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데스다】 성누가 루즈벨트의료센터와 컬럼비아대학 심장병학 Jonathan S. Steinberg박사는 “2001년 세계무역센터에서 일어난 9.11테러 이후 1개월간 이식형 제세동기(ICD) 삽입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심장부정맥의 비율이 뉴욕 근교 뿐만아니라 멀리 떨어진 플로리다주에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2004;44:1261-1264)에 발표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그 원인을 불문하고 생사를 좌우하는 심실성부정맥 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번 연구에는 이식형 제세동기(ICD)의 기록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다.

이 장치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부정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심장에 교정적 쇼크를 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ICD는 각 사고의 데이터를 보존시키고 데이터는 정기검진시에 다운로드된다.

위협 지속이 원인

빈맥성부정맥을 보이는 환자수는 9.11테러 이전의 1개월간은 7명(3.5%)뿐이었으나 9.11이후 1개월간은 16명(연속 200명의 8%)으로 위험이 2.3배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심적 외상사건과 심장부정맥 증가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자연재해 후에 관찰되는 심장사망률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에 부정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시사됐다.

자연재해의 경우는 재해 직후에 심장사가 급증하고 그 후 급속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돼 왔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환자집단의 최초 부정맥 사고는 9.11참사 3일 후에 발생했으며 부정맥 증례는 약 1개월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 부정맥 사고는 맨하튼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Steinberg박사는 “원인은 테러공격 자체가 아니라 지속되는 위협이거나 이와 유사한 장기적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특정 지역에만 한정되는게 아닌 것같다. 주요 원인은 매스컴보도, 추가 테러공격에 대한 우려 등이다”고 말한다.

직접 체험한 느낌받아

Steinberg박사는 9.11테러에 대해 미국 전역의 심질환환자가 동일한 스트레스를 느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플로리다대학과 재향군인병원 Anne B. Curtis박사와 Omer L. Shedd박사 등과 함께 플로리다주 ICD환자의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Steinberg박사의 지견과 매우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테러공격 장소에서 약 1,600km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가 동일한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Curtis, Shedd박사는 “물리적으로 공격지점 가까이 살지 않으면 환자가 똑같은 현상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TV, 인터넷, 신문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부분이다.

 9.11같은 사건이 마치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것으로 생각돼 신체적으로 공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돌연사 증가 기전 시사

이번 연구와는 무관한 예일대학 Rachel Lampert박사는 “스트레스 관련 심사고에서 나타나는 부정맥의 영향이나 매스컴의 잠재적 영향력에 관한 에비던스가 얻어진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박사는 “이것은 집단적 스트레스 발생시에 부정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최초의 논문이다. 부정맥이 대규모 재해 후의 돌연사를 증가시키는 기전이 된다는 것을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는 매스컴의 힘에 의해 대참사가 감정뿐만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시청자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매스컴의 영향은 처음”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