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끝에 존재하는 DNA조각인 텔로미어. 짧아지면 세포노화와 이와 관련한 질환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텔로미어가 길다고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텔로미어 길이에 관여하는 유전자 POT1 변이 보유자와 비보유자를 2년간 추적한 결과, 긴 텔로미어를 가진 POT1변이 보유자에서는 흰머리는 늦게 나오지만 혈액질환인 클론성조혈증(CHIP) 발생률이 67%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텔로미어 관련 유전자 POT1 변이를 가진 5가족 17명과 비보유자인 친족 21명. 그리고 3가족 6명의 변이보유자가 포함된 검증코호트를 설정했다.

POT1 변이보유자 17명 가운데 13명의 텔로미어는 모두 길었다(모두 90퍼센타일 초과). 78~83세 POT1변이보유자 6명에서는 흰머리가 늦게 나왔다고 본인과 가족을 통해 확인됐다.

반면 POT1변이보유자에서는 추적기간에 B세포 림프종 및 T세포 림프종, 골수종양 등이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자도 4명 나왔다. 

변이보유자 가운데 사망자 4명과 평가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12명에 검증코호트의 6명을 추가해 검토한 결과, 18명 중 5명(28%)에서 T세포 클론성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4명은 혈액암에 걸린 적이 없었다.

또한 클론성조혈증 발생률도 POT1변이 비보유자에 비해 보유자에서 유의하게 높고(10% 대 67%), 긴 텔로미어는 클론조혈증의 요인을 유발하고, 나이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POT1변이보유자에 비해 동일 변이를 가진 자녀에서는 암에 걸리는 시기도 수십년 빨라져 세대를 거쳐 증상이 심해지는 표현촉진(genetic anticipation)도 나타났다.

연구를 시작한지 2년 후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하자, POT1변이가 없으면 텔로미어가 짧아진데 비해 변이보유자에서는 텔로미어 길이가 유지됐다. 이는 POT1변이 비보유자의 자녀와 가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젊은 시절 클론성조혈증 발생의 직접 원인인 변이가 발생하고, 길어진 텔로미어가 이 변이세포를 생존에 유리하게 만들어 준 것"이라면서 "텔로미어 단축에 의한 종양억제 메커니즘 상실이 클론조혈증 증식을 촉진시켜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