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idence-based medicine(근거중심의학) 원칙에 근거하여 작년에도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 영역에서 다양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밝혀졌다. 최근의 대규모 임상시험은 baseline의 치료내용이 충실할수록 유의차가 나타나기 어려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VALUE, CAMELOT, PEACE, ACTION 등의 주요 대규모 시험에 대해서 일본 류큐대학 우에다(植田) 신이치로 교수에게 들어본다.

심근경색 리스트 감소엔 강압이 효과적

VALUE study(Valsartan Antihy-pertensive Long-term Use Evalua-tion) (Lancet 2004;363:2022-2031)는 고위험 고혈압환자 1만 5,245명을 안지오텐신II 수용체길항제(ARB)인 valsartan군과 Ca길항제인 amlodipine군으로 무작위로 나누고 혈압을 똑같이 낮췄을 때 valsartan이 amlodipine보다 심질환발병과 심질환사망의 억제효과가 우수한지를 검토한 것이다.

추적기간은 평균 4.2년으로 전세계 31개국에서 실시됐으며 작년에 가장 주목받았던 시험이다.

하지만 이 시험에서는 ‘강압효과가 같을 경우’라는 전제 조건은 달성되지 않았다. 또한 일차평가항목인 심장사(심장돌연사, 치명적 심근경색, 관상동맥 혈행재건과 관련한 사망, 심부전사망)와 심사고(입원이 불필요한 심부전, 비치사적 심근경색, 심근경색 예방을 위한 응급치료)에 유의차는 없었으나[그림1, P=0.49] amlodipine에 대한 valsartan의 우위성은 증명되지 않았다.

그림1.VALUE시험의 복합 1차엔드포인트인 Kaplan Meier곡선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 시험에서는 Serial Median Matching법을 이용한 분석결과가 Lancet 같은 호(2004; 363: 2049-2051)에 게재돼 있다.

우에다 교수는 이에 대해 “첫 6개월간의 사고 발생을 제외하곤 valsartan군에서 혈압조절이 비교적 나빴던 환자와 amlodipine군에서 혈압조절이 좋았던 환자를 제외시킨 것으로, 원래 RCT (randomised controlled trial)에서 피해야 할 selection bias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등록환자는 평균 67세, 46%가 관상동맥질환, 14%가 말초동맥질환을 병발하고 있었다. 뇌졸중이나 일과성 뇌허혈발작도 20%에서 나타났다.

등록 당시 90% 이상이 강압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wash out 기간을 두지 않았다. valsartan군(7,649명)은 80mg/day부터, amlodi-pine군(7,596명)은 5mg/day부터 투여를 시작했다.

시험시작 당시의 평균 혈압은 valsartan군이 154.5/87.4mmHg, amlodipine군 154.8/87. 6mmHg였으며, 시험 종료시에 각각 139.3/79.2mmHg, 137.5/77.7mmHg로 강압목표인140/90mmHg에 도달했지만, 강압도는 amlodipine군에서 유의하게 컸다(P<0.0001).

특히 시험시작 1개월 후 amlodipine군에서 나타난 강압 정도는 valsartan군과 4.0/2.1mmHg의 차이를 보였다.

2차 평가항목의 치사성·비치사성 심근경색은 amlodipine군에서 유의하게 적었다[그림2, P=0.02]. 뇌졸중도 유의하진 않았지만 amlodipine군에서 적은 경향을 보였다(P=0.08).

그림2.VALUE시험에서의 전체 심근경색(이차평가항목)의 Kaplan Meier곡선
 
한편 valsartan군에서는 심부전의 발병 예방효과가 우수한 경향을 나타냈다(P=0.12).

또한 나중에 검토 항목에 추가된 당뇨병의 신규 발병은 추가 분석의 느낌이 들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객관성도 부족했지만 valsartan군에서 유의하게 적게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P=0.0001).

beyond blood pressurelowering effect 입증안돼

앞서 설명한 것처럼 valsartan은 강압효과를 웃도는 심질환 발병억제 작용에 기대가 모아졌다.

반면 amlodipine의 경우 강압효과는 뛰어났지만 기초적 연구에서 특이적인 심장 보호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VALUE 시험에서 비교약제로 선택된 것이다.

결과는 valsartan에서 기대됐던 이른바 beyond blood pressure lowering effect이 입증되지 못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고혈압환자에는 신속한 혈압 조절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VALUE 시험에는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 4년 등 시험기간 마다 약제 투여군간의 혈압차, 일차평가항목, 이차평가항목, 총사망 오즈비(odds ratio)도 제시돼 있다.

우에다 교수는 이 점에 대해 “VALUE 시험을 비롯한 RCT는 등록환자를 무작위로 나눈 시점에서 사고 발생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증하는 방법이지 결코 기간별 사고건수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과는 사고 발생이 amlodipine군에서 느리게 그리고 valsartan군에서는 빨리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결코 장기간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니다. 또한 사고 발생이나 탈락으로 인해 일정한 시험기간에서 발생하는 사고 발생 위험은 이미 달라진 상태이며, 그 시점 마다 환자 배경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일정 시험기간 마다 오즈비를 이용한 비교는 RCT 원칙에 입각해 볼 때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Staessen 등은 최근 Syst-Eur 연구처럼 위약과 비교했을 때 분명히 차이나 나는 경우에도, 기간별 분석에서는 VALUE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고했다[Lancet 2004; 364: 931, 그림3].

그림3.시험기간마다 나타난 수축기혈압의 차이와 사고의 odds ratio
 


VALUE 시험의 프로토콜에 대해 우에다 교수는 “강압 효과가 없으면 amlodipine을 5mg에서 10mg으로, valsartan을 80mg에서 160mg으로 증량시키고, 그래도 효과가 얻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뇨제인 하이드로크로로티아자이드를 12.5mg과 25mg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임상약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valsartan은 80mg러 강압효과를 얻을 수 없다면 이뇨제를 추가하는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강압하면 관상동맥 혈행재건율 감소/ACTION 시험

관상동맥질환 영역에서는 ACTION(A Coronary Disease Trial Investigating Outcome with Nifedi-pine GITS)의 결과가 유럽심장병학회(ESC)에서 보고됐다.

35세 이상의 증후성 안정협심증환자 7,665명을 장시간 작용형 Ca길항제 nifedipine GIT(gastroin-testinal therapeutic system)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어 사망, 심혈관사고(급성 심근경색, 치료 저항성 협심증, 심부전의 신규 발병, 후유증을 보이는 뇌졸중, 말초혈관 혈행재건)를 일차평가항목으로 하여 유효성을 검토했다.

Ca길항제는 협심증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임상적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장시간 작용형 Ca길항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한 시험은 ACTION study가 처음이다.

Nifedipine GITS는 30mg/day부터 시작하여 6주 이내에 60mg/day까지 증량하고 평균 4.9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혈압은 nifedipine GITS군에서 유의하게 저하했다(P<0.0001). 유효성의 일차평가항목, 안전성의 일차평가항목(사망, 심근경색, 후유증을 보이는 뇌졸중) 모두 실약군과 위약군에 유의차는 없었다.

하지만 nifedipine GITS군에서 신규 심부전 발병이 유의하게 감소했다(P=0.015). 또한 관혈관조영검사의 필요성과 관상동맥우회로술(CABG)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각각 P<0.0001, P=0.0021, 그림4].

그림4.ACTION시험 일차평가항목의 Kaplan Meier곡선

 

Ca길항제를 사용한 임상시험으로는 지난달 JAMA에 발표된 CAMELOT(Comparison of Amlodi-pine vs Enalapril to Limit Occurrenc-es of Thrombosis) study가 있다(JAMA 2004; 292: 2217-2226).

이 시험은 혈압이 정상인 관상동맥질환자의 심장사고를 억제시키는데 Ca길항제와 ACE억제제 둘중에서 어떤게 효과적인지를 검증한 것이다.

등록환자는 1,991명, amlodipine군, ACE억제제인 enalapril군, 위약군 3개군으로 무작위로 나누고 24개월간 추적했다.

환자등록 당시의 조건은 관상동맥조영결과 20% 이상 협착을 보이고, 확장기혈압이 100mmHg 이하인 경우로 했다.

전체 환자의 baseline시 혈압은 평균 129/78mmHg였다. Amlodi-pine 10mg 또는 enalapril 20mg을 투여하자 혈압강하 수치는 각각 4.8/2.5mmHg, 4.9/2.4mmHg로 거의 같은 강압효과를 나타냈다(대 위약 P<0.001). 위약군의 혈압은 반대로 0.7/0.6mmHg 증가했다.

일차평가항목은 심혈관사망과 심혈관사고였으며 실약군간에 유의차는 나타나지 않았다(P=0.1).

심혈관사고 발생률은 위약군에서 23.1%였다. Amlodipine군은 16.6%로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감소했다(P=0.003). Enalapril군의 심혈관사고 발생률은 20.2%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감소 경향을 나타냈다(P=0.16).

또한 274명에 혈관내 초음파(IVUS)를 이용하여 서브 분석한 결과, amlodipine군에서만 동맥경화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미국심장협회(AHA)학술대회에서 발표된 PEACE (Prevention of Events with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ion, N Engl J Med 2004;351:2058-2068) study는 좌심실기능이 정상적이거나 약간 저하되고, 안정된 관상동맥질환자의 통상적인 치료에 ACE억제제를 추가할 경우 어떠한 치료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한 시험이다.

평균 연령 64세 환자 8,290명을 ACE억제제인 trandolapril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나누고 trandolapril을 하루 2mg부터 시작하여 4mg까지 증량시키고 평균 4.8년 추적했다. 등록당시 환자의 평균 혈압치는 133/78 mmHg, 평균 좌심실 박출률은 58%였다.

결과적으로 일차평가항목(심혈관사, 비치사성 심근경색, 관상동맥 혈행재건)의 발생률은 실약군 21.9%, 위약군 22.5%로 양쪽군에 유의차는 없었다(P=0.43).

이 시험의 등록환자는 등록 전에 72%가 관상동맥 혈행재건술을 받았으며, 70%는 항고지혈증약을 투여받고 있었다.

이 연구 결과에서는 좌심실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환자에서는 통상 치료에 ACE억제제를 추가해도 별다른 이득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관상동맥 혈행재건율이 대규모 임상시험평가항목

우에다 교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등록환자는 당시 최선의 치료를 받은 상태에서 시험약 투여군이나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어야 하는데,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작년에 발표된 ACTION, CAMELOT, PEACE 시험은 모두 baseline시의 치료내용이 HOPE 시험에 비해 충실했다[].

표.최근 발표된 대규모임상시험의 베이스라인 당시의 치료약제와 그 비율
 
2000년에 보고된 HOPE 시험은 baseline시 β차단제, 항고지혈증약이 각각 40% 미만과 30% 미만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또 2003년에 보고된 EUROPA 시험에서도 항고지혈증약은 58%에서만 사용되고 있었다.

반면 특히 ACTION 시험에서는 등록 당시 β차단제가 80%, 항고지혈증약이 68%, 아스피린이 86%에서 사용됐다. PEACE 시험 역시 β차단제는 60% 정도였지만 항고지혈증약이 70%, 아스피린은 91% 사용되고 있었다.

CAMELOT 시험은 원래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데다 연령층도 비교적 젊어 β차단제 사용은 2개 시험보다 적었지만 항고지혈증약은 83%에 사용됐다.

HOPE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ACE억제제인 라미프릴을 투여하여 심혈관사망과 심혈관사고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결과를 보여준 연구다(대 위약 P=0.001).

EUROPA 시험은 관상동맥질환자를 대상으로 ACE억제제인 perindopril의 유효성을 검증한 것으로, 심혈관사망과 심혈관사고를 2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ACE억제제를 이용한 PEACE 시험에서는 위약과 유의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수는 비교적 위험이 높은 관상동맥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ACTION, 비교적 위험이 낮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CAMELOT에서 위약조가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장시간 작용형 Ca길항제는 협심증을 포함한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약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baseline시의 치료내용이 좋다면 시험약에서 유의차가 나타나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향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ACTION 시험 및 CAMELOT 시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관상동맥질환 영역에서 PCI나 CABG에 의한 혈행재건술 실시 횟수가 얼마만큼 줄었는지도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