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성의 신경성식욕부진증(일명 거식증)에는 대사, 혈액, 심혈관, 골격계 이상이 많이 합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 카렌 밀러(Karen K. Miller) 박사는 지역주민 거식증환자 241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골량감소(51.7%), 서맥(41.3%), 빈혈(38.6%), 골다공증(34.6%), 백혈구감소증(34.4%), 저체온증(22.4%), 저나트륨혈증(19.7%), 저혈압(16.1%), 일차성 무월경(14.8%), ALT(GPT) 상승(12.2%)이 나타났다고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2005;165:561-566)에 발표했다.

정신과+내과진찰도

밀러 박사는 “이번 결과는 지역의 거식증 여성환자가 다양한 의학적소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거식증 환자는 정신의학적 평가와 치료와 함께 통상적인 진찰과 혈액검사를 통해 자세히 추적해야 한다”며 “앞서 설명한 의학적 이상과 함께 체중이 줄어들면 거식증을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쁜 영양상태는 백혈구 감소증, 골량감소, 서맥 등의 특이적 의학소견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지만 다른 의학적소견은 영양상태만으로는 예견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거식증 환자의 10년간 사망률은 5.6%로 심각한 질환이다.
박사는 “이러한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의 건강한 여성보다 12배나 높다. 거식증 환자에서 자살률이 높기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과적 합병증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연구의 피험자는 17~45세로 환자의 측면을 전체적으로 반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의 거식증 환자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의학적소견을 밝힌 최초의 포괄적 연구”라고 박사는 설명한다. 이번 연구에는 ‘정신질환의 진단과 분류 가이드라인 제4판’(DSM-IV)의 거식증 정의가 이용됐다.

전해질이상도 주의해야 = 대부분의 환자는 심박수가 정상수치 이하였고 43%는 분당 60회 이하, 17%는 분당 50회 이하, 1%는 40회 이하였다.

또한 환자의 15%는 수축기혈압이 90mmHg 이하, 2%는 확장기혈압이 50mmHg이하였으며 서맥과 저혈압 외에 2%에서는 부정맥도 경험했다.

밀러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례에서 나타나는 원인은 저칼륨 혈증이다. 아직까지도 토근(최토제)의 장기 사용으로 가역적 심근증이 보고되고 있어 거식증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구토나 저칼륨혈증 기왕과 토근 복용 유무에 대해 문진하는 등 심장의 위험인자와 기능부전을 검사하고 모니터링하는게 중요하다고 박사는 지적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해질 이상의 합병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저칼륨혈증이 20%에 이를 뿐만아니라 저칼륨혈증 환자의 반수 이상이 자가구토 경험을 보고했다. 칼륨 보충제를 이용하는 환자(6례)에도 저칼륨 혈증이 나타났다.

박사는 “모든 환자에서 구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을 권장했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구토하지 않는 저체중환자라도 저칼륨혈증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저칼륨혈증은 치사적 부정맥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구토 기왕력이 없는 환자를 비롯해 전체 거식증환자에 혈청칼륨치를 측정하는게 좋다”고 설명한다.

또한 1례에서는 저나트륨혈증에 의한 이차성 간질 기왕이 있었고, 환자의 7%에는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박사는 “거식증 환자에서는 혈청나트륨치를 측정해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저나트륨혈증을 동반하는 저체중 여성에서는 거식증도 진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약물·호르몬사용력도 많아 = 환자의 34%는 백혈구수가 정상범위(4,500~1만 2,000/㎕)이하였고 2,300/㎕는 1례였다. 혈소판수(정상 15만~35만/㎕)는 5% 환자에서 11.4만/㎕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백혈구수 2,300/㎕, 헤마토크리트치 25.1%, 혈소판수 11.4만/㎕ 등 중중 골수장애가 일부 환자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밀러 박사는 지금까지 연구에서 나타난 빈혈 빈도는 이보다 낮고 백혈구 감소증의 빈도가 비슷했지만 이들 연구는 입원환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이번 연구와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중요한 발견으로는 자가구토를 보인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이병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88.9개월과 57.7개월)는 점이다.

또한 거식증 이병 기간이 길수록 구토도 많았다. 구토는 말로리와이스열상(찢어짐), 식도염, 충치 등의 합병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환자의 75%는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평균시간으로 하면 주당 5.9시간에 불과했다. 23.5시간 이상 운동하는 경우는 1례뿐이었고 14시간 이상 운동하는 환자는 6%, 7시간 이상은 18%였다. 진찰 당시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는 환자는 30%였지만 에스트로겐 복용 유경험자는 74%에 달했다.

53%는 1종류 이상의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16%는 2종류 이상을 복용 중이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47%, 복용 경험자는 73%였다.

골격·내분비계 이상도 나타나 = 전체적으로 골밀도가 정상인 환자는 13.8%에 불과했다. 골염밀도와 제지방체중이 가장 밀접한 관련을 보였으며, 이상체중에 대한 체중 비율, 이병기간(거식증 진단 후의 경과시간), 심하게 운동하는 시간수(1주당)와도 관련이 있었다.

골절 경험은 30%이고 그 중 42%는 무외상골절, 즉 피로골절 없이는 골절을 일으키지 않는 작은 충격에 의한 골절이었다.

골다공증과 골감소증의 관련 소견을 검토한 밀러 박사는 “거식증 환자의 뼈는 매우 위험한 상태다. 에스트로겐은 거식증에서 골감소를 회복시키지 못하며 체중 회복이 골밀도를 높여주지만 정상치까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환자의 15%에는 지발월경(평균 초경연령+2SD, 15.28세 이후)이 나타났으며 일차성 무월경은 이차성무월경에 비해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거식증과 관련하고 있었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치는 212례에서 정상이었다.

박사는 “거식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TSH치의 이상은 섭식장애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