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오하이오주 컬럼버스】 오하이오주립대학(OSU) 분자바이러스학·면역학·암유전학 매튜 듀링(Matthew During) 교수와 오클랜드대학(뉴질랜드) 마가렛 칼레프 자일린스카(Margaret Kalev-Zylinska) 박사는 인간이 마시는 술 2∼3잔량의 알코올을 실험용 래트에 투여한 결과, 기억력이 개선됐다고 미국신경과학회에서 발표했다. 이번 지견은 알츠하이머병(AD)같은 중증인 신경변성질환에도 관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고-저용량과 비음주 비교

듀링 교수들은 “이번 연구로 소량~적당량의 음주가 사람의 AD같은 질환을 방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매커니즘에 의해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교수는 또 “우리는 알코올을 투여한 래트의 특정 뉴런 표면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 알코올이 기억력에 유용한 효과를 미치는데는 이러한 변화가 관련하고 있는 것같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래트의 사료를 (1)저용량 알코올(사람으로 환산하면 1일 2∼3잔)이 든 먹이 (2)고용량 알코올(6∼7잔)이 든 먹이 (3)알코올이 없는 먹이― 3종류를 준비했다. 그리고 래트에 각 사료를 매일 약 4주간 먹이고 래트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3회 측정했다.

연구 막바지에 래트를 대상으로 2가지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 첫번째는 똑같은 2개 플라스틱제 사각형 물체를 몇 분간 래트에게 보여주고 일정시간 후 다른 한쪽의 물체를 유리로 만든 원형 물체에 옮겨놓았다. 그리고 래트가 새로운 물체를 조사할 시간을 측정했다. 이 시간이 길수록 래트가 새로운 물체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알코올을 적게 먹은 래트는 새로운 물체를 조사하는데 전혀 먹지 않은 래트보다 3배가 걸렸다. 알코올을 많이 먹은 래트는 양쪽의 물체를 조사하는 시간이 같았다. 이는 전에 보았던 물체와 새롭게 옮겨놓은 물체를 구별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기억력 테스트에서는 문으로 나누어 2개의 방을 만든 상자 속에 래트를 집어넣었다. 한쪽 방은 밝은 조명을 또다른 방은 어둡게 했다. 래트를 밝은 방에 넣은 다음에 문을 열어 래트가 어두운 방에 들어갈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래트는 야행성이라 어둠을 좋아한다).

불쾌한일 기억력 높여

래트가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다리에 가벼운 전기쇼크를 가했다. 동일한 실험을 24시간 후에 재실시하고 래트가 어두운 방에 들어갈 때까지 걸린 시간을 조사했다.

대부분의 래트가 다시 어두운 방에 들어갔지만 알코올을 먹은 래트는 들어가는 시간이 먹지 않은 래트보다 2.5∼4.5배 걸렸다.

따라서 알코올은 섭취량에 상관없이 불쾌한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듀링 교수는 설명한다. 또한 다량의 알코올은 불쾌했던 기억을 더 나쁜 기억으로 만든다는 사실도 있다고 한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면 불쾌한 감정의 기억을 주관하는 신경회로를 강화시켜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실험이 끝난 후 각 래트의 뇌와 간의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알코올을 적게 먹은 래트에서는 뇌의 한 영역, 즉 기억에 관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의 뉴런 표면에 특정 수용체인 NR1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R1은 기억과 학습에 관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와는 다른 실험에서 교수는 다른 래트군의 NR1 수용체를 증가시키자 기억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알코올을 먹은 래트에 NR1 수용체를 분해하는 새로운 유전자 이입 기술을 이용하자 이러한 실험동물에는 기억력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볼 수 없었다.

교수는 “이러한 실험은 알코올의 효과가 기억과 학습에 관해서는 NR1 수용체를 통해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량의 알코올은 뇌나 간에 독성 작용을 주지 않았다.
이번 단기간의 실험에서는 뉴런이나 간에는 손상을 주지 않았지만 다량의 알코올을 먹은 경우에는 모두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