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샌디에이고】 빈혈은 정상적인 적혈구가 부족하고 조직에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지 않게 되어 피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빈혈에는 여러 형태가 존재하지만 철이나 비타민 결핍, 실혈(失血), 만성질환, 유전성 또는 후천성 결손증이나 질환 혹은 투약 부작용 등 각각 독립적인 원인이 있다.

증상도 일과성인 경우와 장기적인 경우도 있으며, 범위도 경도에서 중증으로 넓다. 이러한 적혈구가 관련하는 혈액질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관계자에 대한 가이던스와 새로운 유망한 치료제가 제45회 미국혈액학회(ASH)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사망위험 높이는 만성 빈혈

미국에서는 300만명 이상이 빈혈을 일으키고 있으며 가장 자주 발생하는 혈액질환이다. 여성 및 만성질환에 이환된 환자에서 특히 위험하다.

관련 질환으로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 MDS)이 있는데, 경도인 경우에는 주로 빈혈처럼 보이기도 한다. MDS는 골수의 조혈세포 이상과 이로 인한 적혈구, 백혈구 및 혈소판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는게 특징이다.

골수가 혈구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가 없게 되면, 생산된 혈구의 상당수는 이상 또는 결손을 보인다.
이상을 보인 혈구는 대개 골수에서 방출되기 전이나 혈류 속에 들어가자 마자 파괴된다.

그 결과, 혈구가 부족해지고 혈구수가 줄어들게 된다. 혈액학자들은 MDS가 암의 일종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혈액학회의 Stanley Schrier 차기회장은 “이러한 혈액질환은 단순히 QOL과 관련하는 질환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빈혈은 고령자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며 신체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웨이크포리스트대학 Brenda W. Penninx 박사팀은 빈혈의 부작용을 검토한 결과, 고령환자의 경우 사망률과 입원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사는 “이러한 소견에서 만성 빈혈은 임상에서 심각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환자에게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의료종사자는 빈혈 임상적 의의를 인식하고 담당 환자에 대해 정기적인 빈혈검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는 미국립노화연구소(NIA)가 지원하는 노화연구 Established Populations for Epidemiologic Studies of the Elderly(EPESE)의 3개군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이용되었다.

연령 71세 이상의 피험자 3,607명으로부터 혈액을 채취하여 헤모글로빈(Hb) 수치를 측정했다.

여성에서는 Hb<12g/dL, 남성에서는 Hb<13g/dL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했다.

사망기록과 미의료재정국(HCFA) 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에서 4년간의 사망률 및 입원 관련 데이터를 입수했다.

그 결과, 환자의 12.5%에서 빈혈이 나타났으며, 4년간의 추적기간 동안 빈혈환자에서는 빈혈이 아닌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높았다(37% 대 22.1%). 또한 이러한 환자에서는 입원율도 높고(65.9% 대 54.6%), 입원기간 역시 길었다(25일 대 13.7일).

기초질환으로는 심질환, 당뇨병, 뇌졸중, 암, 감염증, 폐질환, 신장질환을 보인 환자를 제외시켜도 빈혈환자에서는 사망과 입원 위험이 매우 높았다.

MDS에 활성 보이는 치험제에 기대

MDS에 효과적인 대응법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애리조나암센터의 연구 결과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없었던 환자에서 치험제인 CC5013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대표연구자인 H. Lee Moffitt암연구센터(플로리다주 탐파)의 Alan List 박사는 “미성숙 혈구의 파괴로 인한 적혈구 생산부족이 MDS의 특징이며, 이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법이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CC5013는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유도체이지만 신경독성은 없다.

이 약제의 새로운 작용 기전은 이형(異形)접착과 세포주기의 정지, 프로그램 세포사를 일으키는 수용체에 대한 감수성, 수용체 유발성 돌연변이 시그널에 대한 세포응답성의 억제(파괴), 염증성 사이토카인(세포에서 분비되는 면역 조절성 단백질의 일종) 생산량의 억제 등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연구 결과, 21명의 환자(64%)에서 명확한 응답이나 적혈구성 응답이 나타났으며 그 중 20명에서는 수혈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세포학적, 즉 세포성의 뚜렷한 응답이 11명에서 나타났으며 그 중 10명에서는 정상적인 핵형(세포 염색체의 특징)이 회복했다. 응답은 임상적으로 유의했으며(Hb증가량의 중앙치는 5.15g/dL, 범위는 2.8∼9.6g/dL), 지속성이고(time to treatment failure, TTF로의 도달은 38주 이후, 범위는 19∼75주 이상), 유지 Hb치는 거의 정상 범위였다(평균 Hb플레이트수치는 12.9g/dL, 범위는 11.1∼15.7g/dL).

혈액검사치의 개선에 동반하여 거핵구성 이형성증(혈소판의 근원이 되는 골수세포의 외관 이상)은 사라지고, 골수아구(芽球) 비율의 감소(6명 중 3명) 또는 환상철 아구는 그다지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10명 중 1명). 응답환자에서는 골수 미소혈관(미소순환계의 혈관) 밀도가 감소하면서 골수 증식 지수가 40% 낮아졌다.

주된 부작용은 등급 3 이상의 용량의존성 골수억제(골수의 혈구 및 혈소판 생산능력의 억제, 25mg/일에서 90%, 10mg/일에서 61%, 10mg의 정기 투여에서 47%)였다.

기타 등급 1~2의 부작용으로는 자연 소멸되는 두피소양감(감각신경 말단의 자극에 의한 국소 또는 전신성 가려움), 설사, 일과성 담마진(두드러기) 외에 2명에서 갑상선기능 저하증 등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연령의 중앙치가 72세인 적혈구수혈 의존성질환 또는 증후성 빈혈 환자 45례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각 환자에는 하루에 25mg, 10mg 또는 4주 간격으로 21일 동안 10mg을 투여하는 등 CC5013의 3종류의 정기적 경구투여법 중 하나로 치료했다.

치료 8주째와 16주째에 International Working Group (IWG)의 기준에 따라, 4주 간격으로 응답 평가를 이용해 약물내성을 평가했다.

8주 이상 투약을 완료한 후 응답평가를 할 수 있던 환자는 36명이었다. 이 중 10명(피험표본의 28%)은 탈리도마이드에서 28명(78%)은 에리스로포이에틴에서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MDS 증례의 약 30%는 급격하게 증식하는 급성 백혈병으로 진행한다.

급성백혈병과 MDS에 효과적인 tipifarnib

로체스터대학 Jeffrey E. Lancet 박사팀이 제시한 데이터에 의하면, 비펩타이드성 제제인 tipifarnib의 제II상시험에서 치료 경험이 없는 poor risk 급성백혈병(Acute Myelocytic Leukemia:AML) 및 MDS에 이 약이 효과적이며 중증 부작용의 발생률이 비교적 적었다.

Tipifarnib는 항암제의 새로운 클래스인 파르네실트랜스퍼레이스 인히비터(farnesyl transferase inhibitors: FTI)의 일종으로 파르네실트랜스퍼레이스(FT)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FT는 Ras 등의 여러 단백질을 번역한 후 수식하는 효소이다.

Ras는 암에 의해 돌연변이를 발생하는 암 유전자이기 때문에 종양의 다양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이 클래스의 약제를 평가하고 있다.

박사는 “tipifarnib를 이용한 이번 시험의 결과는 유망한 것이다. 단제투여와 타제병용 투여 양쪽에서 이 약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시험이 실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연구에서 저항성에 대한 잠재적인 기전도 판명돼 tipifarnib에 대한 응답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대상자는 연령 중앙치가 74세로 고령환자였다. 환자 중 21%는 완전 응답을 보였으며 포괄 응답률(완전 응답 및 부분 응답)은 36%였다.

완전응답 지속기간의 중앙치는 5.3개월(범위 1∼13개월 이상)이고 생존기간의 중앙치는 전체 환자에서 5.7개월, 완전 응답을 보인 환자에서는 18개월이었다.

환자의 7%에서 치료 관련 사망이 나타났다. 환자 103명 중 77명(75%)에서 등급 3~4의 비혈액독성이 나타났으며 대부분은 호중구감소증에 동반하는 감염증 또는 발열에 의한 경우였다.

치료하지 않은 고위험 골수성백혈병환자와 고위험 MSD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시설 임상시험에서는 총 103명의 환자가 등록되었다. 그 중 98명에서 응답을 평가할 수 있었다. 환자에게는 600mg의 tipifarnib를 21일 동안 1일 2회 투여한 후 1~3주간의 회복기간을 설정했다. 완전 응답을 보인 환자는 최고 4쿨까지 이 약을 투약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