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괌의 원주민인 차모르족은 과거 근위축성측삭경화증-파킨슨병치매복합(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parkinsonism-dementia complex, ALS/PDC)의 발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 박물관에 50년간 보존돼 온 괌 과일박쥐(fruit bat)의 표본이 이 질환의 원인을 해명하는 큰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립열대식물원(하와이)민족식물학연구소 Paul Alan Cox박사, Dandra A. Banack박사는 과일박쥐의 피부조직에 다량으로 들어있는 베타메틸아미노-L-알라닌(BMAA, 비단백질성 아미노산의 일종)이 배양신경세포를 사멸시켰다며 BMAA가 ALS/PDC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이 연구는 또 ALS,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증상의 발병에 신경독의 생물학적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결과는 Neurology(61:387-389)에 발표됐다.

발병률 50~100배

차모로족에서 나타나는 ALS/PDC의 발병률은 다른 지역 발병률의 50~100배나 높다.

그리고 이 종족의 ALS/PDC발병률 저하와 1960~70년대에 걸친 과일박쥐 생식수 감소는 매우 일치하고 있다.

이전에 괌 고유의 과일박쥐는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차모로족이 식용으로 이용해 왔으나 현재는 멸종희귀종으로 지정돼 있다.

Cox박사는 괌에서 서식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척추동물박물관에 보존돼 있는 과일박쥐 피부표본을 이용하여 BMAA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피부에는 1,287~7,502㎍/g이라는 고농도의 BMAA가 포함돼 있었다.

박사는 또 과일박쥐와 차모로족의 양쪽에 중요한 음식물 자원인 소철나무의 열매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소철나무의 열매에도 BMAA는 포함돼 있었지만, 가공된 소철 열매분(紛)에 포함된 신경독은 매우 낮은 농도였기 때문에 소철열매의 섭취는 직접적인 독성작용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보였다.

과일박쥐 피부 속의 농도와 비교하면 가공되지 않은 소철열매에 포함된 BMAA농도는 평균 9㎍/g에 불과했다.

박사는 “박물관에 50년간 보존돼 있던 표본 속의 BMAA농도는 차모로족이 과일박쥐를 식용으로 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이것은 먹이사슬에 의한 독성물질이 생물학적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말한다.

Cox박사팀은 과일박쥐가 소철의 열매(극소량의 경우에만 독성을 보인다)를 좋아하고 이 때문에 과일박쥐가 사람에게는 독이 된다는 연구가설을 세우고 이를 Neurology(2002;58: 956-959)에 발표한 바 있다.

초기 역학연구에 따르면 괌에서의 ALS/PDC발병률 정도는 이 지역의 전통적 음식이 원인이라고 의심됐었다고 한다.

박사는 “소철열매 속의 다른 신경독 분자에 대해서도 조사하여 이 질환의 발병을 조장하는지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마린다대학 신경학과 Carmel Armon박사는 소철열매에서 유래하는 독물이 생물학적으로 확산된다는 증거에 대해 Neurology(61:291-292)의 논평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한다.

박사는 “향후 연구에서 박물관의 과일박쥐가 실제로 식용으로 사용됐던 과일박쥐와 유사한지 확인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들 과일박쥐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된 것은 고농도의 BMAA를 포함하고 있었기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ALS/PDC환자 역시 의심되는 독물의 생물학적 확대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ALS/PDC연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