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하버드대학 공중위생학부(보스턴) 보건 정책의 Robert J. Blendon 교수는, 2002년에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미국의 의사와 일반 시민은 의료과실의 원인을 근절하려는 의욕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2;347:1933-1940)에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앞서 미국과학아카데미 소속의 미국의학 연구소(IOM, 워싱턴 D.C.)는 매년 적어도 4만 4,000명 이상(아마 9만 8,000명)의 미국인이 의료과실로 사망하고 있다는 추정 보고서를 2000년에 발표했다. 이후 의료과실의 발생률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둘러싸고 논의가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의사와 일반 시민은 의료과실의 원인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대학이 지난해 4∼7월 의사 831명, 일반성인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의사의 35%, 일반인의 42%가 “자신 또는 가족이 의료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과실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더욱이 의사의 18%과 일반인의 24%가 “자신 또는 가족이 의료과실을 경험하고 건강에 중대한 장해가 생겼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의사의 7%와 시민의 10%는 “의료과실때문에 가족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의사의 6%와 일반인의 11%는 “의료과실때문에 장해가 지속되는 환자를 실제로 목격했다”고 말했으며, 의사의 11%와 일반인의 16%는 “격통을 동반하는 의료과실을 목격했다”고 대답했다.

의사 10명 중 3명(30%)이 조사하기 1년전에 “의사로서 직무 중에 환자에게 중대한 손해를 주는 의료과실을 목격했다”고 대답했다.

의료과실을 목격한 의사 10명 중 6명(60%)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의료 시설에서는 향후 1년내에 같은 의료과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의사와 시민이 의료과실의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을까. 답은 “노” 다.
의사와 일반인은 모두 “의료과실에 의한 사망 케이스의 절반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의료와 의학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양쪽군 모두 의료과실을 들지 않았다. 다만 우려할만한 사항이라고 대답한 경우가 의사 5%, 시민이 6%뿐이었다.

의사들로부터 가장 많았던 대답은, 의료과실 보험료와 의료과실 소송에 관한 문제(29%), 의료비(27%), 보험회사와 보건정책에 관한 문제(22%)였으며, 시민들로부터 많았던 것은 의료비(38%)와 처방약의 가격(31%)이었다.

미국의학연구소는 200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의료과실의 주된 원인은 개인적 과실이 아니라 시설의 시스템적인 결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 35%, 일반인 42% 의료과실 경험
‘대형병원서 의료과실 많다’는 사실과 달라
원인은 간호사 부족, 과다업무, 스트레스 순


연구주임인 Blendon 교수는 “의료과실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어프로치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의사가 매우 적다는 결과에 놀랐다. 그러나 시스템·어프로치가 효과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국의 대도시에 있는 모든 병원이 집중 치료실에 근무하는 의사를 집중 치료 전문의로만 채용할 경우 매년 5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앙케이트에서 이 어프로치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람은, 시민이 75%인데 반해 의사에서는 3명 중 1명(33%)에 불과했다.

또한 특정한 고위험 처치를 대규모 시설에만 한정하여 실시하도록 하는 시스템·어프로치가 주장되고 있지만, 이것을 “의료과실의 문제에 대처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쪽군 모두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의사 40%, 시민 45%).

한편 일반인의 약 4명 중 1명이 “의료과실은 소규모의 병원보다 대형 병원에서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구에 따르면 실제는 그 반대라고 한다.

Blendon교수는 이 문제의 해결방안은 “의사와 일반인에 대한 교육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의료기록을 컴퓨터로 좀더 확대 관리하자는데 찬성한 의사는 불과 19%였으며, 컴퓨터로 검사와 투약을 지시하는데 찬성하는 의사는 23%뿐이었다.

또한 미국의 일부 단체는 의료과실을 주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사는 의료과실의 기록을 비밀로 하길 원하고 있었다.

의료과실의 주된 원인에 대한 의사의 대답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간호사 부족(53%), 의료종사자의 과로·스트레스(50%)였다. 이는 의료과실에 관한 연구에서 얻은 실제 데이터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 결과에서는 의료과실 전문가가 지적한 대책을 병원에서 실제로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미국의 의사와 일반인들은 의료과실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의료과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료과제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