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확보를 위해 의대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정부 입장과는 반대로 의료계는 여전히 별개 사항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이하 의사회)는 10월 22일 열린 16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사고 법적보호 부재 탓이지 의사수 부족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의사회는 "10년간 정원 확대없이 의사가 꾸준히 배출돼 전체 의사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상황 조차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필수의료과목 의사가 부족해졌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정원을 확대하면 필수과 의사가 증가할 것이라는 낙수효과에 매우 부정적이다. 

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늘 소송 부담에 시달리고 근무 환경마저 좋지 않은 필수의료과목은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필수의료강화를 위한 의대증원 강행시 의협과 같은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는 약 250만원. 미국은 2017년 기준 1,500만원, 영국은 약 1,200만원이다. 일본의 분만수가도 우리나라에 비해 5~10배에 이른다.

의료상황이 비슷한 이웃 일본과 비교할 경우 현재 제왕절개 분만비는 현재보다 약 2.4배인 600만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필수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수가를 꼽으면서, '필수의료는 돈'이라고 단언했다.

의사회 김미선 공보이사는 "10억원대의 분만 관련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최근 분만진료를 포기했다"면서 "의사수를 늘리기 보다는 필수의료를 떠나는 의사를 잡는 게 최선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유 의사회장은 "한국의 의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수가를 책정하지 않는 등 거위의 배를 반쯤 갈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동석 전 회장(대한개원의사회장, 서울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의료사고 발생 후 소송에서 판사에 따라 판결기준이 다른 만큼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산부인과 의료사고가 나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장에게도 음주나 마약 등 잘못된 행위를 한 의사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내리면서 합당하고 정당한 수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회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산의회)와 통합에 대해 실천적이고 상식적인 통합을 재차 요구했다. 김 전 회장은 "산의회는 통합의지가 있으면 적극 나서라"면서 "여러가지 조건과 통합의 걸림돌을 제기하고 있지만 의지만 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며 공을 산의회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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