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고혈압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시의 전자간증이나 경구피임약과 관련된 고혈압과 같이 여성에서만 발생하는 고혈압이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약 10년 정도 심혈관계질환이 늦게 발생하는데 이러한 원인으로 폐경 전의 여성호르몬이 위험인자를 방어하는 인자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연구들에서 나이나 혈압의 정도분류만을 가지고 시행되었던 결과만으로는 여성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잘못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호르몬과 생물학적 관점에서 고혈압과 여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여성만의 독자성을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

이대동대문병원 순환기내과 신길자 교수

대한고혈압학회-메디칼트리뷴 공동특별기획 8

1913년 Janeway가 여성 고혈압의 임상적 차이점을 처음 기술한 이래로, 여성과 남성에서 본태성 고혈압의 병태 생리, 위험 인자 그리고 치료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대부분의 고혈압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고혈압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인자가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시의 전자간증이나 경구 피임약과 관련된 고혈압과 같이 여성에서만 발생하는 고혈압이 있으며, 여성은 남성과 비교하여 대략 10년 정도 심혈관계 질환이 늦게 발생하는데, 이러한 원인으로 폐경전의 여성 호르몬이 위험인자를 방어하는 인자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초기 성인기에서는 여성의 수축기 혈압이 낮은 반면 60세 이후가 되면 여성의 수축기혈압이 높아진다. 또한 맥압은 40세 이하에서와 달리, 55세 이상이 되면 여성의 맥압이 남성보다 높다.

이러한 원인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키가 작고, 맥박이 빨라 전체 혈관계에 미치는 심장-혈관 작용의 차이가 관여한다고 생각된다.

여성고혈압의 원인과 임상양상

여성에서 폐경기에 에스토로겐이 소실되면, 즉각적으로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으나, 혈관 벽이 딱딱해지고 이러한 변화 속도는 나이가 듦에 따라 여성에서 더 빨라, 여성의 수축기 혈압이 더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즉, 젊은 여성에서 보이는 낮은 맥압과는 반대로, 남성의 맥압보다도 더 높은 맥압을 지니게 되어, 50세 이상의 여성에서 수축기 고혈압(isolated systolic hypertension)의 유병률이 증가되어 있다.

맥압과 연관하여 고혈압을 이해함에 있어, 빈맥이 있는 젊은 여성은 수축기 혈압이 증가되기 때문에 고혈압을 진단함에 있어 주의하여야 한다(white coat hypertension).

Framingham 연구에 의하면, 수축기 혈압과 무관하게 이완기 혈압이 낮고, 맥압이 높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되어 있다고 보고하였다.

여성에서 나이가 듬에 따라 동맥의 탄성도가 감소하는 것은 여포 자극 호르몬(follicle-stimulating hormone)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되기도 하였고, 또한 유전적 인자 역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는 맥압이나 혈관벽의 경도와 연관이 있는 telomere가 나이가 듬에 따라 짧아지는데,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에 비해 telomere의 길이가 길어, 남성에서 telomere가 혈관 경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여성에서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계 질환의 발생률은 남성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되어 있으나, 폐경 후 여성에서는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폐경은 그 자체로는 분명 질병이 아니지만, 여성의 일생에서 호르몬 변화들로 인한 하나의 생리적 단계로 위험인자일 수 있다. (폐경시 거의 모든 여성이 대사적 변화를 경험하며, 준비되지 않은 채 가임기 동안에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들과 직면하게 된다).

여성에서 폐경기 이후에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소실되는 기전은 아직 정확히 모르나, 아마도 에스트로겐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물학적 인자들이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특이한 성별의 차이가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남성과 달리 나이든 여성에서 관찰되는 높은 맥압은 좌심실 비대의 증가된 유병률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맥압이 다른 혈압을 나타내는 지표들과 달리 뇌졸중, 심근경색증, 심혈관계 사망률과 모든 원인의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1972~1988년 12만 명 이상의 40-70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남성은 이완기 혈압이 90 ㎜Hg미만이거나 110 ㎜Hg 이상인 경우에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U-형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여성은 이완기 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직선의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성별에 따른 이완기 혈압과 수축기 혈압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여성 고혈압의 치료

역사적 배경에서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치료적 시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유일하게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였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항고혈압 치료에 대한 대규모 연구에서 이완기 혈압을 5.7 ㎜Hg 감소시키는 것은 뇌졸중의 위험도를 40% 감소시키고, 관상동맥질환을 8% 감소시켰으나, 이러한 효과는 남성에서 더 현저하였다.

1997년에 Gueffier 등은 각각 2만여 명의 여성과 남성에서 항고혈제 치료 효과를 비교한 대규모 연구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에 항고혈압 치료 효과가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여 주었다.

여성은 주로 뇌졸중의 위험도가 감소한 반면, 남성은 뇌졸중뿐만 아니라 관상동맥 질환에서도 예방 효과를 보여주었다. 

여성고혈압의 치료에 있어서 일반적인 차이점은 이뇨제는 고관절골절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고령의 환자에게 고려하여야하고, 부작용으로 여성에서는 저나트륨혈증이나 저칼륨혈증이 더 자주 오는 반면, 남성에서는 고요산혈증이 더 자주 온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로 인한 기침, 칼슘차단제로 인한 부종도 여성에서 더 흔하다.

향후 항고혈압제 치료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노화에 따라 수축기 혈압과 맥압의 증가는 여성과 남성에서 다르며, 이러한 차이가 치료 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CE-I)에 대한 효과가 여성과 남성에서 다르다고 보고 되기도 했다.

고혈압이 있는 남성과 여성은 내분비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체격과 노화에 따른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여러 인자들이 혈역학적(hemodynamics) 변화, 심박동수와 맥압의 조절, 심혈관계 위험 인자들에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발생시 경구피임약은 피해야

경구 피임약은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고혈압의 발생 위험은 사용 기간이 길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은 규칙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보아야 하며, 고혈압 발생시에는 다른 피임 방법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JNC 7 보고서에서는 권고하고 있다.

경구 피임약과는 달리, 8천여 명의 폐경기 여성에서 5.2년 동안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복합 호르몬 치료(hormone replacement therapy)를 하였을 때, 8천여 명의 대조군과 비교하여 혈압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임신과 고혈압

고혈압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임산부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이 있으므로 잘 관찰해야 한다.
 
임신시 고혈압 질환은 6-8%를 차지하며, 사산, 주산기 이환율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고, 고혈압이 있는 모체는 태반 조기 박리, 응고 장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뇌출혈, 간부전, 신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임신시 고혈압은 다음의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만성고혈압

임신전이나 임신 20주전에 진단되어진 만성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 ㎜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 ㎜Hg이상)으로 임신 중에 처음으로 진단된 것이다. 산후에도 지속되는 고혈압도 만성고혈압의 범주이다.

전자간증-전간증

보통 임신 20주 이후에 발생하며, 혈압상승과 함께 단백뇨가 동반된다. 증상으로는 두통, 시력장애, 복통, 혈소판감소, 간기능 장애등이 있으며 단백뇨나 고요산혈증이 있으면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단백뇨는 24시간뇨중 0.3g 이상의 단백질을 배설하는 경우로 일반뇨검사에서 +1 이상의 단백뇨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자전간증 증후군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표1]

[표1] 자전간증 증후군의 진단기준
 


전간증은 전자간등의 여성이 다른 원인질환 없이 간질을 일으킨 경우를 말한다.

만성고혈압에 동반된 자전간증

이 경우는 예후가 나쁘며 진단이 어렵기는 하지만 고혈압이 있는 여성이 임신 초기 즉 20주 이내에는 단백뇨가 없던 사람이 단백뇨가 발생한 경우나 20주 이전에 고혈압과 단백뇨가 있던 환자가 단백뇨의 양이 갑자기 증가되거나 혈압이 잘 조절되던 환자가 갑자기 혈압이 상승되거나 혈소판이 100.000/㎣ 이하, 간기능 효소치의 상승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성 고혈압

단백뇨없이 임신중반기 이후에 처음으로 고혈압이 발견된 경우로 비 특이적 진단명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전자간증후군이 있으나 단백뇨가 없는 경우나 전자간증후군이 없는 경우도 모두 포함된다.

이 경우는 전자간증으로 진행되지 않고 산후 12주에 혈압이 정상이 되면 임신성의 일과성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만성고혈압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초기 보고서에 의하면 심한(stage 3, 수축기 혈압 180 ㎜Hg이상, 이완기 혈압 110 ㎜Hg이상) 만성 고혈압을 가진 산모의 50%가량이 임신 1기에 태아 사망을 경험하며, 더불어 심각한 모체 사망률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나쁜 예후의 대부분은 전자간증의 합병증이 동반되어 있었다. 임신과 동반된 여러 고혈압의 치료는 모체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임신을 지속시켜 결국에는 건강한 태아 성장을 돕는다.  

임신시 가장 흔한 고혈압의 하나인 전자간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vasospasm, 응고계의 활성화, 용적이나 혈압 조절과 관련있는 humoral, autacoid systems의 이상,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유사 반응 등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최근 Savvidou 등은 전자간증의 임상증상이 발현하기 전에, 자궁-태반 혈류의 저항성이 증가되어있는 임산부에서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상이 동반되어 있다고 보고하였다.

전자간증은 허혈성 병리학적 변화가 특징이며, 태반, 신장, 간과 뇌에 영향을 미친다.
임신 20주 이후에 발생하는 전자간증(preeclampsia)은 새로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고혈압, 알부민뇨, 고요산증 그리고 때때로 응고 장애를 동반하며 초기에 태아가 사망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 전자간증은 정주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한 응급 치료나 입원,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항경련제 치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자간증을 다른 만성 고혈압이나 임신성 고혈압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데, 전자간증은 고혈압 이상의 전신 증후군(systemic syndrome)이며, 고혈압 이외의 다른 합병증들은 혈압 상승이 경미할 때조차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간증의 예방은 조기에 발견하여야 하며 수 시간내 또는 수 일내로 급속히 진행할 수 있으므로 집중적인 감시와 필요하다면 분만을 시켜야 한다. 분만의 적응증은 [표2]와 같다.

[표2]분만의 적응증
 

항고혈압약제가 경구투여가 불가능한 경우는 하이드라라진이나 라베타롤을 쓰며 소디움니트로푸루사이드는 4시간이상 사용시 태아에게 사이나나이드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표3]

[표3]약제별 특성
 

고혈압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하였을 때에는 모체와 태아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하여 추적관찰을 하여야 한다.

JNC-7 보고서에서 methyldopa, 베타 차단제, 혈관 확장제가 모체와 태아에게 모두 안전하게 권장되고 있는 약제이다.

Methyldopa는 7.5년의 추적 결과에서 장기간 복용의 합병증이 보고되지 않아, 임신시 항고혈압 치료의 일차 약제로 선호되고 있다.

베타 차단제는 임신 초기에 사용하는 것은 태아의 성장 지연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장기간의 추적 연구 결과들은 부족하다. 임신시 칼슘 차단제 사용에 대한 결과는 극히 제한적이며, 이뇨제 사용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는 태아 성장 지연, 양수 과소증(oligohydramnios), 주산기 신부전, 주산기 사망과 같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중이거나 가임여성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임신시 고혈압재발률 30%

임신 중 고혈압이 발생하였던 경우 다음 임신시의 재발율은 약 20 - 30%이다. 재발의 위험인자로는 임신초기 고혈압의 발생, 만성 고혈압의 병력, 출산 5주이상의 고혈압의 지속, 임신초기에 혈압의 상승 등이 있다. 전자간증이 있었던 경우는 고혈압의 발생이 훨씬 많다.

임신시 고혈압이 동반되었던 여성은 주산기동안 주의하여 재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향후 재임신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인자들에 관하여도 주기적으로 진단받아야 한다.
적절한 시기의 중재를 통하여 향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

수유기동안 고혈압약 복용 중단도 가능

경증의 고혈압산모가 수유하는 몇 달 동안은 고혈압약의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

그러나 모든 고혈압약제는 모유를 통해 배출되므로 메칠도파와 하이드라라진이 안전하며 베타차단제를 투여하여야 하는 경우는 프로프라놀롤이나 라베탈롤이 추천된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는 신생아의 신장에 약영향을 미치므로 금기증이 되며 이뇨제는 모유량을 감소시킨다.

여성위한 연구 계속돼야

여성에서 고혈압 진단시 맥압과 맥박수를 고려해야한다. 특히 폐경후 증가되는 고혈압을 비롯한 여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인자들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특히 임신시 고혈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진단, 치료 및 지속적인 중재는 모성 건강은 물론 건강한 다음 세대의 기틀이 된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를 통하여 여성과 고혈압의 많은 부분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삶의 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연구들에서 나이나 혈압의 정도 분류만을 가지고 시행되었던 결과만으로는 여성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잘못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향후 호르몬과 생물학적 관점에서 고혈압과 여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여성과 고혈압’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 본연의 여성만의 독자성을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