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 UCLA(캘리포 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 공중위생학부 역학과 나탄 울페(Nathan Wolfe) 교수는 동물간 감염에서 사람간 감염에 이르는 병원체의 변화에 관해 5가지의 진화 단계를 분류했다고 Nature(2007; 447: 279-283)에 발표했다. 교수는 또 역사상 매우 중요한 25개 질환에 대해서도 그 기원과 특징을 재검토했다.

‘질환 예측’으로 이동해야

“HIV 대유행은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울페 교수는 다음에 닥칠 유행병 방지 대책을 연구 중이다.

대규모적 재검토를 통해 동물-사람간 질환 이행을 추적하기 위해서 최초의 세계적 감시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있으면 연구자들은 다양한 미생물을 일람하여 향후 사람에 위협을 끼칠만한 동물병원체의 특징을 알아낼 수 있다.

게다가 사람에서 질환이 만연하기 전에 검출하여 억제도 가능하다.

교수는 “HIV같은 대유행을 앉아서만 지켜 볼 수 없다. 사후약방문식의 질환 억제가 아니라 질환 예측으로 대책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생 영장류 집단에서 발생하는 감염증은 일반적으로 사냥꾼이나 수집가를 감염원으로 하여 사람에 감염되는데, 이 순환은 수백만년에 걸쳐 지속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일부 병원체가 사람끼리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특수 질환으로 진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HIV처럼 엄청한 결과를 초래한다.

교수는 1999년에 카메룬 정글에서 현지조사에 들어가 ‘바이러스 채트(viral chatter)’, 즉 동물에서 사람에 감염돼도 대개는 사람간에 더 이상 만연하지 않는 항상적인 질환 감염을 추적했다.

또한 야생동물 사냥꾼과 그 사냥감의 습성이나 혈액 병리를 감시하여 HIV와 동일 과(科)에 속한 미지의 RNA 종양 바이러스를 3종류 이상 분류했다. 아울러 동물이나 그 시체의 안전한 취급 방법을 추진했다.

교수는 카메룬 조사를 원형으로 삼아 또다시 미국립보건원(NIH)에서 받은 250만 달러를 투입, 세계 벽지에 있는 바이러스 다발지역에서 수렵자, 식육 업자, 야생동물 거래업자, 동물원 종업원을 감시하는 바이러스 발견 프로젝트의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중국, 콩고민주공화국, 말레이지아, 라오스, 마다가스카르, 파라과이 등 12개국의 네트워크에는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조류인플루엔자,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에볼라 출혈열, 원두(monkeypox) 등의 신흥감염증 발생 지역이 포함돼 있다. NIH의 장려금 외에 포가티 국제연구과학자개발상, W. W. Smith 재단상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지원도 받고 있다. 

대부분 특정 단계 머물러

울페 교수는 동물에만 감염되는 병원체가 사람에 감염될 때까지의 5단계를 분류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제1단계부터 제5단계까지의 미생물 변화를 분류하고 대부분의 미생물은 특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그 변화의 과정은 다양하며 병원체가 5단계 전체를 거치는 경우는 드물다.

<제1단계>동물에만 존재하는 단계:동물에는 존재하지만 자연상태에서는 사람에서 검출되지 않는 미생물. 말라리아 원생동물 등

<제2단계>1차감염: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지만 사람간에는 감염되지 않는 동물병원체. 탄저균, 광견병 바이러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등

<제3단계>한정적 유행:극히 일부 사람간에 2차 감염 되는 동물병원체. 하지만 1차 감염으로 유발된 우발적인 유행은 초기 단계에서 소멸한다. 에볼라출혈열, 마르부르그병, 원두 등의 바이러스

<제4단계>장기적 유행:동물에 존재하며 1차감염을 통해 자연순환하여 동물숙주에서 사람에 감염되는 질환이지만 동물을 거치지 않고 사람간에 장기적으로 2차 감염을 일으킨다. 샤가스병, 황열병, 뎅기열, A형 인플루엔자, 콜레라, 발진티프스, 서아프리카 수면병 등의 병원체

<제5단계>사람에만 존재하는 병원체:침팬지와 사람의 공통 조상에서 존재한 선조형의 병원체 또는 진화를 통해 특수화됐던 것보다 새로운 사람 병원체로, 사람에 한정된 병원체. HIV,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천연두, 매독 등의 병원체
나탄 교수는 사람에 중대한 역사적 결과를 부른 25개 질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17개 질환 지금도 큰 부담

이 중 현재도 세계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17개 질환은, B형 간염, A형 인플루엔자, 홍역, 백일해, A형 로타바이러스, 매독, 파상풍, 결핵, 에이즈, 샤가스병, 콜레라, 뎅기 출혈열, 동·서아프리카 수면병, 열대열말라리아, 3일열말라리아, 내장 리슈마니아증이다. 기타 8개 질환은 과거에는 큰 부담이 됐지만, 새로운 의약품이나 공중보건 실천을 통해 해결됐다.

온대에서 발생하는 디프테리아, 유행성 이하선염, 페스트, 풍진, 천연두,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및 열대에서의 황열병이 그것이다.

에이즈, 뎅기열, 콜레라를 제외하고 25개 질환의 상당수는 2세기 이상에 걸친 심각한 질환이다.

교수는 온대(15개 지역)와 열대(10개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환의 다양한 병리 및 다른 병원체나 지리적 기원에 대해 비교·고찰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1)온대질환의 상당수는 군집내에서 유행하는 질환으로, 단기 유행하여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여러 인구가 있는 지역에서만 존속할 수 있는 질환이다. 열대질환 가운데 여기에 속하는 것은 없다. 온대기후로 발생하는 질환의 대부분은 장기 지속하는 면역성을 초래한다

(2)15개 온대질환 가운데 8개는 가축에서, 3개 질환은 유인원이나 설치류에서 사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나머지 4개 질환의 기원은 아직도 해명되지 않고 있다. 1만 1,000년 전에 시작된 농업의 발전이 동물 병원체에서 사람 병원체로 진화하는데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열대질환의 상당수는 사람 이외에 야생 영장류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동물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기 때문에 병원체 전파를 막는 차단벽이 매우 취약하다

(4)동물에서 유래하는 사람 병원체는 거의 모두 다른 온혈 척추동물(2례에서는 조류)에서 발생한 것이다

(5)25개의 주요 사람 병원체 대부분이 구 세계(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서 발생하여 미대륙의 정복을 쉽게 만들었다. 샤가스병은 25개 질환 중 미대륙에서 유일하게 발생한 것이지만 매독과 결핵의 기원에 관해서는 결론이 나와 있지 않다

(6)온대 질환은 구세계에서 발생한 것이 훨씬 많다. 여기에서는 선조형 병원체를 가진 동물이 대부분 가축화됐기 때문이다. 미대륙에서 발생한 열대 질환은 매우 적다. 이 지역에서는 사람과 영장류 간의 유전적 거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질환에 의한 위협발생감시

이미 확정된 주요 감염증이라도 그 기원의 이해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 재검토를 통해 설명됐다. 재검토에는 가축과 여러종류의 야생동물종에서 채취한 표본이 이용됐다.

울페 교수는 가장 심각한 사람감염증이 많은 기원을 분류 하기 위해 발생 기원의 이니셔티브 및 동물에서 발생하여 사람으로 전파하는 병원체를 감시하는 세계적 조기경보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교수는 “발생 기원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사람 병원체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병원체의 분류가 추진되어 질환의 발생 메커니즘에 관한 이해가 깊어지고 공중보건상 미치는 위협을 조사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소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질환 위협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단서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 감시 시스템은 오지의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의 병원체 전파를 추적함으로써 질환에 의한 위협의 발생을 감시하는 것이다.

교수는 “새로운 동물 병원체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사람, 동물, 동물의 집단사망을 감시하는 것이 질환 발생의 조기 경보 시스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그 데이터는 우리가 노출돼 있는 사람이나 동물에 감염된 병원체에 관한 독자적인 기록 문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