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쥔 CagA 단백질

Helicobacter pylori의 감염마커 중 하나로 CagA(cytotoxin-associated gene A) 단백질이 알려져 있다.

H.pylori에는 CagA를 생산하는 주(株)와 생산하지 않는 주가 있는데, 소화성궤양이나 위암의 환자에서 단리되는 H.pylori의 대부분이 CagA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병원 인자로서의 CagA의 의의가 임상역학적으로 주목됐다.

그러나 CagA를 생산하는 H.pylori가 궤양이나 위암과 관련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일본 홋카이도대학 유전자조절연구소 종양부문 하타케야마 마사노리 교수는 CagA와 암단백질 SHP-2의 관련성을 비롯해 CagA에 의한 위점막 표피세포의 폐쇄막(tight junction) 및 극성파괴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등 H.pylori감염에 의한 위암 발병의 단서를 잇달아 제시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교수로부터 일련의 연구 개요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위암 발병 관련 H.pylori는 cagA 유전자 가져

기존 H.pylori는 소화성궤양이나 만성위염 등 병태와의 관련성에 주목돼 왔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H.pylori와 위암의 관련성이 밝혀졌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H.pylori가 생산하는 CagA 단백질이다.

CagA 단백질을 코드하는 cagA 유전자는 H.pylori고유의 유전자가 아니라 DNA 가동성 유전인자 등의 전위성 유전인자를 통해 H.pylori게놈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H.pylori는 cagA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 CagA 단백질을 생산하는 주와 cagA 유전자를 갖지 않는 주로 양분된다.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H.pylori주의 대부분은 cagA 양성이지만 구미에 분포하는 주는 약 반수가 cagA를 갖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한편 위암환자에서 단리된 H.pylori는 거의 100%가 cagA 양성이다. 그러나 CagA와 위암이 어떻게 관련하는지 연결시킬만한 중요한 분자 기구는 지금까지 거의 해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타케야마 교수는 “해명의 첫 번째 단서는 1999∼2000년에 복수의 연구팀이 H.pylori가 자체 보유한 마이크로 주사침장치(IV형 분비기구)를 이용하여 CagA를 위점막 표피세포내에 직접 주입했다는 보고”라고 지적했다.

세균이 자기의 성분을 표적세포에 주입하는 예는 지금까지 일부만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세균은 독소로서 작용하는 저분자화합물을 넣어 표적세포에 급성 독성을 가해 아포토시스를 유도한다. 사람을 만성 감염시키는 세균에서 세균단백질이 직접 세포안으로 이행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은 H.pylori가 처음이다. 교수는 주입된 CagA가 위 표피세포내에서 무엇을 일으키는지를 검토했다.

인산화되어 SHP-2 암단백질과 결합

위표피세포내에 들어간 CagA는 우선 세포가 갖고 있는 효소에 의해 특수한 화학수식을 받는다. CagA 분자는 그 아미노산 1차 구조내에 Glu-Pro-Ile-Tyr-Ala (EPIYA) 모티프라는 특징적인 배열을 여러개 갖고 있다. 이 모티프 속의 Y(티로신)가 Src 패밀리티로신키나제에 의해 특이적으로 인산화된다.

Src는 고전적인 암 유전자로 유명한 src 유전자의 산물.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세포에 증식·운동·분화에 이상을 일으킨다.

인산화되면 CagA의 분자 구조의 일부가 변화하여 위 표피세포속의 특정 단백질과 결합장소가 생겨난다. 하타케야마 교수는 그 단백질이 티로신탈인산화효소(SHP-2:Src homology 2-containing protein tyrosine phosphatase 2)라는 사실을 2002년에 보고했다(Science 2002; 295: 683-686). 인산화 CagA와 SHP-2의 결합은 항원항체반응과 마찬가지로 특이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람 위점막 표피세포에 CagA를 주입하면 몇시간내에 세포운동능력의 항진을 동반하는 세포질의 뚜렷한 신장이 관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