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는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먹기를 거부하는 거식증. 정확히는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이라는 정신장애다. 최근에는 뇌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교토대학 연구팀은 거식증 여성환자와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뇌영상연구 결과 거식증 정도에 비례해 뇌 회백질 크기가 줄어든다고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회백질 크기 감소가 거식증 진단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거식증 발생률은 사춘기의 0.5~1%이며 여성이 남성의 약 10~20배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발병 초기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마른 체형이면서도 건강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진단도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평가할 수 있는 생체지표 개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발표된 거식증 환자의 뇌MRI 연구에 따르면 여러 뇌부위의 뇌피질두께 와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거식증과 뇌의 형태 이상이 관련한다고 생각돼 왔다. 하지만 중증도와 검사 기관 간 오차 등은 여전하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정신질환 분류와 진단 지침(DSM-5) 기준으로 진단된 거식증 여성환자 103명. 이들과 나이가 일치하는 건강여성 102명을 비교했다. 단 폐쇄공포증, 머리외상, 신경질환 병력, 약물남용, 입원이 필요한 중증례는 제외했다.

거식증 유형에 따라 섭취제한형(anorexia nervosa restricting, ANR) 58명과 과식제거형(anorexia nervosa binge-purging, ANBP)형 45명으로 나누고 비만지수(BMI), 뇌 구조와 기능, 안정시 신경활동 등을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대조군에 비해 거식증군에서 BMI(20.84 대 14.75), 뇌크기(1,119.12mL 대 1,039.96mL)가 유의하게 작았다. 또한 거식증군에서는 회백질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특히 소뇌, 중후부대상회, 보족운동영역, 시상 등에서 뚜렷했다. 

분석 결과, 거식증이 심할 수록 복측전두전영역 및 후부도피질(posterior insula volumes)이 많이 줄어들었으며, ANR형에서는 후부도피질 크기 감소와 정비례했다. ANBP형과 대조군에서는 회백질 크기 감소 및 중증도와 유의하게 관련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대해 연구팀은 "거식증환자 100명 이상의 뇌MRI 데이터로 검증한 다기관공동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뇌의 특정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거식증 진단에 도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