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마리화나(대마초)를 많이 피운 사람은 정신분열증 유전인자를 가진 젊은층의 뇌장애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의 주커힐사이드병원과 알프레드아인슈타인의대 방사선의학·정신의학 만자르 아쉬타리(Manzar Ashtari) 교수와 정신의학 산지브 쿠므라(Sanjiv Kumra) 교수는 특수영상기법인 DTI(diffusion tensor imaging)를 이용하여 건강한군, 약물비사용자군, 대마대량사용자군(1년 이상 계속 사용), 정신분열증환자군의 뇌를 검토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북미방사선학회(RSNA)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궁상속에 발달 이상

DTI는 뇌구조를 정지영상으로 보여주는 자기공명영상(MRI)과는 달리 아주 미세한 이상을 알 수 있는 뇌속의 물분자 운동을 검출·측정할 수 있다.

아쉬타리 교수, 쿠므라 교수는 DTI를 이용하여 좌전두엽의 브로카야(broca′s area)와 좌측두엽의 웰니케야(wernicke′s area)를 이어주는 섬유소 다발인 궁상속(arcuate bundle)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마리화나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언어와 청각기능에 관여하는 섬유경로의 발달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쉬타리 교수는 “이 언어·청각경로는 청소년기에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마리화나를 상습적으로 사용하면 체내에 흡수된 신경독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는 ①정상인 뇌의 발달을 보여주기 위해 건강한 청소년기 전기에 해당되는 남자 12명과 후기 남자 12명 ②정신분열증 환자 11명과 조건을 일치시킨 대조군 17명 ③마리화나를 피우는 정신분열증 15명과 조건을 일치시킨 대조군 17명 ④마리화나 사용자 15명과 조건을 일치시킨 약물 비사용자 15명-에게 각각 DTI를 실시하여 비교했다.

그 결과, 건강한 청소년에서는 언어경로의 발달에 이상은 없었지만 마리화나 사용자와 정신분열증환자에서는 모두 이상이 나타났다.

공동연구자인 쿠므라 교수는 “이들 소견은 청소년기에서 마리화나를 지나치게 피우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되지 못할 뿐만아니라 정신분열증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발병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12세 이상 약 310만명의 청소년들이 마리화나를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다. 2004년에는 12살 청소년의 5.6%가 ‘마리화나를 매일 피운다’고 대답했다.

정신분열증은 만성적 중증 뇌기능장애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에 발병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환경인자와 유전적 인자가 결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아쉬타리 교수는 “이러한 뇌변성이 영구적 또는 시간적인 변화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DTI와 MRI는 현재로서는 정신분열증환자와 대마사용자의 진단수단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