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가 경향을 보이는 위식도역류증(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의 개념과 분류에 관한 국제적인 의견일치가 2005년 세계소화기병학회(캐나다·몬트리올)에서 발표된데 이어 2006년에는 논문(Am J Gastroenterol 2006 101: 1900-1920)에도 게재됐다.

이 Montreal Definition of GERD(이하 몬트리올 정의)를 근거로 현재 소아 GERD에 관한 Global Definition(이하 소아 GERD 정의)이 작성 중이다. 소아 GERD 정의 작성에 참여한 일본 도호쿠대학 소아병태학 카토 세이치(도호쿠후생연금병원 소아과 부장) 교수로부터 작성의 의미와 과정에 대해 들어본다. 이 정의는 올해 8월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신뢰성 부족한 소아의 자각증상

식도에 위산을 비롯해 위내용물이 역류하면서 생기는 증상 또는 하부식도 점막장애를 포괄하는 질환 개념으로 GERD가 제창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이다.

이후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국제적으로도 GER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GERD의 증상이나 합병증을 이해하는데 혼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세계 18개국 43명 전문가가 모여 GERD 정의에 관한 세계적인 의견일치(컨센서스)로 정리한 것이 몬트리올 정의다.

가토 교수가 참여한 소아 GERD 정의는 몬트리올 정의에 근거하고 있으며, 소아 GERD에 관한 증상·증후 등에 대한 글로벌 의견일치를 만드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소아 GERD의 정의가 따로 필요한 이유에 대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몬트리올 정의에서는 특징적인 증상을 근거로 GERD를 진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말을 못하는 신생아는 물론 자각증상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는 소아에게는 몬트리올 정의가 소아 GERD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교수는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소아 GERD에 대한 인식은 소아과 의사들에서도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원래 소아, 특히 유아에서는 위와 식도가 연결돼 있는 분문의 기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 위식도 역류 현상은 자주 나타난다.

그 중에서 합병증을 동반하고 의학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만 GERD로 진단해 치료하고 있는데 소아 GERD에 관한 증거는 여전히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소아 GERD에 관한 증상, 증후 등에 대한 세계적 의견일치를 만들어 관련 연구를 발전시키나 진료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소아 GERD의 정의다.

이번 정의 작성에 위원장을 맡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소아과 필립 셔먼(Philip Sherman) 교수를 비롯한 9명의 위원 외에 몬트리올 정의에 핵심적 역할을 한 미국 위스콘신대학 소화기병학 니미쉬 바킬(Nimish Vakil) 교수가 컨설턴트로 참여, 총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Global Definition of Pediatric GERD Consensus Group,사진1)가 2007년 5월에 결성됐다.

투표권을 가진 8명의 위원에는 GERD를 포함한 소아의 상부소화관질환 분야에서 국제적 업적·실적을 보유한 소아소화기병학 전문가가 선출됐다.

지역별로는 북미 4명(미국 3명, 캐나다 1명), 유럽 2명(독일, 벨기에), 남미 1명(브라질), 그리고 일본 1명이다.

정의 작성에는 51건의 성명으로 구성된 몬트리올 정의와 동일한 작성 과정을 갖고 있다. 즉 토론, 성명서 수정, 투표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 성명을 결정하는 델피방법을 채택했다.

첫번째 회의는 2007년 9월에 토론토 교외 앨톤마을(사진)에서, 제2회 회의는 같은 해 12월에 런던에서 개최됐다. 제1회는 2일, 제2회는 3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논의를 거듭했다.

3개 연령군으로 분류

성명서 투표시 합의가 얻어지지 못한 경우에는 성명서를 수정한 후 재투표했다.

성명에 대한 투표는 첫번째 회의를 열기 전, 그리고 첫 번째와 두 번째 회의 중간에 각각 이메일로 1회씩 실시됐으며 총 4회 실시됐다.

투표시 평가는 6단계(Agree strongly, Agree moderately, Just agree, Just disagree, Disagree)로 실시됐다. 각 성명서의 증거는 증거의 질과 추천도에 따라 평가하는 Grade system을 이용해 5단계(High, Moderate, Low, Very low, Not applicable)로 평가했다.

“데이터베이스는 Medline, EMBASE, CINAHL를 이용하여 철저히 증거에 근거한 의견일치가 되도록 했다. 증거에 근거하지 않은 부분은 전문가 의견에 근거해 작성했다”(가토 교수).

또한 각 성명에 대해 8명의 신생아 전문의, 소아이비인후과 전문의, 소아외과 전문의, 일반소아과 의사 등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의견을 수렴했다.

한편 몬트리올 정의의 작성위원은 43명인데 비해 소아 GERD 정의에는 10명이 참여해 약 4분의 1이었다.

때문에 몬트리올 정의에서는 상위 3단계 평가가 3분의 2 이상 얻어졌을 때 의견일치로 보았지만 반면에 소아 GERD 정의에서는 상위 3단계가 75% 이상 차지하는 경우에 찬성한 것으로 했다. 75%에 못미쳤을 경우 성명을 수정하여 재투표하거나 삭제했다.

또한 성명서의 상당수는 3개 연령군, 즉 ‘신생아·유아(1세 미만)’ ‘유아·소아(1∼10세)’ ‘사춘기(11∼17세)’로 나누어 논의했다.

따라서 소아 GERD 정의에는 신생아·유아에만 관련한 성명도 있고, 3개 연령군에 공통되는 성명도 있는 형태다.

한편 상위 3단계가 75% 이상 차지해 찬성된 경우는 위원 8명 중 6명이 찬성한 셈인데 이 때문인지 원래 약 120개였던 성명서의 절반에 불과한 약 60개의 성명이 채택됐다.

치료관련 논의는 없어

몬트리올 정의에서는 ‘GERD 환자가 호소하는 야간 속쓰림이나 수면 장애는 프로톤펌프인히비터(PPI) 치료나 역류 억제수술로 상당히 개선된다’는 치료에 관한 성명서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소아 GERD 정의에서는 “정의일 뿐 가이드라인은 아니기 때문에 진단방법이나 치료에 관한 의논은 하지 않는다”는데 각 위원의 의견이 일치됐다.

스폰서 영향을 완전히 배제시키기 위해 약물에 표기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몬트리올 정의 작성 때처럼 회의 개최시에는 제약회사(AstraZeneca사)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지만 이러한 지원은 모두 제3자의 기관을 통해 실시됐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가토 교수는 설명한다.

더구나 두번째 회의 후 각 위원을 대상으로 메이커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었는지를 앙케이트 실시해 제약사들의 영향력을 배제시켰다. 이 결과 역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각 성명에는 여러가지 분석, 예를 들면 “8세 이하 소아가 호소하는 증상은 신뢰성이 낮고 GERD 진단이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초안이 집필 중에 있으며 위원들 간에 최종 원고를 정리하여 올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소아영양소화기간질환회의에서 발표 후 연내에 소화기병 저널에도 투고할 예정이다.

가토 교수는 “소아의 소화관질환에서 H.pylori감염증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과민성장증후군(IBS) 등의 기능성 질환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아 GERD에 대한 임상의사의 현장 인식은 높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소아 GERD 정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위원들 간에도 GERD에 관한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실감해 이 정의를 작성해야 하는 의미를 재확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