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순환기학회 학술위원회가 심방세동치료 (약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부정맥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개원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심방세동은 자주 만나는 부정맥의 하나이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에 기초한 에비던스가 부족하여 의사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여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의 위치, 약물치료의 가치관에 대해 아이치현립 오와리 병원 토야마 준지원장과 니가타대학 순환기학 아이자와 요시후사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심방근 변성, 심방세동 증가 원인

심방세동은 심방성 기외수축, 심실 기외수축 다음으로 일상 임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부정맥이다.

순환기 외래 통원 환자의 90% 이상은 고혈압증과 허혈성 심질환자가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 작성팀의 조사에서는 약 60%가 고혈압 환자이며, 심방세동의 합병 빈도는 전체 고혈압 환자의 7%에서 나타난다(표1).


허혈성 심질환에 합병하는 심방세동의 빈도도 7%로, 고령일수록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그림1).

심근증은 심방세동이 합병될 비율이 매우 높아, 확장형 심근증의 37.5%(평균 연령 59세)에서 나타난다. 비대형 심근증에서도 초진 당시 10~20%에서 심방세동이 나타나며 10년 후에는 약 반수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또, 동기능부전증후군(sick sinus syndrome) 빈맥의 원인이며, 40~60%에 심방세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부전의 심방세동 합병률은 서구의 경우 좌실구출률이 40% 미만인 심부전 중 22%에서 심방세동이 나타난다.

1998년의 프래밍검 보고에서는 심방세동의 20~30%에 심부전이 있으며 비심방세동군에 심부전이 존재하는 빈도는 3% 정도라고 말한다.

한편 건강한 성인의 심방세동 검출률은 일반적인 건강진단에서는 60대 남성에서 1%를 넘는 정도지만 홀터 심전도에서 나타난 검출률은 60대에서 2~4%, 70대에서 4~8 %, 80대 이상에서 약 10%로 높아진다.

이러한 역학연구의 데이터에서 심방세동의 발생률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기 시작하고(그림2) 한편 부하나 허혈 등에 의한 심장의 펌프기능 저하로 빈도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했던 토야마 원장은 심방세동의 성인(成因)에 대해 『심방근은 나이가 들면서 그 성질이 바뀐다. 심방세동의 배경에는 이러한 경년(經年) 효과가 크게 관여하는데 그 효과는 심실근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기초 질환의 존재는 경년 효과에 의한 심근의 퇴행적 변성을 가속시킨다. 가이드라인 작성팀이 심에코를 이용하여 검토한 결과, 만성 심방세동을 합병한 고혈압환자의 90%에 심실의 중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환자에서는 장기간의 좌심압 부하에 의해 좌실비대가 나타났다. 노화와 기초질환에 의한 심근의 변성은 심근의 전기적 결합의 변형이나 부적절한 결합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가이드라인은 작성에 참가한 병원이 실시하는 심방세동의 대처법에 근거하여 기초질환별로 제세동의 적응과 약물선택의 지침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기초질환별 다른 약물에 의한 제세동

고혈압환자에 심부전이 있을 경우 전기적 제세동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심부전을 보이지 않는 환자는 Na채널 차단제 중 채널에서 해리(解離)되는 속도가 늦은 약제 혹은 해리 속도가 중등도~늦은 약제를 이용한다.

허혈성 심질환 중 급성 심근경색이고 심부전을 보이는 경우에는 전기적 제세동을 신속하게 실시한다. 급성 심근경색이 없고 심부전도 없는 증례는 Na채널 차단제의 채널에서 해리되는 속도가 느린 타입이기 때문에 사용에 익숙한 약제를 선택한다.

심부전을 보이는 증례에는 중등도의 해리 속도를 보이는 Na채널 차단제를 이용한다. 심부전의 중등도~중증례의 제세동과 동조율을 유지하는데는 amiodarone이 효과적이다.

확장형 심근증이고 혈행 동태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digitalis, β차단제, Ca길항제를 이용하고 제세동의 적응 여부를 검토한다.

빈맥성 심방세동에 의해 폐울혈이 발생하거나 혈행 동태의 악화를 보이는 경우에는 즉시 전기적 제세동을 실시한다.

비대형 심근증에서는 심부전, 심원성 쇼크를 나타내는 경우 응급 전기적 제세동이 필요하지만, 그밖에 다른 증례에는 Na채널 차단제 중 채널에서의 해리 속도가 중등도~늦은 약제를 이용한다.

그 밖에 WPW 증후군에 대한 제세동에는 혈행 동태가 유지되는 증례의 경우 Na채널 차단제를 이용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심방세동을 합병한 증례에 약물을 이용한 제세동은 일본심전학회와 일본 순환기학회에 의한 항부정맥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제를 선택한다. 동부전증후군에 대한 제세동시 사용하는 약물 역시 Na채널 차단제가 중심이 된다.

판막증에 합병하는 심방세동은 판막의 기계적 장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외과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무작정 항부정맥제를 투여해서는 안된다. 심기능이 유지되는 환자의 발작을 예방하는데는 Na채널 차단제 중에서 K채널 차단 작용과 무스카린(M2) 수용체 차단 작용을 겸비한 약제를 이용한다.

고립성 심방세동에 대한 제세동은, Na채널 차단제의 채널로부터의 해리 속도가 중등도~늦은 약제를 이용한다. 발작성 심방세동(고립성)에 대한 제1선택은 Na채널 차단제, 제2선택은 K채널 차단제다.

또 야간에 발생하는 심방세동에는 항콜린 작용을 가진 항부정맥제를 선택하고, 주간에 발생하기 쉬운 심방세동에는 베타차단 작용을 가지는 항부정맥제를 선택한다.

일상 임상 익숙한 약제 선택

기존 약물을 이용한 심방세동의 제세동에서 가장 많이 이용돼 온 것은 Na채널 차단제다.

Na채널 차단제는 약제와 채널의 결합해리 동태면에서 채널에서 해리되는 속도가 빠른 약제(lidocaine), 중등도의 해리 속도를 보여주는 약제(procainamide, quinidine, propafenone), 해리 속도가 늦은 약제(disopyramide, 시벤졸린, 플레카이니드)로 분류돼 있다.

이러한 채널과의 해리 속도에 따라 약제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채널로부터의 해리 속도가 늦은 약제일수록 다음번 흥분이 일어날 때 영향이 남기때문에 채널의 차단 효과와 이에 따른 흥분전도 억제효과는 강해진다.

그러나 해리 속도가 늦은 Na차단제는 효과가 강한 반면 QRS폭을 확대시키거나 부정맥 작용을 일으켜 심기능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작성팀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일본의 주요 병원에서 약물을 이용한 제세동 시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이 disopyramide라고 한다.

아이치 현립 오와리 병원의 데이터에서는 허혈성 심질환에 합병한 심방세동을 제세동시키는데 정주제로는 disopyramide 단독 또는 disopyramide와 digitalis의 병용이 가장 많이 실시되고 있으며 경구제로도 diltiazem, digitalis에 이어 disopyramide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현상을 토대로 허혈성 심질환에서도 심기능이 정상 또는 경도 저하례에 대해서는 채널로부터의 해리 속도가 늦은 Na채널 차단제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가이드라인 또한 권말부록으로 항부정맥제 가이드라인에 근거하는 심방세동에 대한 약물치료의 개요를 해설하고 있다.

항부정맥제 가이드라인의 약물 선택의 기본 컨셉트는 Sicilian Gambit에 근거하고 있다.

Sicilian Gambit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밝혀진 부정맥의 발생 기전의 지견을 기초로 하여 논리적으로 구축된 약제 선택을 주장한 것으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작용 기전에 대해 각종 이온(ion) 채널의 차단 작용뿐만 아니라 신경성 인자와의 상호작용, 임상효과, 심전도 소견까지 망라하여 제시하고 있다.

만성 또는 지속성 심방세동의 컨트롤에는 digitalis, Ca길항제, β차단제를 각 환자의 임상 배경을 고려하여 선택하게 된다.

심방세동의 심박수 억제에 이용되는 digitalis는 최근, 심방근의 불응기를 단축시키고 빈맥 정지 후의 재발률을 오히려 상승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미주신경 항진에 의한 서맥 작용과 양성 변력작용이 있어 심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경우에는 심부전 예방까지를 고려하여 제1선택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β차단제, Ca길항제는 음성변력작용이 있기때문에 심부전 증례에 이용할 때는 소량부터 투여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혈행 동태가 안정되어 있는 증례가 적응되지만, 최근 중증 확장형 심근증에 대한 β차단제의 심보호 작용과 생명 예후의 개선 효과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방세동을 합병한 확장형 심근증의 컨트롤에도 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 Ca길항제는 관상동맥의 확장 작용과 관 스파즘의 억제 작용을 동시에 갖고 있기때문에 허혈성 심질환에 동반하는 심방세동의 컨트롤에 digitalis 다음으로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digitalis와 Ca길항제의 병용은 약물 상호작용에 의해 digitalis의 혈중농도가 상승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나 약제를 병용할 경우에는 이러한 상호작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뇌색전 합병 예방 매우 중요

심방세동은 QOL를 저하시키고 심기능을 악화시켜 심부전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심방내 울체에서 심방 혈전이 발생하기 쉽다.

심방세동의 지속 시간이 길수록 심방 혈전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 또한 혈전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동조율화에 의해 심방근의 수축이 회복되면 뇌색전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심방내 혈전에 의한 뇌경색은 전체 뇌경색 환자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방세동의 뇌경색 합병률은 나이가 들면서 상승한다.

60세 미만에서는 합병률은 0.5% 미만이지만 가이드라인 작성팀의 집계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남성에서는 4%를 넘는다. 여성은 65~75세까지는 3% 미만이지만, 75세 이상이 되면 발병률이 한꺼번에 8% 가까이 되기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표2).


뇌색전의 합병을 예방하기 위한 항응혈요법은 기초 심질환에 따라 다르다.

판막증을 나타내지 않은 심방세동 증례에서는 색전증의 위험 인자인 일과성 뇌허혈발작이나 뇌경색의 경험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병 경험의 유무, 관상동맥 질환이나 울혈성 심부전의 유무를 체크한다. 상기의 위험 인자를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의 연령에 따라 치료 방침이 고려된다.

60세 미만에서는 항응혈 요법은 필요가 없다.

60~75세에는 아스피린 등의 항혈소판제 요법 또는 INR(프로트롬빈 시간의 국제 표준화 지표) 1.6~2.6의 저용량 와파린 요법을 실시한다.

75세 이상은 저용량 와파린 요법을 선택한다. 상기한 위험 인자를 1개 이상 보이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와파린 요법을 고려한다.

심방세동에 판막증을 합병하거나 판을 치환한 경우에는 와파린 요법을 선택한다.

한편 항응혈 요법시에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출혈성 합병증이다. 미리 무증후성 위궤양이나 출혈성 폴립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비타민 K가 많이 든 식품의 섭취나 해열진통제, 항생물질 등의 내복도 항응혈 요법의 불안정화 요인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심방근의 전기적 리모델링 세포내 Ca 관여

그런데 최근 심방세동은 그 자체가 심방세동을 유발시키고 지속적으로 유지시킨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심방세동 그 자체가 심방근에 변화를 미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전기적 리모델링이라 불리고 있다.

가이드라인 작성팀의 멤버인 니가타대학 순환기학 아이자와교수는 『전기적 리모델링 현상은 이전부터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다. 즉, 전기적 제세동을 통해 심방세동을 정상화시켰을 때 나타나는 심방근 불응기는 매우 짧고, 며칠 동안 서서히 원상태로 돌아온다. 이전에는 이러한 전기 생리학적인 경향을 보이는 사람이 심방세동이 되기 쉽다고 생각됐으나 심방세동 자체가 이러한 불응기의 단축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다.

전기적 리모델링을 예방할 수 있을지, 또 전기적 리모델링에서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을지가 심방세동의 재발 억제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미리 Ca길항제인 베라파밀을 투여해 두면 심방 불응기의 단축과 제세동 후의 정상화가 촉진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Ca의 세포내 저장이 전기적 리모델링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지견으로서 주목된다.

또한 제세동 후의 심방세동의 재발률을 약제와 관련하여 검토한 해외의 보고에서는 동조율 유지군은 베라파밀, 딜티아젬 등의 Ca길항제 또는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는 경우에 유의하게 많고 재발군은 제세동 전에 digitalis를 단독 투여받았던 예가 많았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 아이자와교수는 『베라파밀이나 β차단제는 제세동전에 투여해 두는 것이 중요하고, 동조율화한 뒤에 투여하면 효과는 확실치 않다. 즉, 전기적 리모델링에 대해서 Ca길항제를 미리 투여해 두면, 어느 정도 리모델링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예방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모르기때문에 결국 항부정맥제를 병용하게 된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고, Ca길항제 혹은 β차단제와 항부정맥제를 어떻게 편성하고 어떠한 프로토콜로 투여해 나갈 것인지, 향후 중요한 검토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K채널 차단제 기대

이번 가이드라인은 현재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약물 치료 어프로치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앞서 토야마 원장이 말한 것처럼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제언에 불과하다.

Sicilian Gambit에서도 현재로서는 최신 이론에 근거한 치료법을 제시했으나 향후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상태로는 심방세동의 특효약은 없지만 앞으로 기대되는 약제로서 역빈도 의존성을 나타내지 않는 K채널 차단제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K채널 차단제의 대부분은 심박수가 낮아지면 그만큼 불응기를 연장시키는 작용이 뚜렷해지지만 빈맥시에는 거의 효과가 없어져 버린다. 이것이 역빈도 의존성이라는 특성이다. 발작을 멈추기에는 상태가 좋지 않아 오히려 예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Na채널 차단제는 빈도에 의존하여 불응기를 연장시키기 때문에 발작을 정지시키는데는 Na채널 차단제가 선택된다.

따라서 K채널 차단제 중에서 역빈도 의존성을 나타내지 않는 약제가 있다면 불응기를 연장시키는 한편 빈맥시에도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아이자와 교수).

현재 K채널 차단제로서 유일한 자극 빈도 의존성을 나타내는 약제가 amiodarone이다. amiodarone은 또 Sicilian Gambit의 약제 분류에서 나타난 것처럼 Na채널 차단 작용, Ca채널 차단 작용, α수용체 길항 작용, β수용체 길항 작용 등을 겸비하고 있어 복합적인 작용을 나타낸다.

역빈도 의존성을 나타내지 않는 K채널 차단제는 이미 개발이 완료됐으나 실제의 효과나 부작용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최근 심방세동의 근치법 가운데 좌심방으로 허파정맥이 유입되는 부분을 타겟으로 하는 국소(focal) 어블레이션이 주목되고 있는데, 이 방법은 표적 부위를 점 모양으로 전기 소작시키는 방법으로 약제 저항성을 보이는 심방세동의 약 70%가 이 방법으로 근치됐다.

토야마 원장은 최근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얻어진 지견이라도 심방세동의 발생 기전 혹은 배경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장은 또 앞으로는 기존 약물을 이용하는 치료법과 병행하여 처음에 설명한 가령(加齡)이나 기초 질환에 의해 수식된 심근의 퇴행적 변성이라는 관점을 좀더 발전시켜, 심기능의 유지와 심부전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심방세동의 병태를 다시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