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미국립보건원(NIH) 미국립난청·커뮤니케이션 장애연구소(NIDCD) 로버트 모렐(Robert J. Morell) 박사는 양쪽 귀로 각각 다른 말을 들어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유전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Human Genetics(2007; 122: 103-111)에 발표했다.

이번 지견은 청각이 정상인데도 주변 소리를 정보화하기 힘든 청각처리장애(APD)라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질환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성 처리능력에 개인차

NIDCD 제임스 베티(James F. Battey, Jr.) 소장은 “청각계는 귀 뿐만 아니라 들리는 음을 분석하는 뇌의 일부도 포함된다. 이번 연구는 귀에 도달한 음성을 처리하는 능력에는 개인차가 크며, 이 차이는 주로 유전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각 처리’란 음성분석을 도와주는 뇌 기능을 가리킨다. 특히 청각을 처리하여 소리가 나오는 방향이나 타이밍과 순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소리인지 불필요한 잡음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이러한 기술을 갖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청각처리 기술은 소아의 언어습득과 학습능력에 역할을 담당하지만 관련정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청각처리 기술이 유전성인지 여부를 해명하기 위해 NIDCD 연구팀은 2002∼05년 미국쌍둥이 축제에 참가한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12∼50세 성별이 같은 쌍둥이 194쌍(일란성 쌍둥이 138쌍, 이란성 쌍둥이 56쌍)이 연구에 참가했다. 전체 피험자는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DNA를 감정하고 청각상태를 위해 청력검사를 받았다.

만일 앞서 말한 특성이 완전히 유전적이라면 DNA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거의 100% 같은 결과를 나타날 것이고, DNA의 약 절반이 같은 이란성 쌍둥이에서는 확률이 그 절반으로 나타날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특성이 주로 성장환경에 의한 것이라면 거의 전체 쌍둥이가 같은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일란성, 이란성 모두 같은 현상을 보일 것이다.

키 등의 유전형질에 필적

참가자는 어린이와 성인의 APD를 분류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5종류의 검사를 받았다.

3종류 검사에서는 양쪽 귀에 다른 1음절어 또는 무의미한 음절(예컨대 바, 다, 카)을 동시에 들려주었다.

나머지 2종류 검사에서는 오른쪽 귀에서 디지탈로 변환시킨 복수의 1음절에 해당하는 말을 들려주고 이를 이해하도록 시켰다. 이 중 1개 검사에서는 한쪽 귀에 들려주는 소리에는 자음소리가 불명확해지게 만드는 잡음을 제거하고, 다른 한쪽 검사에서는 재생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필터 제거된 음성의 검사를 제외한 모든 검사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상관성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러한 능력의 차이는 환경적인 원인보다는 유전적 원인이 크게 관련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양쪽 귀에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이원청취(dichotic listening)검사에서는 청취능력의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특히 일란성 쌍둥이에서 상관성이 가장 높았다.

또한 이원청취력 차이의 73%는 유전 때문으로 나타나 1형 당뇨병이나 키 등의 기존 유전형질과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필터로 제거된 말을 이해하는 능력에서는 모든 쌍둥이에서 높은 상관성이 나타나, 주 원인은 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APD 이해에 새로운 기대

이원청취 장애는 뇌의 좌우 반구의 연결에 문제가 있거나 분리가 대부분의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사람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오른쪽 귀로 들어간 언어의 대부분은 언어처리를 하는 뇌의 좌반구에 전달된다. 반면 왼쪽귀로 들어간 언어는 오른쪽 반구에 전달된 다음 좌우의 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을 경유하여 좌측 뇌의 언어중추에 도달하게 된다.

정상적인 쌍둥이에서는 이원청취 능력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나 유전적인 변이가 그 대부분의 원인이라는 이번 지견은 APD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기대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취학기 아동의 7%가 APD아동으로 추측되고 있고 이러한 아동에서는 난독증을 포함한 언어장애와 학습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APD는 고령자와 뇌졸중 환자에도 나타나는데, 청력을 되살리는 치료를 하다가 오히려 보청기 효과마저 낮출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