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일부의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 당뇨병성 혼수(케토아시도시스)로 인한 사망사례가 보고되면서 긴급 안전성 정보가 나오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정신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항정신병약에 의한 당뇨병 발병위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망사례에서처럼 당뇨병과 정신질환은 치료약이나 병태면에서 관련성이 높다. 당뇨병은 국민병으로 일컬어질만큼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고,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역시 현대 사회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양쪽 질환을 합병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는 내과의사와 정신과의사의 공통된 중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토쿄대학 당뇨병·대사내과 카도와키 타카시 교수와 CNS(중추신경계)약리연구소 쿠라사키 미츠구니 소장(일본 키타자토대학 명예교수)으로부터 정신과의사와 내과의사의 협진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정신분열증·우울증과 당뇨병의 관련 원인

당뇨병과 정신질환은 어느정도로 합병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한 대규모 조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도와키 교수, 쿠라사키 소장은 모두 자신의 진료경험에서 볼때 당뇨병환자에는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이 매우 높게 나타나며,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환자에도 역시 비만이나 당뇨병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쿠라사키 소장은 최근 해외에서 발표된 조사을 인용,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2형 당뇨병 유병률은 일반인의 2∼7배라고 밝혔다.

당뇨병과 정신분열증 그리고 우울증은 높은 비율로 합병되는 것일까. 정신분열증에 대해 쿠라사키 교수는 “당뇨병과는 공통되는 성인(成因)이 있다고 보진 않지만 정신분열증의 병태 중에 체중이나 혈당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잠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정신분열증환자에서는 환각, 망상, 흥분상태 등의 양성 증상과 함께 자발성·행동의욕의 저하라는 음성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음성증상에 동반되는 신체활동량은 낮아진다.

또한 질병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당뇨병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고 식사제한 등 적절한 생활습관을 이해하기가 어려워 비만이나 당뇨병이 되기 쉬워지는 것이다.    

한편 우울증과 당뇨병의 관련에 대해 카도와키 교수는 “당뇨병환자는 식사량 제한, 정기적인 인슐린측정이나 자가 인슐린주사, 합병증에 대한 공포감 등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우울상태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울병이나 우울상태가 되면 식습관이 흐트러지고 신체활동량도 낮아진다. 이에따라 치료순응도도 낮아지는 등 우울증이 당뇨병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며 양쪽 질환 사이에 악순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우울증 치료가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되고 당뇨병치료를 통해 우울증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카도와키 교수)
아울러 우울증과 당뇨병 사이에는 이러한 상호작용 외에 공통적인 성인이 존재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다분비나 세로토닌의 부족도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3환계 항우울제가 식욕·갈증 유발

이처럼 정신분열증, 우울증의 병태는 당뇨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정신질환 치료약도 체중이나 혈당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은 당뇨병을 일으키기 쉬운 이중(二重)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 치료약으로 널리 사용되는 3환계 항우울제는 히스타민 H1수용체나 무스카린 M1수용체를 억제시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H1수용체의 억제는 식욕항진을, M1수용체의 억제는 갈증을 유발시켜 청량음료 등을 많이 마시게 하는 등 모두 비만이나 당뇨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3환계 항우울제에 의한 혈당상승 작용은 비교적 경미해서 비정형 항정신병제에서 나타나는 당뇨병성 케토아시도시스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쿠라사키 소장은 말한다.

한편 항우울제 중에서도 최근 개발된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나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재흡수억제제(SNRI)에는 H1수용체나 M1수용체의 활성을 억제시키지 않기때문에 당뇨병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약제는 해외에서는 과식증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비정형 항정신병약에서 비만·당뇨병위험 높아

당뇨병에 좀더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최근에 등장한 비정형 항정신병약(atypical antipsy-chotics)을 들 수 있다.

쿠라사키 소장에 의하면 기존 정신분열증의 치료에 사용돼 온 정형 항정신병약은 도파민 D2수용체를 차단시켜 정신분열증의 여러 병상을 개선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파킨슨씨증후군이나 근육긴장 등의 추체외로계 증상을 일으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효과와 부작용을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비정형 항정신병약은 도파민 D수용체에 대한 차단작용 외에 세로토닌 5-HT수용체에 대한 길항작용도 같이 갖고 있다.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양쪽 모두에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정형 항정신병약에 비해 추체외로계증상이 적어 정신과 영역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약제였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는 리스페리돈(risperidone), 쿠에티아핀(quetiapine), 올란자핀(olanzapine), 클로자핀(clozapine), 지프라시돈(ziprasidone) 등 4가지 약물이 있다.

이 중 올란자핀과 쿠에티아핀은 지난 2001년 일본에 도입되자마자 당뇨병성 케토아시도시스로 인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듬해 긴급 안전성 정보가 제출됐다.

현재 올란자핀과 쿠에티아핀은 당뇨병 및 당뇨병 기왕력을 가진 환자에는 금기이며 비정형 항정신약 전반에 대해서 혈당치를 고려해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비정형 항정신병약때문에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해외에서도 보고된 적이 있다.

치료 중인 정신분열증환자 1만 9,637명 가운데 당뇨병을 일으킨 451명과 비발병례 2,6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국의 증례대조연구에 의하면, 올란자핀 복용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조정 후 odds ratio)은 항정신병약 비복용자를 1로 했을 때 5.8, 정형 항정신병약 복용자를 1로 했을 때에는 4.2로 모두 유의하게 높아졌다.

한편 리스페리돈 복용자에서는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지 않았다[표1].

1.비정형 항정신병약에 의한 당뇨병위험
 
 올란자핀의 시판 후 조사를 통해 중간 분석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422명을 평균 3.8개월 관찰한 결과, 체중이 평균 2.3kg 증가했으며 5kg 증가한 경우가 168명(18.3%)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찰 당시에 비당뇨병이었던 404명 중 12명(3.0%)이 관찰 중에 고혈당이 지속되어 당뇨병으로 진단된 증례는 4명(1.0%)이었다고 한다.

뇌속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 달라

똑같은 비정형 항정신병약이라도 어째서 쿠에티아핀, 올란자핀에만 사망례가 나올 정도로 혈당이 상승하는 것일까.

쿠라사키 소장은 “당뇨병 유발 위험은 비정형 항정신병약 뿐만아니라 항정신병약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쿠에티아핀, 올란자핀에서는 특히 그 작용이 강하다.

그 원인은 히스타민 H1수용체, 무스카린 M1수용체, 세로토닌 5-HT2C 수용체 등 식욕 항진이나 갈증을 유발하는 뇌속의 각종 수용체에 대한 친화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표2].

표2.신세대형 항정신병약과 뇌속 수용체의 결합친화성
 
정신병약에도 히스타민 H1수용체나 무스카린 M1수용체에 대한 억제 활성이 있지만 비정형 항정신병약인 쿠에티아핀, 올란자핀은 이외에도 세로토닌 5-HT2A, 5-HT2C 수용체에 대한 억제 작용도 갖고 있다.

한편 비정형 항정신병약 중에서도 리스페리돈은 세로토닌 5-HT2A 수용체에 대한 억제 작용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 혈당이 높아지는 이유는 주로 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로 인해 인슐린저항성이 항진됐기때문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인슐린 작용을 직접적으로 억제시켰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카도와키 교수는 “현재로서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청량음료 케토시스에 요주의

비정형 항정신병약에 의해 체중이나 혈당이 높아지더라도 고혈당에 의해 케토아시도시스가 되는 증례는 매우 드물다. 카도와키 교수는 이러한 증례에서는 청량음료 케토시스(패트병 증후군이라고도 한다)의 병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그림].

그림.비정형 항정신병약에 의한 고혈당발병 메커니즘과 예방(카도와키 교수 작성)
 

교수에 의하면 케토시스는 고도의 인슐린작용 부족(인슐린분비 저하, 인슐린저항성)으로 발생하지만 인슐린작용이 부족해지면서 고혈당이 지속되면 이른바 당독성에 의해 인슐린 작용 부족이 악화되어 케토시스가 더 쉽게 발생한다.

또한 (2)고혈당은 탈수나 침투압을 통해 갈증을 일으켜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게 하여 고혈당을 더욱 악화시킨다. 고혈당의 악화는 당독성을 초래하며 동시에 갈증을 더욱 촉진시킨다.

이처럼 청량음료 케토시스의 병태에는 이중의 악순환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뇨병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 청량음료를 먹는데 얼마간 자제력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분열증환자에서는 당뇨병을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게 된다.

또한 정신분열증의 병태나 비정형 항정신병약이 유발하는 과식으로도 이러한 악순환은 촉진된다. 게다가 비정형 항정신병약은 고혈당을 유발하지 않고도 갈증을 일으켜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게 한다.

따라서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복용 중인 정신분열증환자에서는 청량음료 케토시스의 위험이 높다고 생각된다.

한편 청량음료 케토시스의 발병 기전에는 유전적 원인에 따른 개인차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교수는 지적한다. 아직 충분히 해명되진 않았지만 당뇨병의 유전적 요인이 강한 사람이거나 유전적으로 비정형 항정신병약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운 사람에서는 케토시스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된다.

특히 케토시스의 발현에는 당뇨병의 유전적 원인 중에서도 인슐린 분비의 저하가 관여하고 있다고 교수는 지적한다.

“일본인의 경우 인슐린 초기 분비능이 서구인의 절반 정도로 생각되는 만큼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복용중이라면 케토시스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카도와키 교수)

비정형 항정신병약에 의한 당뇨병성 혼수는 예방가능

이비정형 항정신병약 복용으로 인한 케토시스는 피하기 어려운 부작용처럼 보이지만 카도와키 교수와 무라사키 소장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쿠라사키 소장은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처방할 때는 혈당과 체중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긴급 안전성 정보가 나온 후에 발생한 케토아시도시스 사망례에서는 긴급 안전성 정보에 기재된 혈당 측정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 중에 체중이나 혈당치가 높아졌을 경우에는 당뇨병 전문의와 함께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약제를 변경해야 하지만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신분열증 급성기에서 당뇨병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 중에서도 비교적 당뇨병위험이 적은 리스페리돈 등으로 치료를 시작하는게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인슐린 분비능도 평가해야

한편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작년 비정형 항정신병약 복용자의 비만과 당뇨병의 예방차원에서 모니터링의 프로토콜을 발표했다[표3].

표3.미국당뇨병학회가 밝힌 비정형 항정신병약 복용자에 대한 모니터링 프로토콜
 
여기에 HbA1c를 추가하면 유용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교수는 그러나 정신분열증환자가 케토시스에 이르는 병태(그림 참조)를 고려하면 인슐린 초기 분비능을 평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슐린 초기 분비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당부하시험(OGTT)을 실시하고 30분 후의 인슐린 분비량을 혈당상승량으로 나눈 수치가 지표가 된다.

0.4 미만인 경우는 케토시스를 초래하기 쉽기때문에 보다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교수는 그러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지만 당뇨병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사용할 수 없다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당뇨병환자나 당뇨병 고위험자도 최선의 정신분열증치료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 발생하는 고혈당 유발 메커니즘을 자세하게 해명하여 조기 발견·조기 예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여기에는 주치의, 의료팀, 가족들의 주의 깊은 관찰이 열쇠가 된다고 말한다.

학회 차원의 교류도 필요

쿠라사키 소장도 정신분열증에는 환자 이상으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의료진에는 정신과의사와 내과의사의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들어 일본에서는 비정형 항정신병약의 문제를 계기로 정신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과 관련 학회에서는 당뇨병 전문의를 초청하여 강연받는 기회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카도와키 교수에 의하면 내과의사라도 당뇨병 치료에 정신과적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많아 컨퍼런스에 정신과 의사가 참가하여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당뇨병 관련 학회에 정신과 전문의가 참가하는 기회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교수는 ADA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비정형 항정신병약 복용자의 모니터링 프로토콜을 발표하고 작년 학술대회에서 우울증과 당뇨병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기획된 점에서 볼 때 학회 차원에서 정신과 관련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정신과 의사와의 교류를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