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여성에서 더 큰 위험

서구에 비해 급성심근경색(AMI) 발병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주로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나 연구결과를 참고로 진료해 왔다. 하지만 고령화나 라이프스타일이 서구화되면서 AMI의 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각 나라별로 독자적인 증거에 근거한 예방·치료의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실시된 ‘급성관증후군에 대한 다시설공동연구(JACCS)’ 결과 일본인들의 AMI위험인자를 검토, 위험인자의 중요성이 서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Circulation Journal(2006; 70: 513-517)에 발표한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에서 일본의 연구결과를 참고해 본다.

전체적으로는 고혈압이 최대 위험인자

이 연구의 대상은 2002년 한해 발병한 AMI 증례 1,925명(남성 1,353명, 여성 572명, 평균 67.7세)이었으며 연령과 성별을 일치시킨 2,279명을 대조군으로 하여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MI의 독립적이고 유의한 위험인자는 고혈압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오즈비 4.80), 그 다음으로 당뇨병(3.44), 흡연(3.39), 가족력(1.84) 등이었다(그림1).

이 결과에 대해 구마모토대학 순환기내과 연구팀은 “서구에서는 흡연과 지질이상이 2대 위험인자이고 비만도 문제가 되지만 일본에서는 고혈압환자가 많고 서구만큼 중증 비만자가 적다는 점이 서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이라고 고찰했다.

호흡기질환서도 여성흡연 영향 커
 
심근경색의 발병률은 남성에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발병자의 70∼80%을 차지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과연 위험인자에도 성차가 있는지를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 남성에서는 고혈압이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였으며(오즈비 4.80), 흡연(4.00), 당뇨병(2.9), 가족력, 고콜레스테롤혈증(1.52)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여성에서는 흡연이(오즈비 8.22) 가장 강력한 인자였으며 이어 당뇨병(6.12), 고혈압(동5.04), 가족력의 순으로 나타나 위험인자 비중에도 성차가 있음이 나타났다(그림2).

고 콜레스테롤혈증에 대해서는 여성에서 유의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보아도 P=0.04로 위험인자로서의 비중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심근경색의 급성기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는 점이 이번 연구방법의 한계”라며 인정했다.

하지만 65세 이하의 증례(남녀)를 대상으로 할 경우 P<0.001로 강력한 위험인자가 되기때문에 고콜레스테롤 혈증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자로 나타났다.

여성에서 흡연이 가장 유의한 위험인자가 된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기관지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같은 호흡기질환에서는 흡연의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에서 크다고 알려져 있어 심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마찬가지로 보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및 현재의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각각 남녀로 나누어 순환기질환 사망률을 비교한 국민영양조사데이터 결과, 남성에서는 현재 흡연자의 사망률은 비흡연자의 1.5배지만 여성에서는 과거 흡연자였어도 약 2.5배, 현재 흡연자에서는 약 3배로 높아져 여성은 흡연에 의한 악영향을 받기 쉬운 것으로 시사됐다.

폐경 전부터 라이프스타일 관리해야

이처럼 급성심근경색(AMI)의 위험인자별 비중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확인한 연구팀은 성차를 고려한 허혈성심질환의 위험관리 및 예방법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심근경색의 독립 위험인자인 고혈압, 흡연,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모두 편식이나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관련한다. 따라서 허혈성심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위험관리에 약물요법을 추가하여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습관의 개선방법에는 기본적으로 남녀에 차이가 없다. 다만 여성의 경우 폐경후 허혈성심질환이 급격히 발병하기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폐경전부터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연구팀은 “특히 임신 중에는 엄격한 체중관리가 필요하며 분만 이후에도 계속해야 한다. 또한 흡연은 여성 심근경색의 가장 유의하고 강력한 위험인자인데다 순환기질환 뿐만아니라 암에 의한 사망위험도 증가시킨다”고 지적하고 최근 젊은여성에서 증가하는 흡연율을 막는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난치성 관연축성 협심증에 ERT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인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여성의 경우 유의하진 않지만 65세 이하의 남녀 증례에 한정시키면 유의하고 강력한 위험인자다. 연구팀은 “성별을 불문하고 생활습관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남녀 모두 심근경색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에서는 폐경 후 10년째부터 심근경색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는 내인성 에스트로겐이 저하되어 동맥경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실시된 WHI 시험이나 HERS 시험에서는 폐경후 여성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보충요법(ERT)에 의한 심근경색의 초발, 재발예방 효과가 검토됐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분석대상자가 고령자라서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에스트로겐에는 스타틴만큼의 예방효과가 없다는 점이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어 여전히 사용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허혈성심질환 중에서도 관연축성협심증이 많기때문에 연구팀은 폐경 전후에 칼슘길항제나 질산제 등의 약물요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난치성 관연축성협심증 또는 비심장성 흉통증후군에 ERT을 추가한 결과 개인차는 있지만 기대 이상의 증상완화 효과를 얻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DHEA보충요법이 동맥경화 억제

남성에서는 허혈성심질환 이환율이 높고 남성 자체가 동맥경화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의 전 물질인 부신유래 스테로이드호르몬인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에 주목하고 있다.

남성에서는 DHEA가 20세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여 동맥경화나 심부전환자에서는 같은 나이의 정상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경도의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보인 남성(평균 54세)을 대상으로 저용량 DHEA보충요법을 한 결과 내피의존성 혈관확장반응 및 인슐린감수성 개선, 플라스미노겐인히비터액티베이터(PAI)-1농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림3). “DHEA 여러 작용이 합쳐져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시킬 가능성이 있어 DHEA 보충요법은 남성의 장래 허혈성심질환 발병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허혈성심질환의 발병에 남녀 각각의 성호르몬이 관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허혈성심질환의 발병은 성호르몬의 문제만으로 볼 수는 없기때문에 연구팀은 “궁극적으로는 성염색체가 남녀마다 달라 유전적 요인분석까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