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안전하고 사용하기 쉬운 가정내 자동체외식 제세동기(AED)는 심실세동 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심정지에 효과적이나 활용도는 낮다.”

시애틀심장연구소(워싱턴) 구스트 바르디(Gust H. Bardy) 박사는 AED의 사용에 대해 추적연구한 Home Automated External Defibrilator(HAT)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08;358:1793-1804)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미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의 지원을 받았다.
 
이 연구 결과는 얼마전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에서 발표된바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호주, 독일, 네덜란드의 임상시설 178곳에서 실시됐다.

대상은 돌연 심정지 발생시 통상적 방법으로 대응하는데 동의한 배우자 또는 동거인을 둔 돌연심정지 위험이 중등도인 심근경색 경험 환자 7,001례.

통상적인 방법이란 응급의료서비스(EMS)에 연락하여 집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경우를 가리킨다(대조군).

또 가정에 AED를 설치한 경우에는 EMS에 연락하기 전에 AED를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AED군). 각 군에 대한  교육은 비디오와 함께 담당자의 설명을 듣도록 했다.

그 결과, 평균 약 3년간(20~56개월)의 추적기간 중에 450례가 사망했다. AED군에서 222례(6.4%), 대조군에서 228례(6.5%)로 양쪽군의 사망률은 거의 같았다. 또 전체 사망 가운데 갑작스런 심정지로 인한 사망은 160례(35.6%)였다.

이 가운데 117례가 가정에서 발생했으나 본인 외에 가족이나 동거인 등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경우는 58례 뿐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가족이나 동거인이  AED사용에 어려워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한다.

NHLBI의 엘리자베드 나벨(Elizabeth G. Nabel) 소장은 “심정지는 미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이번 결과는 AED의 가정내 설치와 CPR 준비를 갖추는 것은 모두 갑작스런 심정지 위험이 높은 집단의 구명에 효과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한 점은 조치가 빠를수록 결과가 좋다는 사실이다. AED가 근처에 있으면 사용하고 없을 경우에는 CPR을 실시한다. 그리고 반드시 전화로 응급의료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2~3분에 1명이 심정지를 일으키며 그 중 적어도 95%는 몇분 이내에 사망한다. 또 돌연한 심정지의 4분의 3은 집에서 발생하고 있다.

바르디 박사는 이번 결과를 근거로 “돌연한 심정지의 대부분이 집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예측할 수 있었지만 가족이나 동거인이 같이 있었던 경우가 이렇게 적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AED나 CPR 사용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족이 실제로 AED를 사용한 경우는 32례 뿐이었다. 이 가운데 심실세동이 발견된 경우는 15례였다. 이 가운데 14례에 전기 쇼크가 실시됐으며 전례에서 심실세동은 정상화됐다. 이들 14례의 평균 장기 생존율은 28.6%로 이러한 증례에서 예상되는 장기 생존율(2~6%)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도 피험자의 지인이나 내원객 7례에 대해서도 AED가 사용됐으며 이 중 4례에 전기 쇼크가 실시됐다. 기기 불량은 보고되지 않았다.

박사는 “피험자 가운데 갑작스럽게 심장이 정지된 사람의 장기 생존율은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돌연한 심정지의 발생률 자체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심근경색 기왕력을 가진 피험자가 최적의 약물치료나 관상동맥 성형술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조군의 사망률과 AED군의 사망률은 같았지만 이는 피험자의 가족과 동거인에게 응급의료서비스 요청법과 CPR 실시법 등을 지도한 덕분이다. 가정내 AED의 완비 여부에 상관없이 심근경색 기왕력을 가진 환자의 가족에게는 정기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AED는 현재 대부분의 공항, 피트니스센터 등 공공시설에 설치돼 있는 것과 동일한 타입으로 구명훈련을 따로 받지 않아도 안전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공동연구자이자 NHLBI 프로젝트 오피서인 엘레너 슈론(Eleanor B. Schron) 박사는 “공공 장소내 AED의 유용성에 관한 연구에서 AED는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킨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제시돼 있다”고 설명한다.

NHLBI가 지원한 Public Access Defibrilation Trial에 따르면 주민이 AED와 CPR 훈련을 받는 지역에서는 CPR 훈련만 받은 지역에 비해 갑작스런 심정지 발생 환자의 생존율이 약 2배 높았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가정에서 어떻게 AED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지견을 제시해 준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가정에서는 AED가 활용도가 낮은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