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CATIE(The Clinical Antipsychotic Trials of Intervention Effectiveness)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제약회사의 자체 연구결과가 아닌 독립된 국가기관에서 외부 개입을 철저히 배제한 상태에서 약물을 비교한 연구로 객관성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신분열병 치료제 특성상 장기적으로 연구했다는 면에서도 특기할만하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란자핀(상품명:자이프렉사, 릴리社)이 약물복용 지속시간이 가장 길었으며 약물중단까지 걸린시간도 가장 길게 나타나 정신분열병 치료제로서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정신분열병 치료의 최신지견’(주관 메디칼트리뷴, 후원 한국릴리)을 통해 약물선택 조건과 인지기능, 내약성의 치료에 대해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항정신병 약물의 선택 : 장기 유지치료 관점
 
울산의대 김창윤 교수


정신분열증 치료에 있어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약물의 유지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1년에 60~70%, 2년에 90% 가까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지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최근 발표된 CATIE(The Clinical Antipsychotic Trials of Intervention Effectiveness) 연구다.

이 연구의 배경은 최근의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기존 항정신병약물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도 적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논란거리인데다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중에서도 어떤 약물이 더 효과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작됐다.

특히 각 약물의 효과를 다룬 기존의 연구결과는 제약사가 직접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라서 바이어스(편견)이 들어 있는데다 연구기간도 짧아 좀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CATIE 연구의 1차적 결과는 기존의 항정신병약물과 최근에 나온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치료지속의 시간과 비율을 이용하여 측정한 것이다.


미국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실시된 CATIE 연구는 항정신병약물들의 정신분열병 치료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총 1,5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간 무작위, 이중맹검법으로 3단계에 걸쳐 진행된 방대한 연구다.

대상자는 정신장애진단기준(DSM-IV)에서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된 18~65세 환자였다. 좀더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대상자들의 범위는 치료반응이 매우 좋게 나타나는 초발 환자와 치료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는 제외시켰다.

그리고 일상진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위해 약물병용도 허용시켰다.


CATIE 연구 1단계에서 환자들은 정형 항정신병약물인 퍼페나진(perphenazine) 또는 4가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즉 올란자핀(olanzapine), 쿼티아핀(quetiapine), 리스페리돈(risperidone), 지프라시돈(ziprasidone) 중 하나를 복용했다.[그림1]

[그림1]  CATIE Schizophrenia: Study Design
 

1단계에서 약물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2단계로 넘어가 클로자핀(clozapine) 또는 지프라시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2단계에서 약물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3단계에서 자이프렉사, 퍼페나진, 쿼티아핀, 리스페리돈, 지프라시돈, 아리피프라졸, 플루페나진 중 한가지 또는 두가지를 선택하여 복용할 수 있게 했다.

치료중단 사례의 빈도는 전체적으로 74% 나타났다. 이 중 효과부족이 24%, 부작용이 15%, 환자 스스로 결정한 경우가 30%였다.
치료중단까지의 비율과 시간을 비교한 결과는 [그림2]와 같다.

[그림2] Rate and Time to Discontinuation for Any-/All- Cause   Between Treatments  in Schizophrenia CATIE Study


올란자핀은 다른 약제에 비해 치료중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유의하게 길게 나타났다. 물론 퍼페나진이나 지프라시돈 보다도 길었지만 유의하게 의미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치료중단까지의 시간(중앙치)은 올란자핀은 9개월이지만 다른 약물은 3.5~5.6개월로 올란자핀이 유의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약의 복용을 중단하기까지 걸린 시간 역시 올란자핀이 긴 것을 알 수 있다.[그림3]


[그림3] Median Time to Discontinuation for Any-/All-Cause   in Months  : CATIE Schizophrenia Study

 

부작용으로 인해 중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이들 약물간의 의미있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비율은 올란자핀의 경우가 18%, 리스페리돈은 10%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체중증가, 대사성증후군의 요인 때문으로 생각된다.

추체외로 증상을 보면 약제간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추체외로증상으로 인한 중도탈락 비율은 올란자핀이 가장 낮았고 퍼페나진이 가장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근거할 때 CATIE 연구결과는 치료효과를 중단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나 비율로 측정했을 때, 즉 환자가 약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는지를 비교했을 때 올란자핀이 기존 항정신병약물이나 새로운 항정신병약물보다 약물중단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고 중단율도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신분열병에서의 인지기능
 
경북의대 이양현 교수


정신분열병 외래환자 중 15%는 신경심리학적으로 정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정신분열병환자의 85%에서는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환자 20~24%에서는 delusions(망상)과 hallucinations(환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인지기능이 정신분열병의 치료결과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고 본다. 인지기능은 환자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주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은 concentration(집중) attention (주의력) memory (기억) executive function(실행성 기능) problem solving(문제해결)과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 등을 들 수 있다.[그림1]


[그림1] Clinical and Cognitive Functions of Geriatric Schizophrenic Patients
 

1998년에 노인 정신분열병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을 조사한 연구에서 보면 입원하거나 요양원에서 장기간 생활했던 환자보다 외래에서 생활하다 증상이 악화돼 입원한 환자가 증상이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러한 결과는 양성 증상은 악화된 환자에서, 음성 증상은 요양원 환자들에서 높고  인지기능은 요양원 환자들에서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인지기능과 관련하여 기존의 정형(typical) 항정신병약물과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비교한 연구 2가지를 보면 투약 초기에는 비정형 약물이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결론적으로 비정형과 정형 2가지 약물에 인지기능 개선효과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Green 등이 Biol Psychiatry (2002;51:972-978)에 밝힌 연구결과가 그 중 하나다. 이 연구에서는 저용량 할로페리돌(haloperidol)과 리스페리돈(risperidone)을 비교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항정신병약인 리스페리돈이 더 나은 효과를 보이다가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새로운 비정형 항정신병약은 인지기능 향상에 큰 이익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올란자핀의 경우에는 플라세보와 비교한 결과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올란자핀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그림2]  Improvement in Cognition: Olanzapine vs Placebo
 

Keefe 등이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2004;161:985-995)에서 12주간 올란자핀과 저용량 할로페리돌을 최초 에피소드 정신병에서 비교한 결과에서는 언어유창성(verbal fluency)과 작동기억(working memory)을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에서 모두 올란자핀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그림3] A Randomized, Double-Blind Trial of Olanzapine Versus Low Doses of Haloperidol  in First-Episode Psychosis
 

그러나 이를 104주로 늘려 기간을 장기화시키면(Keefe RSE, et al. Biol Psychiatry 2005) 12주나 24주까지는 올란자핀이 우수한 효과를 보였으나 최종적으로 104주에 나타난 정형과 비정형 약물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분열병치료에서의 내약성의 중요성
을지의대 이창화 교수

정신분열병뿐만 아니라 모든 치료에서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많을 경우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치료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다.


CATIE 연구에서 역시 1차 지표로 삼았던 것처럼 약물지속 시간, 즉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하게 약을 먹을수 있느냐가 정신분열병 치료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치료효과에서 내약성(tolerabili-ty)과 관련된 영향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처음 약을 복용했을 때의 느낌, 둘째 의사와의 유대관계강화(재처방), 셋째 내약성 등이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환자교육정도(복용방법, 부작용과 이에 대한 대처법 등)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약성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그림1]

[그림1] Influence of Tolerability on Treatment Outcome

 

그동안에는 정신분열병 환자의 증상치료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삶의 질과 기능 회복을 중시하는 것이 치료목적이 되고 있다. 즉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가족을 행복하게 하고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적 측면에서 봤을 때 부작용이 크거나 기능적 회복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증상은 비록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기능은 오히려 나빠진다는 면에서 내약성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병원 입원이 외래약물치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실시된 연구에 의하면 입원비가 전체 의료비의 75%를 차지하고 나머지 25%는 약값이 차지한 것으로 조사돼 입원으로 인한 의료비를 절감하는게 전체 의료비 절감에 더 효과적임이 시사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의료보호환자의 장기입원이 정신과 치료 의료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그림2] 

[그림2] Economic Consequences of Tolerability
 

즉 장기입원을 줄여주는 것이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부작용이 크면 내약성과 복약순응도가 저하되고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어 기관에 재입원하게 되기 때문에 내약성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려할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흥미로운 사실은 부작용에 대해 느끼는 정도는 환자와 의사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정신과 의사의 경우 환자가 부작용에 대해 느끼는 정도보다 약 25~30% 적게 느끼고 있다.

결국 이런 것들이 부작용 발생을 늦게 발견하여 치료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DISCUSSION


윤진상 : 약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대체로 장·단기 효과로 나누어 말합니다. 단기에는 유효성(efficacy), 그리고 장기에는 효능(effectiveness)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효성은 일반적으로 잘 통제된 환경, 구조화된 연구방법 등에서 연구하는 것이 특징이고  효능이란 일반적인 환경에서 일반적인 대상으로 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약의 효과 뿐만아니라 부작용, 내약성, 순응도를 포함하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것으로는 효능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창윤 교수의 설명은 효능에 대한 말씀이었던 것같습니다. 효능이라는 차원에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성남
: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목표는 장단기의 전략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가 사회에서 잘 살아가도록 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치료에서는 증상을 없애는 효과와 내약성 문제가 중첩되는데 현명한 의사라면 치료에 오래 참여토록하기 위해 증상의 치료와 더불어  부작용을 줄이는게 효과적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증상이 약간 있더라도 치료에 오래 참가하게 되면 사회적 인간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진상
: 이번 CATIE 연구에서는 체중증가, 대사 부작용이 올란자핀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요.


김창윤
: 올란자핀의 대사 부작용이 존재 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연구에서 비교한 다른 약제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CATIE 연구의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새로운 항정신병약물 중 어떤게 좋을지 따지는 기준으로 약물복용 지속시간을 볼 때 올란자핀이 대조 약제들보다 길었습니다. 이런면에서 볼 때 올란자핀이 다른 약제보다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성남
: CATIE 연구에서 나타난 올란자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사 이상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번 연구의 핵심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면에서 다른 약보다 효과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사이상에 대해서는 릴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즉 치료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보조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약물학적 효과를 높이기위해 부가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치료에 참여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창윤
: CATIE 연구에서는 환자에게 어떤 약제를 투약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탈락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투약량에 관해서는 실제 사용설명서에 적혀있는 투약량보다 높게 투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용량의존성에 따라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양현 교수가 말씀하신 발표에서는 할로페리돌을 저용량으로 하면 비정형 항정신병제와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양현
: 투약 초반에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할 때 기존 약물보다 효과가 높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좀더 나은 연구방법이 나오리라고 생각됩니다.

조성남
: 최근 증상완화보다는 인지기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항정신병제가 증상완화와 무관하게 인지기능만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있나요.


윤진상
: 어떤 증상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유사한 데이터는 많이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창화
: 내약성 해결도 결국에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약물치료가 효과보다는 효능을 통해 기능을 회복시킨다고 할 때 인지기능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울러 내약성도 큰 의미가 있구요.

윤진상
: 정신분열병이라는 질환은 반드시 장기치료와 약물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번 미팅은 어떻게 하면 약물치료를 잘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미팅에서 올란자핀은 일부 개선해야 할 점도 있었지만 정신분열증 치료에 있어 다른 비정형 항정신요법 중 유지요법 효과가 가장 우수한 약물임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