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병치료 새 타깃

비만과 골격근이나 간 등으로 중성지방이 축적되면서 일어나는 인슐린 저항성은 2형당뇨병의 기반을 이루는 병태다. 최근 비만과 당뇨병을 동시에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분자 AGF(angiopoietin related growth factor)가 일본 게이오대학 오이케 유이치(尾池雄一) 교수와 아스텔라스제약의 공동연구에서 제시됐다. AGF는 혈관신생인자인 안지오포에틴 유사 분자로서 발견됐으며, AGF가 결손된 마우스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AGF 과잉발현 마우스에는 고지방식을 먹여도 비만해지지 않고 인슐린 감수성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Nature Medicine 2005;11:400-408). AGF의 항비만·항당뇨병의 새 치료약물로서의 가능성과 그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사성증후군 표현형 보이는 AGF결손 마우스

AGF는 간에서 혈중으로 분비되는 단백질로 오이케 교수에 의해 2003년에 최초로 보고됐다.

현재 안지오포에틴 패밀리에 속하는 분자(Ang1~4)는 모두 혈관내피세포에 강하게 발현하는 Tie2수용체를 거쳐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연구팀은 새로운 혈관신생인자를 찾아보기 위해 안지오포에틴과 유사한 분자의 클로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안지오포에틴 구조와 유사한 새로운 6종류의 분자를 클로닝하는데 성공했다. 이 새로운 분자들은 안지오포에틴의 수용체인 Tie 패밀리(Tie 1, Tie2)와는 결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안지오포에틴양 인자(angiopoetin like protein:Angpt1)로 이름붙였다.

AGF(AGF는 단백질 이름으로 유전자이름은 Angptl6으로 표기)는 이 중 하나다.

간에서 분비돼 전신을 순환하는 AGF는 원래 혈관신생작용 뿐만아니라 피부증식작용도 갖고 있어 창상 치유촉진 작용도 동시에 담당하는 분자로 보고됐다(Proc Natl Acad Sci, USA 2003; 100:9494-9499).

교수는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고 있는 AGF의 기능을 좀더 자세하게 조사하기 위해 AGF결손마우스나 AGF과잉발현 마우스를 만들어 검토를 실시했다.

AGF호모결손(Angpt6-/-)마우스의 약 80%는 혈관형성 부전 때문에 자궁 속에서 사망한다.

그러나 살아남은 20% 마우스에 일반 먹이를 주면 먹이섭취량은 야생형 마우스와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웅 구별없이 생후 12주경부터 급격하게 비만해지고 피하와 내장지방이 뚜렷하게 축적됐다[그림1].

이러한 마우스에는 당대사이상(고혈당, 고인슐린혈증, 내당능저하, 인슐린저항성 항진),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고유리지방산혈증)이 나타나며, 메타볼릭신드롬같은 표현형도 나타났다.

직장온(rectal temperature), 산소소비율도 야생형보다 뚜렷하게 낮아 AGF결손 마우스는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비만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여분의 에너지 섭취에 대해 열생산이나 에너지 소비를 항진시켜 비만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로는 갈색지방조직과 골격근이 주목되고 있다.

AGF결손 마우스에서는 이러한 장기에서 에너지 대사조절에 관련하는 PPAR, PCG-1, 탈공역단백질(UCP) 이라는 분자의 발현이 낮아지고, 생체에서 AGF가 없다는 사실이 이들 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쳐, 에너지 소비를 저하시키고 뚜렷한 비만병태를 초래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오이케 교수는 AGF과잉발현 마우스도 검토했다.

검토 목적에 대해 교수는 “최근의 역학 연구에서는 조직에서 혈관 분포가 조잡해지면 비만을 비롯한 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래부터 AGF는 혈관신생 조절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AGF의 결손으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뚜렷하게 유발되는 것이 실제로 AGF결손에 따른 직접적인 작용인지 혈관망 형성 불량에 따른 2차적 작용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향후 이 점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에너지 소비 항진

AGF과잉발현 마우스는 CAG(β-actin promoter with cytomegalovirus immediate-early enhancer) 프로모터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이 프로모터는 표적분자를 체내 여러 조직에 발현시킬 수 있어 세계적으로 여러 연구자들에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AGF과잉 발현 마우스에서는 Angptl6가 특히 심장, 갈색지방조직, 골격근에서 높게 발현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순환 중인 AGF농도는 대조 마우스의 약 2배로 나타났다.

AGF과잉 발현 마우스와 야생형 마우스 사이에 출생시 체중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먹이도 거의 같은 양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생후 4주째부터 AGF과잉발현 마우스는 성별에 차이 없이 유의한(P<0.01)한 체중감소, 이른바 ‘마른’ 표현형이 나타났으며 평생토록 유지됐다.

야생형에 비해 피하, 내장지방 모두 중량이 줄어들었으며 지방세포의 크기는 훨씬 줄어들었다. 이것은 중성지방의 축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AGF과잉발현 마우스의 체중(지방)이 감소한 이유는 효소비율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갈색지방조직과 골격근의 에너지대사에 관련하는 PPAR, PGC-1, UCP의 각 분자가 AGF결손 마우스와는 반대로 유전자발현이 항진했다는 점에서 볼때 생체에서의 에너지대사 항진 탓인것으로 보인다.

또 AGF과잉발현 마우스의 골격근의 모세혈관수는 야생형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점 역시 골격근에서의 열생산이나 지질대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으로 생각됐다.

비만, 당대사도 개선

최근 지방조직은 아디포사이토카인으로 총칭되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아디포넥틴과 렙틴은 인슐린 감수성에 작용하는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AGF과잉 발현 마우스에서는 인슐린 감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혈청 렙틴수치는 야생형 마우스보다 크게 낮은데다(P<0.01) 혈청 아디포넥틴 수치는 야생형과 유의차가 없었다.

이는 AGF과잉발현 마우스의 인슐린 감수성 증가가 이러한 아디포사이토카인의 작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 AGF의 직접적인 작용때문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생후 8주째에 32%의 지방을 넣은 고지방식으로 먹이로 바꾼 결과, 12주 후 체중증가는 야생형이 21.86±4.03g인 반면 AGF과잉발현 마우스는 7.13±1.03g으로 과잉발현 마우스에서 체중증가 뚜렷하게 억제됐다.

또한 야생형 마우스의 피하와 내장에 지방 축적이 고도로 진행되는 반면 과잉발현 마우스에서는 피하·내장 모두 지방 축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 지질 프로필은 일반 먹이를 먹은 야생형과 유사했으며 혈청수치 역시 아생형과 유의차가 없었다. 하지만 혈장 인슐린치는 야생형보다 훨씬 낮았다.

오이케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AGF결손으로 인해 나타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의 항진은 혈관에 근거한 2차적 현상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AGF발현억제와 수용체 발견이 과제

고지방식을 1년간 먹여 체중을 50g 이상 증가시키고 대사성증후군같은 병태를 유발시킨 마우스를 2개군으로 나누어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주사한 다음 한쪽군에는 AGF, 다른 군에는 형광색소를 발현하는 단백질(GFP)을 투여해 대조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AGF군은 투여 후 4일경에 혈중 AGF농도가 대조군의 약 2.5배에 도달했으며 20일 후에는 체중이 뚜렷하게 낮아졌다. 동시에 내당능, 인슐린 감수성도 개선됐다[그림2].

이 데이터는 향후 AGE를 임상에 응용 여부를 고려하는데 주목할만한 결과다.

오이케 교수는 “우리는 이번 검토를 통해 AGF의 표적장기는 갈색지방조직과 골격근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가 AGF의 신호를 받아 에너지 소비를 항진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용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어 수용체 발견이 향후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AGF는 50kD의 매우 큰 단백질이기 때문에 실제 임상응용에서는 AGF 자체를 이용하는게 아니라 AGF의 혈중농도를 높이는 생체내 조절기구나 수용체 하류의 세포내 신호를 증가하는 물질이 신약의 타겟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AGF에 속하는 Angptl 패밀리에서는 이외에도 간에서 분비되어 지질대사에 관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Angptl3과 기아상태에서 간과 지방조직에서 분비되어 지질대사나 당대사에 관련하는 것으로 알려진 Angptl4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AGF는 간에서 분비되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대사와 당대사에 관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패밀리는 대개 체내의 대사항상성을 담당하는 분자군으로 추정되지만 향후 이들의 역할과 상호관계에 대한 분석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