분, 꼬리에 해당하는 부위에 있던 원시세포에서 신경조직으로 분화한 이차신경관, 즉 말단 척수부와 연결된다. 이렇게 하여 일단 신경관이 완성되면 그 주변에 섬유막과 뼈를 만드는 조직이 둘러싸서 경막과 척추뼈를 만들며 경막낭에 뇌척수액이 고이며 순환하게 된다.

척수는 배아기에 뇌로부터 꼬리 부위의 척추뼈 끝까지 가득 채우고 있지만 태아기에 점차 성장하면서 척추뼈의 길이 성장이 척수의 길이 성장보다 더 빨라, 척수의 아래 끝 부분이 상대적으로 척추뼈의 높은 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출생할 때에는 허리의 척추뼈 위치에 이른다.

척수의 신경관 결손

척수의 발생 과정에서 일차신경관이 닫히지 않거나 일단 닫혔던 신경관이 다시 열리게 되면 신경조직이 피부 결손부를 통하여 외부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를 척수 개방성 신경관 결손이라고 한다.

일차신경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피부 결손부를 만들지는 않지만 피부와 신경계가 불완전하게 분리되면 피하 지방층이 척수에까지 연결성을 유지하게 된다. 또 이차신경관 형성 과정에서 꼬리 부분의 원시세포가 신경조직으로 분화되면서 일부가 지방 조직으로 잘못 분화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요천추부 지방종이 발생하는데 개방성 신경관 결손과 달리 신경조직이 외부로 노출되지는 않지만 척수의 아래쪽 끝이 지방조직에 의하여 주변 피부에 연결 고정된다. 요천추부 지방종은 폐쇄성 신경관 결손 중 가장 흔한 형태다.

이분척추증은 척수와 그 주변부 조직이 배아기 및 태아기 발생 도중의 이상으로 정중선에서 잘 붙어서 형성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벌어져 있는 상태를 뜻하며 개방성, 폐쇄성 신경관 결손을 모두 말한다. 이분척추증은 환자마다 정도의 차이가 커서 정상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도 많지만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그림 1, 2) 

[그림1]정상적으로는 A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하나의 구조물이 접히고 말리면서 피부와 신경계로 나뉜다. B는 1차신경관이 개방된 형태(척수수막류, 개방성 신경관 결손)고, C는 1차신경관과 피부가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못해 피하지방조직이 신경계에 연결된 형태(요천추부 지방종, 폐쇄성 신경관결손)다.
 

[그림2]정상적으로 A와 같이 척수의 아래쪽 끝은 허리부분에 위치하며 자유롭게 뇌척수액에 떠 있는 상태로 있다. B(척수수막류)의 경우에는 척수가 노출되어 있고 C의 요천추부 지방종의 경우에는 지방조직에 의해 척수의 아래쪽 끝이 주변조직에 고정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으로 하방에 위치한다.
  

개방성 신경관 결손의 경우에는 신경조직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므로 노출된 신경 부위 이하의 척수 기능 장해가 있고 중추신경계 감염, 노출된 신경조직의 추가 손상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태아기에 뇌척수액이 누출되어 흔히 뇌척수액 순환 이상과 이차적 변형, 즉 수두증과 키아리 기형(소뇌가 목뼈까지 내려오는 현상)을 초래한다.
 
수두증이 진행되면 머리가 커지고 뇌조직이 얇아지며 뇌의 압력이 올라가 머리가 커지거나, 안구 운동 이상, 지능저하, 시력 상실, 사망 등에 이를 수 있다. 키아리 기형은 대개 증상이 없지만 드물게 삼킴 장해와 흡인성 폐염, 호흡 장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

대표적 폐쇄성 신경관 결손인 요천추부 지방종의 경우 비록 지방 조직은 종양 조직이 아니고 정상 지방 조직과 같지만, 아기 때 지방 조직이 커질 때 지방종도 함께 커져 척수를 압박할 수도 있고 태아기 척수 하단의 정상적인 상향 이동을 방해하여 척추뼈가 길어지면서 척수를 상하로 잡아당기는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척수결박 증후군).

척수결박 증후군은 대개 환아의 키가 크면서 점차 뚜렷해진다. 문헌 보고에 따르면 출생 때 신경학적 결손이 없던 요천추부 지방종 환아가 자라면서 증상이 나타날 확률은 50~90% 정도로 다양하다. 폐쇄성 신경관 결손의 경우에는 개방성 신경관 결손의 경우와 달리 일반인보다 수두증이나 키아리 기형의 빈도가 증가하지 않는다.

신경관 결손은 모두 요천추부에 호발하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대개 배뇨 이상, 배변 이상, 발목 변형과 감각 및 운동 이상으로 나타나며 특히 개방성 신경관 결손의 병소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하지 마비의 범위가 넓어진다.

신경외과적 치료

개방성 신경관 결손의 경우 출생 후 되도록 일찍 피부와 경막 결손부를 봉합해야 한다. 이미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감염 치료를 시행한 후 수술을 시행한다. 감염이 되면 예후가 불량해진다. 상당히 진행된 수두증이나 심한 증상을 동반하는 키아리 기형에 대해서는 수술적 치료를 한다.

폐쇄성 신경관 결손은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수술을 급히 시행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환아에서 신경학적 결손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일단 상당히 진행된 신경학적 증상은 척수결박 해소술을 시행해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개 예방적으로 척수 결박을 해소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의 목적은 상당량의 지방 조직을 제거하여 척수 압박의 가능성을 없애고 지방조직에 의한 척수의 결박을 해소하는 데에 있다. 이 때 지방 조직을 모두 제거하지는 않는다.

약 10~20%의 환아에서는 신경외과 수술 후 마치 일반적인 수술 후 흉터가 생기듯이 수술 부위의 흉터 조직에 의하여 척수가 다시 결박되는 수가 있다. 이 경우에는 없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증상이 악화된다. 척수가 재결박되어 증상이 악화되면 재수술을 시행하여 다시 척수결박을 해소한다.

산전진단 안되는 경우도

개방성 신경관 결손은 임신 2기 초기에 산모의 혈액 검사, 초음파 검사 등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모든 경우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수두증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로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태아기 개방성 신경관 결손에 대한 태아 수술에 대해서는 아직 임상연구 중이다. 폐쇄성 신경관 결손은 산전진단되는 경우가 드물다.

엽산, 개방성신경관 결손확률 낮춰

개방성 신경관 결손 발생 확률은 0.1% 미만이다. 그런데 이미 그런 환아를 출산한 경우 다시 개방성 신경관 결손 아기를 임신할 확률이 높게는 5% 정도까지 증가한다. 특히 이미 2명의 환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25% 이상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모든 가임 여성은 수태 전 4주부터 수태 후 4~8주까지 엽산을 섭취할 것을 권장받는다. 엽산 투여로 개방성 신경관 결손의 확률을 70% 이상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미 개방성 신경관 결손 환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투여하는 엽산의 양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악성 빈혈과 관련하여 의사로부터 주의를 듣고 처방을 받아야 한다.
폐쇄성 신경관 결손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재발과 예방에 대한 자료가 없다.

“이분척추증환아에 희망을” 
 김기경 교수 
대한이분척추증학회 회장(한림의대 비뇨기과장)

이분척추증(spina bifida)은 병변의 부위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태어나면서 부터전신마취, 신경계수술, 감염예방 등 어려운 치료과정을 이겨내야 하고 수술 후에도 신경손상에 따른 배뇨, 배변, 보행에 장애가 남게 된다. 환아들이 성장하면서는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정신적인 지지나 재활치료와 아울러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질환이다. 생존 출생아 1,000명당 0.5-2명으로 민족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여러 원인으로 발생빈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질환자체는 여전히 복합장애를 초래하는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의료계를 포함해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분척추증은 오래 전부터 해당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치료와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나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조직이 없다. 또 치료에 있어서도 복합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 증상이나 질환에 따라 여러 과를 찾아다니며 치료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에 관한 정보가 모아지고 공유되어 환자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좀 더 편안하게 치료(total care)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이고 의사들의 오랜 바램이었다. 지난 2000년 1월 이러한 점에 뜻을 같이 한 신경외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외과, 재활의학, 정신과 교수 등 전문의선생들이 모여 ‘이분척추증학회’를 만들었으며 이제 6년이 되었다.

이번 “이분척추증환아에게 희망을” 이라는 슬로건으로 연재를 기획한 것은 학술적인 지식의 전달보다는 복합질환을 앓는 어려운 환자들의 존재와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우선은 의사들과 사회에 알리고 더욱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 첫째 목적이다. 그리고 올해에도 환자와 보호자와 의료진이 함께하는 여름캠프가 8월 18~19일(금, 토) 서울 근교 산장에서 있으며 정기학술대회가 11월 25일(토)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에서 있다.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물론 관련 기관의 관계자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