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Ca길항제나 ACE억제제는 모두 이뇨제의 심혈관 이벤트 억제 효과보다 우수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고혈압 임상시험인 ALLHAT(Antihypertensive and Lipid-Lowering Treatment to Prevent Heart Attack Trial)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다.
강압제로서 오래된 이뇨제나 새로운 Ca길항제, ACE억제제는 모두 그 강압효과나 심혈관 이벤트 억제효과에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 이번 결과는 4만례 이상의 하이리스크 고혈압환자를 대상으로 8년간 각종 강압제의 유용성을 비교 검토한 ALLHAT의 최종 성적에서 보고됐다(표).

미국에서는 지금까지도 이뇨제가 β차단제와 함께 JNC-VI(고혈압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는 고혈압의 제1선택제로 선택되고 있는데, 이번 ALLHAT의 결과 발표로 약값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ALLHAT의 최종 성적은 JAMA (2002; 288: 2981-2997, 2998-3007, 3039-3042, 3042-3044)에 게재되어 있다.

1차 엔드포인트에 유의차 없어

ALLHAT는 하이리스크(high risk) 고혈압 환자 약 4만 2,000례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현재 고혈압 치료의 주류인 Ca길항제나 ACE억제제의 심혈관 이벤트 억제 효과를 이뇨제와 비교 검토하기 위해 미국립보건원(NIH)이 실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와 각종 강압제의 효과를 직접 비교하는 시험 디자인으로 주목을 모은 ALLHAT연구는 오래전부터 결과발표가 기대되고 있었다.

이번 발표된 최종 성적에서는 1차 엔드포인트로 정한 치사성 관상동맥질환, 비치사성 심근경색의 발병 억제에는 이뇨제와 Ca길항제, 이뇨제와 ACE억제제 사이에 유의차가 없으며, Ca길항제나 ACE억제제의 심혈관 이벤트 억제 효과는 이뇨제와 같은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NIH는 ALLHAT의 성적을 미국고혈압합동위원회(JNC)에 제출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예정된 고혈압진료 가이드라인의 개정작업(JNC-VII의 작성)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차 엔드포인트 일부서 이뇨제 효과 우수

ALLHAT는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버진군도 등에서 623개 시설이 참가, 1994년 2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실시되었다.

대상은 (1)55세 이상 (2)수축기혈압(SBP)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혈압(DBP) 90mmHg 이상이거나 이미 강압제를 투여받고 있는 환자 (3)고혈압 이외의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심근경색 내지 뇌졸중 경험, 심전도 및 심초음파 검사를 통해 관찰된 좌실비대, 2형 당뇨병의 병력, 흡연, 낮은 HDL-C(콜레스테롤) 등)를 적어도 1가지 이상 갖고 있다-의 3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

총대상수는 4만 2,448례. 이 중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36%, 히스패닉이 19%포함됐으며, 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57%, 여성이 47%, 2형 당뇨병 합병례가 36%를 차지했다.

시험 디자인은 전체 대상을 이뇨제인 클로르탈리돈(chlorthalidone), Ca길항제 암로디핀(amlodipine), ACE억제제 리시노프릴(lisinopril), α차단제 독사조신(doxazosin)으로 각각 치료하는 군으로 무작위 분류하여 평균 4.9년간 추적했다.

이 기간동안 강압효과, 심혈관 이벤트 억제효과, 안전성을 비교했다. 한편 doxazosin군에 대해서는 중간 분석에서 심부전의 발병이 높다고 판명돼 시험이 중지됐다.

또한 LDL-C(콜레스테롤) 수치가 120~180mg/dL(관상동맥질환 기왕자는 100~129mg/dL)인 경우에 는 강압제 외에 추가로 HMG-CoA환원효소억제제(스타틴)인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을 추가 투여하는 군과 통상 치료군으로 무작위 분류하고 오픈라벨로 평균 4.8년간 추적, 전체 사망과 관상동맥 이벤트 발생률을 평가했다.

1차 엔드포인트인 치사적 관상동맥질환 및 비치사적 심근경색의 발병률은 chlorthalidone군 11.5%, amlodipine군 11.3%, lisinopril군 11.4%였다. amlodipine군과 chlorthalidone군, lisinopril군과 chlorthalidone군은 모두 발병 억제효과에 유의차는 없었다.

2차 엔드 포인트로는 (1)전체 사망 (2)뇌졸중 (3)전체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울혈성심부전, 말초동맥질환) (4)전체 관상동맥질환 (5)말기신장 질환―등의 발병률이 3개군에서 비교되었다.

amlodipine군과 chlorthalidone군의 비교에서는 2차 엔드포인트 어디에서도 유의차는 없었다. 다만 (3)전체 심혈관질환 중 심부전에 관해서는 amlodipine군은 chlorthalidone군에 비해 발병률이 38%로 유의하게 높았다.

한편, lisinopril군과 chlorthalidone군의 비교에서는 2차 엔드포인트 중 (2)뇌졸중의 발병률이 lisinopril군에서 15%유의하게 높았다. 또 (3)전체 심혈관질환의 발병률도 lisinopril군이 10% 높고 유의차가 나타났다. 특히 심부전에 관해서는 lisinopril군은 chlorthalidone군에 비해 발병률이 19% 유의하게 높았다. ACE억제제에는 강압을 매개하지 않는 장기보호작용이 있다고 보고됐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그 사실을 증명할 만한 성적은 얻을 수 없었다.

3개군 최대 강압결과

강압 효과에 관해서는 치료전의 평균혈압은 SBP, DBP 모두 3개군간에 유의차는 없었다.

치료 후의 평균혈압은 chlorthalidone군 133.9/75.4mmHg, amlodipine군 134.7/74.6mmHg, lisinopril군 135.9/75.4mmHg였다.

이를 각 군에서 비교한 결과, amlodipine군은 chlorthalidone군보다 SBP가 0.8mmHg 높고, DBP는 0.8mmHg 낮아 모두 유의했다. lisinopril군은 chlorthalidone군보다 SBP가 2.0mmHg 높았으나 역시 유의했다.

지질 저하요법의 유용성도 시사

혈압에 관해서는 3개군 모두 이 시험의 강압목표치 140/90mmHg을 넘는 평균 135/75mmHg까지 내려갔는데, 이것은 과거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돌아보아도 가장 낮은 혈압치였다.

Pravastatin를 추가로 투여하는 지질저하요법에서는 LDL-C가 28% 저하했다. 한편 통상 치료군에서는 11%의 저하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체 사망률은 거의 같았으며 관상동맥 이벤트 발생률도 유의차는 없었다.

이 성적은 언뜻 보면 pravastatin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시험에서는 당초 pravastatin 요법이 필요없다고 판단됐던 통상 치료군의 대부분 증례에서 추적기간 동안 pravastatin의 유용성이 인정되어 pravastatin 및 다른 스타틴계 약제로 치료했다. 때문에 통상 치료군과 pravastatin군의 콜레스테롤 저하율의 차이가 줄어들었다. “만약 통상 치료군에 스타틴 치료를 하지 않았으면 아마 pravastatin군과의 콜레스테롤 저하율의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되어 전체 사망률 등의 평가 항목에도 유의차가 나타났을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스타틴을이용한 지질 저하요법의 유용성을 역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NIH는 설명한다.





‘ALLHAT 성적 JNC-VII에 반영돼야’
ALLHAT를 중심으로 실시한 기관은 NIH의 부속기관인 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 소장인 Claude Lenfant씨<사진>는 “ALLHAT의 성적으로 가장 낡은 강압약인 이뇨제가 현재도 강압 치료의 제1 선택제으로서 충분히 유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성적은 JNC(미고혈압합동위원회)에 제출되어 곧 개정될 예정인 고혈압진료 가이드라인 JNC-VII에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