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감염증과 사미르 샤흐(Samir S. Shah) 박사는 어린이 입원환자 35만 5천명의 의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성인만을 대상으로 시험된 성인전용 약제가 입원환아의 약 80%에서 처방되고 있다고 Archives of Pediatrics and Adolescent Medicine(2007; 161: 282-290)에 발표했다.

이같은 적응외 의약품(오프라벨 악제)의 사용은 특히 어린이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 그 실태가 드러났다.

소아 대상의 시험은 소수

대표연구자의 샤흐 박사는 “이번 검토 결과, 소아에 대한 오프라벨약제의 사용 규모가 밝혀졌다. 입수한 데이터 성질상 이러한 약제의 안전성과 효과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심각성은 소아를 대상으로 정식 시험을 거친 약제는 극히 일부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식품의약국(FDA)이 특정 질환에 대해서 특정 약제의 사용 승인을 하면 병태나 연령대가 달라도 동일 질환에 대해서는 같은 약제를 합법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적용 병태를 고려하지 않고, 사용 연령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오프라벨 약제의 투여 실태를 검토했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립소아의료센터(워싱턴) 부속 임상유효성센터 안소니 슬로님(Anthony D. Slonim) 박사는 “입원 중인 환아의 80%가 오프라벨 약제를 투여받고 있었다는 점은 소아과 영역에서의 약제 승인과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승인 과정을 자세히 재검토하여 소아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소아의료연구로는 최대 규모. 박사를 대표연구자로 하는 소아건강정보시스템연구팀은 미국의 31개 주요 소아병원의 2004년도 전체 환자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입원이 필요한 소아 35만 5천명의 79%에서 1종류 이상의 오프라벨 약제가 처방됐다. 총 비용으로 따지면 2억 7천만 달러에 해당되는 이 규모는 이번 연구에서 소아에 투여된 것으로 확인된 약제 총 금액의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성인환자에서는 적응외 투여가 비일비재하지만 소아의 경우 소아를 대상으로 한 시험이 한번도 실시되지 않은 약제가 소아과에서 사용되는 약제의 상당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신경계·위장계통 약제 많아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과거 10년 동안 제약회사의 소아 대상 약제시험수는 많아졌지만 샤흐 박사는 “어떤 약제가 오프라벨 약제로 투여되는지, 오프라벨 약제를 투여받은 입원 환아는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등 소아에 대한 오프라벨 약제투여와 관련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과거 입원환아에 대한 오프라벨 약제투여에 관한 연구는 모두 미국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실시됐으며 게다가 특별 조건하에서 실시됐거나 단독기관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서는 소아에 자주 투여되는 약제거나 FDA가 소아를 대상으로 추가시험을 추천한 90종의 약제에 초점을 맞췄다.

소아에 오프라벨로 사용되는 경향이 가장 높았던 약제는 중추신경계나 자율신경계, 영양제, 위장관계통 약제로 승인된 것이었다.

예를 들면 FDA가 소아에 사용승인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환아의 28%에 몰핀이 투여되고 있었다. 한편 오프라벨 약제 투여가 가장 적은 것은 항암제로, 이는 소아암 환자가 임상 시험에 등록된 경우가 많고 소아를 대상으로 임상을 마친 항암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박사는 보고 있다.

오프라벨 약제투여와 관련있는 인자로는 (1)수술받은 환아 (2)생후 28일 이상 (3)중증 질환아-를 들 수 있다. 샤흐 박사는 “위독한 환아는 표준치료의 효과가 없는데다 승인된 치료법이 없어 오프라벨 약제를 투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또 “경우에 따라 오프라벨 약제투여 외에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이 약제 투여는 위험과 전혀 관련이 없는게 아니다. 소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충분하지 못한 약제의 사용으로 유해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문헌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