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고지혈증은 각각 심혈관질환의 독립된 위험인자다.하지만 이 2개질환이 합쳐지면 위험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한편 공복시에 혈당과 지질이 정상이라도 식후에는 고혈당이나 고중성지방(TG) 혈증을 보이는 환자군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식후고혈당, 식후고지혈증 역시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양쪽의 배경에는 내장지방축적, 인슐린저항성, 초기인슐린 분비저하 등 공통적인 병태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식후 대사이상’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되는 경우도 많다. 식후 대사이상은 공복시 고혈당이나 고지혈증에 앞서 출현하는 경우가 많아 심혈관질환 예방을 감안한 조기치료의 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심혈관질환의 예방 관점에서 식후 대사이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치료해야 할지 일본 토호대학 요시노 하라(芳野原) 교수와 우츠노미야병원 모리 유타카(森 豊)씨에게 들어본다.

어떠한 병태인가

식후고혈당·식후고지혈증  모두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식후고혈당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라는 사실은 유럽 및 아시아의 역학연구 메타분석인 DECODE나 DECODA, 일본의 Funagata 스터디를 비롯한 여러 연구, 그리고 STOP-NIDDM 등의 개입시험을 통해 증거가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 대부분은 식후혈당치의 대체 지표인 식후 2시간 수치(OGTT)를 이용해 심혈관질환과의 관계를 검토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은 (1)심혈관질환 위험은 당뇨병 뿐만아니라 당뇨병 전단계(IGT)에서 이미 높아진다 (2)같은 경계형이라도 2시간치로 판정되는 IGT와는 달리 공복시혈당에서 판정되는 공복시혈당치(IFG)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유일하게 일상생활에서의 식후혈당치를 평가 대상으로 한 연구는 Diabetes Intervention Study(DIS)이며, 이 연구에서 식후고혈당이 실제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편 식후고지혈증과 심혈관질환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많은 지견이 나왔다. 총콜레스테롤(TC)이 정상치인 40∼69세 일본인 약 1만 1천명을 평균 15.5년 추적한 츠쿠바대학 연구팀의 성적이 그것이다(Am J Epidemiol 2001; 153: 490-499).

이에 따르면 식후 중성지방치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은 높아진다. 84mg/dL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상대위험은 85∼116mg/dL에서 1.67, 117∼167mg/dL에서 2.00, 168mg/dL 이상에서 2.86이었다.

심혈관사고와의 관련성을 직접 조사하진 않았지만 모리 부장 역시 식후고지혈증의 의미에 대해 흥미로운 지견을 발표했다.

2형 당뇨병 환자 67명에 독자적으로 만든 식사를 먹게한 뒤 공복시 및 식후 2시간 중성지방 수치에 따라 정상지혈증(공복시 150mg/dL 미만, 식후 200mg/dL 미만), 식후고지혈증(공복시 150mg/dL 미만, 식후 200mg/dL 이상), 공복시고지혈증(공복시 15mg/dL 이상) 등 3개군으로 나누어 비교, 검토했다.

그 결과, 공복시고지혈증 뿐만아니라 식후고지혈증 단계에서 이미 (1)리포단백질리파아제(LPL)가 저하(2)중성지방이 풍부한 리포단백질의 중간 대사산물인 렘넌트의 지표인 렘넌트양 리포단백질(RLP)-TG가 상승 (3)동맥경화의 유력한 비침습적지표인 경동맥중막중막두께(IMT)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나타났다[그림1] ].


혈당 변화가 내피기능 장애

식후대사이상에 의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식후고혈당에 대해 요시노 교수는 “혈관내피세포는 일산화질소(NO) 등의 생리활성물질을 생산 또는 분비함으로써 혈관을 이완·확장시켜 혈전형성을 차단시킨다 하지만 고혈당에 의한 산화스트레스 항진은 이러한 내피세포 기능을 방해하여 동맥경화를 야기시킨다”고 설명한다.

또 식후고혈당과의 관련성에서 최근 주목되는 것이 ‘글루코스 스파이크’라는 현상이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보다는 심하게 변화하는 상태가 내피세포 기능에 더 큰 장애를 준다고 보고됐다. 혈당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 상태가 반복되면 산화스트레스 없이도 내피기능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요시노 교수)

식후 고TG혈증에 리포단백질대사이상 속발

한편 식후고지혈증에 의해 심혈관질환이 증가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요시노 교수는 “식후 고TG혈증에 속발하는 일련의 리포단백질의 대사이상도 심혈관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1)LDL 입자(small, dense LDL)가 나타나기 쉬워진다. small, dense LDL는 산화를 받기 쉬워 산화 LDL가 되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심근경색을 합병한 2형 당뇨병환자의 76%는 small, dense LDL를 갖고 있었다. 교수는 “일본인한테는 LDL 콜레스테롤(LDL-C) 수치보다 LDL 크기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판정하는데 유용하다”고 지적한다.

(2)혈중에서 렘넌트를 제거할 수 없게 되면 혈중내에서 정체하여 동맥경화의 중요한 발생 요인이 된다. 렘넌트 입자는 산화변성되지 않고 마크로파지 바이러스에 먹혀 불안정 플라크를 형성한다.

(3)HDL 콜레스테롤(HDL-C) 저하도 발생하기 쉽다. 저HDL-C혈증 역시 동맥경화 발생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다.

이러한 small, dense LDL의 출현, 렘넌트의 정체, 저HDL-C혈증은 공복시 TG치보다 식후 TG치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교수는 식후고혈당과 식후고지혈증의 배경에는 나쁜 생활습관으로 인한 인슐린 작용부족이 공통점이라고 한다. 따라서 동맥경화가 진행되기 쉬운 병태를 형성하고 있다[그림2]. 다만 IV형 고지혈증 환자에서는 생활습관이나 인슐린작용과는 상관없이 식후고지혈증과 식후고혈당을 합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메타볼릭신드롬 겹쳐서 발생

모리 부장 역시 식후대사이상의 배경에는 생활습관과 관련한 메타볼릭신드롬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장은 공복시 혈당 125mg/dL 이하인 남성 575명[평균 47.7세, 평균 비만지수(BMI) 25.7kg/m2]에 OGTT를 실시했다. 내당능 별로 메타볼릭신드롬(NCEP-ATPIII 기준)의 빈도를 검토한 결과, 단독 IFG군에서는 28.5%인데 비해 단독 IGT군에서는 54.3%, IFG/IGT 합병군에서는 48%로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IGT 150명을 대상으로 OGTT시의 인슐린 곡선하 면적에서 인슐린반응을 4개군으로 층별화시키자 인슐린반응이 높은 군에서는 (1)내장지방면적이 크고 (2)혈중 아디포넥틴치가 낮고 (3)메타볼릭신드롬 구성인자가 많고 (4)메타볼릭신드롬의 빈도가 높다-는 사실이 나타났다[그림3] ].

부장은 “IGT로 대표되는 식후고혈당의 병태에는 메타볼릭신드롬이 겹쳐져 있다. 또한 식후고혈당 증례 중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특히 높은 경우는 당부하 후 인슐린분비 총량이 많은 형태”라고 고찰하고 있다.

식후고인슐린혈증도 중요한 요인

모리 부장은 또 OLETF(당뇨가 유발되는 유전적 장애를 갖고 있는)래트를 이용하여 식후 대사이상의 병태를 자세히 검토했다.

이 래트는 인슐린저항성, 내장지방축적, 고TG혈증, 혈압상승 등 사람의 메타볼릭신드롬과 매우 유사한 병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모리 부장의 검토에 의하면, 혈당치는 12주령에서는 IGT에 해당하는 수치였지만, 24주령에서는 2형 당뇨병의 수치로 진행했다.

또한 인슐린분비는 12주령째에 이미 초기 분비가 낮아져 지연 과잉경향이 나타났다. 24주령째에는 초기분비가 완전 사라져 전형적인 지연 과잉형태를 나타냈다.

하지만 약물요법을 통해 초기 인슐린 분비를 회복시키면 식후고혈당 뿐만아니라 식후 고TG혈증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견을 토대로 모리 부장은 “식후고혈당, 식후고지혈증, 식후고인슐린혈증이라는 식후 대사이상은 확실히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상태로 ‘메타볼릭도미노’라는 일련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내장지방의 축적이나 인슐린 저항성에 이어 인슐린 초기분비가 저하되고 나아가 식후고혈당, 식후고지혈증, 식후고인슐린혈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식후고혈당, 식후고지혈증은 각각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혈관내피기능에 장애를 유발한다.

한편 초기 인슐린분비의 저하에 따른 지연 과잉형태의 인슐린분비, 즉 식후고인슐린혈증은 내장지방의 축적을 더욱 진행시킨다. 이러한 요인은 모두 동맥경화 진행에 일조하는 것이다[그림4].
 

어떻게 치료할까

α-GI, TZD는 대규모 시험서 입증


식후대사이상의 병태의 원류에는 나쁜 생활습관이 있다는 점에서 생활습관의 개선이 치료의 대 전제조건이다.

IGT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약은 알파글루코시다제억제제(α-GI)다.

이 약은 STOP-NIDDM에서 심근경색 91%, 심혈관사고 49%를 억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α-GI는 장에서의 당질흡수를 지연시켜 식후 혈당이 높아지지 않게 한다.

요시노 교수는 “이외에도 렘넌트 분획의 감소, LDL 크기의 증대 등 식후고지혈증 개선효과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리 부장은 앞서 설명한 식후대사이상의 병태[그림4]를 감안해 식후대사이상에 개입하는 약물요법으로서 치아졸리진유도체(TZD), α-GI, 속효형 인슐린분비 촉진제(글리니드)을 들고 있다.

TZD에는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켜 식후고혈당이나 식후고지혈증을 개선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PROactive에서는 뛰어난 심혈관질환 억제효과가 밝혀지고 있다.

모리 부장 역시 2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TZD 또는 설포닐요소(SU)제를 6개월 투여하고 그 전후에 식사부하시험을 이용해 검토했다.

그 결과, 혈당치에 대해서는 식사 전후 모두 양쪽 약제의 개선 효과는 같았지만, 식후의 인슐린, TG, RLP-TG치 상승이나 식후의 유리지방산(FFA)치 저하는 TZD군에서만 개선됐다. 따라서 TZD가 식후대사이상의 치료제로서 유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슐린저항성 개선이라는 점에서 볼 때 고지혈증치료제인 피브레이트나 강압제인 안지오텐신II수용체 길항제(ARB)도 유력한 방법일 수 있다.

정상인 인슐린분비 재현하는 글리니드

한편 식후고혈당에 직접 작용하는 경구혈당강하제로 α-GI와 글리니드를 들 수 있다.
모리 부장은 상술한 OLETF 래트를 이용한 실험에서 양쪽 약제의 효과를 검토해 다음의 결론을 얻었다.

우선 초기 인슐린분비가 낮아지기 전부터 α-GI를 장기간 투여하면 노화에 따른 초기 인슐린분비 저하를 막아 식후 혈당상승도 개선됐다. 비투여 래트에서 나타난 췌도의 비대나 섬유화가 α-GI 투여 래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글리니드는 초기 인슐린분비기능이 사라진 당뇨병발병 단계에 있는 래트에서도 식사 직후 인슐린 분비를 급격하게 촉진시켜 식후고혈당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글리니드는 또 식후 중성지방치의 상승을 억제했다. 억제 기전으로는 (1)지방조직에서의 LPL를 증가시킴으로써 중성지방의 대사를 촉진시킨다 (2)식후에 인슐린을 급격히 증가시켜 문맥혈 속의 FFA를 일과성으로 저하시킨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글리니드는 SU제에는 없는 급격한 인슐린 초기분비 기능을 갖고 있어 췌장내 존재하는 세포군에 주는 부담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에서 모리 부장은 “α-GI의 적절한 투여법은 췌장내에 존재하는 세포군의 인슐린분비 예비능 유지를 위해서 인슐린 초기분비 저하가 심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과잉분비를 보이는 IGT 초기 단계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편 글리니드의 큰 장점은 정상인의 인슐린 분비패턴을 재현시키는 것이다. 과잉 지연형 인슐린분비는 동맥경화를 악화시키지만, 식사 직후 일과성이고 급격하게 나타나는 초기 분비인 경우에는 식후고혈당과 식후고지혈증을 함께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고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