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전자에 관한 연구가 급증하면서 줄기세포라는 말이 신문을 비롯한 대중매체에 자주 오르내린다. 과연 줄기세포가 미래의 의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 줄기세포가 과연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가? 이에 본지는 줄기세포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성체줄기 세포수 많지 않고, 분리 어려워

만능공여 줄기세포주 연구 대두

1형 당뇨병, 파킨슨병, 허혈성심장병, 피부화상에 이용

사람의 배아 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전분화능을 지닌 세포이기 때문에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하다. 따라서 배아 줄기세포의 분화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만 규명되어진다면 난치병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정상세포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으며 필요한 장기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성체 줄기세포도 이전에는 분열과 분화가 제한되고 동정이 힘들어 임상적 활용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추정해왔으나 최근의 많은 논문은 비록 세포의 동정 및 분포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분화능에 있어서는 배아 줄기세포 못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분화의 조절과 조직 접합성의 장점 및 윤리적 적정성 등으로 인해 연구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줄기세포에 대한 새로운 정의 및 개념은 대개 설치류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로서, 최근에는 설치류 줄기세포의 특성과 유사한 능력을 보이는 인간의 배아 줄기세포, 각 조직 및 장기에 특이적인 인간 태아 및 성체 줄기세포가 확립되고 실험실 수준에서 배양됨에 따라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져 임상적 적용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임상적 적용 가능성 높아져

성체 줄기세포의 정의 및 개념이 변화되면서 발달생물학적 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적 세포치료의 경향 역시 기존의 배아 줄기세포나 핵치환에 의한 복제 배아 줄기세포에서 성체 줄기세포나 만능공여 줄기 세포주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체의 각 장기에서 추출한 자가 (autologous) 성체 줄기세포는 극단적인 경우 배아 줄기세포와 유사한 분화능력을 보이므로 본 세포를 세포치료에 사용할 경우, 배아 줄기세포 사용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윤리적, 도덕적 및 법적인 문제와 논란을 해결할 수 있고, 자가 세포를 사용함에 따라 세포 이식에 따른 면역 거부 현상도 회피할 수 있다.

또한 배아 줄기세포는 발달 초기 단계의 분화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대개 외배엽, 중배엽 및 내배엽성 조직이 혼재되어 있는 세포들로 분화되며 단독의 특이 세포 만으로의 분화 유도는 아직 쉽지 않아 생체내 이식 시 기형종(teratoma or teratocarcinoma) 발생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성체 줄기세포를 낭포배가 아닌 성체 조직에 이식하여 성체의 세포 환경에 노출하였을 경우는 대개 성체 줄기세포가 유래된 기관 특이적인 세포로만 분화되므로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세포 혹은 조직으로의 분화(예를 들면 신경계 속에 근육세포, 심장 속의 신경관 발생)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체 줄기세포의 임상적 활용에도 아직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급성 장기 부전증을 보이는 환자에서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를 시도하려면 각 장기에 존재하는 성체 줄기세포를 분리, 증식, 분화능력의 특성 등을 확인하게 되므로 환자 개인마다 줄기세포의 분리 배양에 따른 시간적 및 금전적 한계점이 존재하며 세포의 특성이 미리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생체 이식에 따른 세포의 재생적 기능의 표준화가 되지 않는 등 많은 제약점을 극복하여야 가능할 것 같다.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아

또한 유전적 및 대사성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환자 자신의 자가 성체 줄기세포는 질병에 대한 세포 치료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이러한 배아 및 성체 줄기세포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세포 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공여 줄기 세포주(universal donor stem cell lines)를 확립하려는 연구가 점차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유전자 적중기술을 이용하여 조직적합성 항원관련 유전자를 변형시켜 면역 불일치에 따른 거부 현상을 극복한 후, 생체내외에서의 분화 특성 및 생체내 이식시 안정성 및 재생적 기능이 확인된 표준화된 다양한 세포주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세포를 녹여서 빠른 시간 내에 무한정 증식하여 환자의 급성 질환의 치료에 사용하고자 하는 개념의 연구로써 미국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처음 세포주를 확립 시 성체가 아닌 태아 및 배아 세포(생물학적으로 보다 세포의 증식 및 분화 능력이 보다 뛰어나다고 간주됨)를 사용할 경우 역시 윤리적인 문제가 동반될 수 있고, 세포주 확립 시 불멸화를 시킬 경우 종양 발생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표 1, 그림 1).

줄기 세포를 이용하여 치료 가능한 구체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들 수 있다.

1)제 1형의 당뇨병은 랑게르한스섬이라 불리는 췌장세포에서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당량 조절이 안 되는 질환이다.

이런 환자에게 췌장세포 또는 랑게르한스섬 세포를 이식한 결과, 인슐린 주사의 필요성을 현저히 감소시켰다고 한다. 따라서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랑게르한스섬 세포를 유도한다면 더 이상 인슐린을 주사하지 않고도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2)신경세포의 소실에 의하여 많은 신경계 질환이 발병하며, 분화된 신경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으므로 한 번 소실된 신경세포는 대체될 수 없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죽은 것이고 알츠하미머병은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세포가 죽어서 유발된다. 근위축 측삭 경화증은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운동 신경세포가 죽은 경우이다. 척추손상이나 뇌손상에 의해서도 많은 종류의 신경세포가 소실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의 경우 유일한 희망은 줄기세포로부터 새로운 신경 세포를 분화시켜 이식해 주는 것이다.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에게 태아에서 추출한 신경세포를 이식한 결과 증상이 호전된 실험결과는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로 분화시켜 이식하는 치료 가능성을 뒷받침 해준다.

3)줄기 세포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의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약 70여종의 선천적이고 유전적인 면역계 결함들이 밝혀졌다.

이들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감염이 잘되고 종종 빈혈, 관절염, 설사, 종양 등을 동반한다.

이 경우,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지는 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한 면역세포를 이식, 면역 기능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
4)뼈나 연골에 결함이 있는 경우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를 손상된 부위로 이식, 손상 받은 연골을 회복시켜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

5)심근세포와 심혈관의 손상으로 인한 허혈성 심장병에서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심장 근육 세포 및 혈관세포를 유도하여 주면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6)현재 암세포뿐 아니라 면역 세포까지 죽이는 고농도 화학 요법을 받는 경우, 면역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골수줄기세포가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골수와 연관된 일부의 암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제한되기때문에 덜 분화된 배양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면역 기능을 완벽하게 되살릴 수 있다면 독성은 좀 더 강하지만 훨씬 효과 좋은 화학요법을 도입, 치료를 수행할 수 있다.

7)피부 화상의 경우, 현재는 다른 부위에서 조직을 이식하여 치료한다. 이 경우 다른 부위에도 흉터가 남고 충분한 조직을 구할 수 없어 문제가 되는데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피부 세포로 분화시킨 후 화상 부위에 이식하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 할 수 있다. 대머리의 경우도 줄기세포로부터 모낭 세포를 분화시켜 대머리 환자에 이식시켜주면 된다.

8)배아 줄기세포는 암세포 조직 등의 인체조직의 특정 부위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로도 이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