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예방·치료 덕분, 예방대책 여전히 필요

【스위스·제네바】 유엔공동에이즈계획(UNAIDS)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성인 HIV 감염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밝혀 에이즈 감염에 대한 청신호가 켜졌다.

이 두 단체는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 “콘돔 사용의 증가, 최초 성경험 연령의 상승, 성행위 상대의 감소 등 감염예방 행동의 변화를 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HIV 감염은 전체적으로 보면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HIV대책이 필요하다”고 에이즈역학 업데이트 2005에서 보고했다.

성인, 임산부 감염률 저하

케냐, 짐바브웨 등 카리브해 연안 일부 국가에서는 과거 몇년간 HIV 감염률이 감소했다.

케냐의 경우 성인 감염률이 가장 높았던 1990년대 후반 10%에서 2003년에는 7%로, 짐바브웨에서는 임산부 HIV 감염률이 2003년 26%에서 2004년에는 21%로, 브루키나파소의 도시지역에서는 젊은 임산부의 감염률이 2001년 약 4%에서 2003년에는 2%로 각각 낮아졌다.

바하마, 바바도스, 버뮤다,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 등의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는 임산부의 HIV 감염률 저하, 성풍속산업 종사자의 콘돔사용 증가, 자발적인 HIV 검사와 카운슬링 확대 등이 확인되면서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일부 국가에서의 감염률 저하에도 불구하고 카리브해 연안 국가를 제외한 세계 전지역에서의 HIV 감염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500만명이 신규 감염돼 2003년 약 3,750만명에서 역대 최고인 약 4,0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300만명 이상이 에이즈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50만명 이상은 소아였다.

HIV 감염이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국가는 동유럽, 중앙아시아(25% 증가에 감염자는 160만명), 동아시아였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감염률이 높은 지역은 여전히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로 신규 감염의 64%(300만명 이상)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방노력 여전히 부족

UNAIDS의 피터 피옷(Peter Piot) 사무국장은 “일부 국가에서 진행이 나타났다는 점과 지속적인 HIV 예방 프로그램이 감염률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노력으로는 에이즈 유행을 막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HIV 예방 프로그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대책의 무게중심을 장기적이고 포괄적 프로젝트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HIV 치료법은 과거 2년간 크게 개선됐다.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100만명 이상이 항RNA 종양 바이러스요법 덕분에 생존기간이 연장되고 QOL이 개선됐으며 HIV 치료에 대한 접근을 더욱 확대시켜 작년에만 25∼35만명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보고는 예방과 치료를 통합하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HIV와 에이즈를 포괄적으로 예방하려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항상 예방, 치료, 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종 목표로 하여 치료와 예방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하라 이남서 모자감염 대책 늦어

WHO의 이종욱 사무국장은 “HIV의 치료와 예방을 하나의 세트로 보고 규모를 확대시키는게 유익하다. 치료 가능성을 높이면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높아지기때문에 개인적으로도 HIV 예방정보, 자발적인 카운슬링이나 검사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효과적인 예방은 결국 치료해야 하는 환자수를 줄이며 치료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지속적인 치료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새로운 데이터에 의하면 중남미, 동유럽, 특히 아시아에서는 주사약의 사용과 성풍속산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감염이 확산되고 있으나 대처 프로그램의 가동은 늦은 편이다.

한편 우간다나 탄자니아의 젊은이, 타이나 인도의 성풍속산업 종사자와 그 이용자, 스페인이나 브라질의 주사약물 사용자 등에서는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HIV 감염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는 또 HIV 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HIV 양성 여성에서 태어난 아기의 약 35%가 HIV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모자감염이 사실상 없어졌으며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이러한 예방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이러한 예방 대책이 크게 뒤떨어져 있어 서비스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안전한 성행위나 HIV에 관한 지식수준은 감염률이 계속 증가하는 나라에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케냐, 나이지리아, 세네갈, 우간다 등의 사하라 이남의 24개국가에서는 15∼24세 여성의 3분의 2 이상이 HIV 감염에 관한 포괄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2003년에 필리핀에서 실시된 대규모 조사에 의하면 90% 이상의 응답자가 HIV 양성자와 같이 밥을 먹어도 감염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국가, 중동, 북부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서는 HIV 감시 체제가 충분하지 못해 예방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되고 있다.

그 결과, 남성동성애자, 성풍속산업 종사자, 주사약물 사용자 등 고위험군이 HIV 예방·치료 전략을 통해 충분히 커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