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학 비뇨기과·병리학과 Alan K. Meeker박사는 비정상적으로 짧은 텔로메어(유전자를 보호하는 염색체 말단의 모자모양의 구조)가 다양한 종류의 암의 초기발생에 관여한다고 Clinical Cancer Research(2004;10:3317-3326)에 발표했다.

기능부전이 중요한 요소

대표연구자인 Meeker박사는 “암연구자들은 짧은 텔로메어(telomeres)가 종양의 원인이 되는지, 종양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 왔다. 이번 연구는 텔로메어의 기능부전이 장기 조직 내층에서 유래하는 많은 상피암 발생에 중요한 원인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사팀은 형광 in situ 하이브리다이제이션(FISH)기술을 이용하여 방광, 식도, 대장, 구강, 자궁경관의 전암 병변 세포와 주변 정상세포에 들어있는 텔로메어의 길이를 비교했다.

FISH는 DNA의 특정 위치에 특이적인 형광표식 프로브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을 검출·확인하는데 널리 이용되고 있다.

우선 염색체 DNA를 변성시켜 DNA 2중 나선구조를 분리시킨 다음 텔로메어 영역에 특이적인 형광 프로브를 삽입시킨다.

DNA가 2중 나선을 재형성할 때 형광분자를 삽입하면 현미경으로 특정 염색체 위치를 관찰하여 텔로메어 길이에 대응하는 형광 레벨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박사에 의하면 모든 전암성 상피병변이 악성종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불안정성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세포가 사멸돼 암의 진행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무제한의 세포분열과 국한적인 게놈을 안정시키는 텔로메어 길이의 밸런스를 잡는 방법을 발견한 세포만이 생명을 위협하는 침습적인 종양이 되는 것이다.

Meeker박사팀은 25명의 환자에서 유래하는 35개의 전암병변(8명의 방광에서 11개 병변, 6명의 구강에서 8개 병변, 5명의 대장에서 7개 병변, 3명의 식도에서 6개 병변, 3명의 자궁경관에서 3개 병변)을 조사하고 ‘매우 짧다’에서 ‘매우 길다’까지 5점만점으로 텔로메어길이를 기록했다.

97% 텔로메어 길이에 이상

그 결과, 35개 병변 가운데 34개 병변(97%)에서 텔로메어 길이에 이상이 확인됐다. 짧거나 매우 긴 텔로메어는 식도, 대장, 자궁경관의 전체 병변에서, 방광병변에서는 11개 병변 가운데 8개 병변(73%)에서, 구강·인후병변에서는 8개 병변 가운데 7개 병변(88%)에서 확인됐다.

박사는 “이러한 암 발생 아주 초기에 짧은 텔로메어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텔로메어가 발암과 인과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텔로메어는 염색체 양 끝에 모자를 쓴 형태로, 염색체내부의 유전자를 보호해 준다. 정상세포가 분열·노화하면 텔로메어 DNA의 일부가 손실되고 서서히 길이가 짧아진다.

정상세포는 텔로메어 길이를 감시하고 있어 너무 짧아지면 세포사를 시작하거나 세포분열을 정지시킨다.

다른 연구자들은 이 감시 시스템이 파괴되고 염색체 이상이 진행되면 암(무제한의 세포성장과 세포사의 결여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마우스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텔로메어 길이로 암예방

주임연구원이자 이 대학 비뇨기과·병리학과·종양학과 Angelo M. De Marzo교수는 “진행성인 큰 종양에서 자주 관찰되는 텔로메어 단소화(短小化)는 표준적 진단법으로 검출되기 전에 발생한다. 초기의 전암상태에 특징적인 세포변화는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관찰되지 않으면 검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텔로메어 단소화의 예방이나 역전을 목표로 하는 개입전략은 암의 발생률 저하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텔로메어 길이를 평가하여 암예방 연구에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면 전암 병변의 조기진단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Meeker박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상피암으로 진단되고 있으며 이러한 암이 원인으로 매년 5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박사의 연구팀과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자들이 실시한 이전의 연구에서는 전립선암, 췌암, 유방암의 전암병변의 90%이상에서 짧은 텔로메어가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