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인 다낭성간질환을 간이식으로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재근 교수(이식외과)는 61세 다낭성간질환 여성환자를 생체 간이식술로 치료했다고 지난 3월 23일 열린 한국간담췌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HPB Surgery Week 2023, 부산 벡스)에서 발표했다. 

다낭성간질환이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뭉쳐져 물혹처럼 생긴 덩어리가 간 전체에 20개 이상 생기는 희귀병이다. 

정상 성인의 간 무게는 1.2~1.8kg지만 다낭성 간질환이 있으면 물혹이 간에 붙어 10배 이상 증가한다. 물혹은 계속 커져 간 기능을 떨어뜨리고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와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한다.

초기에는 약물로 물혹을 축소시키거나 물혹을 터트려 체액을 빼는 배액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를 압박할 정도로 물혹히 커지고 호흡곤란이나 소화불량 등이 동반될 경우 간이식이 필요하다.

이 여성환자는 식사는 물론 호흡도 어려울 만큼 물혹이 커져 생체 간이식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혈액형은 달랐지만 딸의 간을 이식받기로 하고 이식 후 거부반응을 낮추기 위해 각종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하지만 여러 곳에 생긴 물혹으로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교수팀은 하대정맥을 막고 간을 떼어내는 기존 방식이 아닌 에크모(인공심폐기)로 하대정맥을 심장에 직접 연결했다.

에크모 이용시 도관을 삽입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 손상 위험이 있어 수술 난이도가 높아지지만 환자의 혈관이 약해 기존 방식대로 하대정맥을 막을 경우 혈관 파열로 사망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환자는 지난해 12월에 퇴원했으며 최근 검사에서 이식 간이 정상 기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낭성간질환에서 간이식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게이오의대에서 다낭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환자의 간 무게는 10kg으로, 수술에만 18시간이 걸렸다. 사용한 혈액의 양은 4만 8,800cc였다.

이번 세브란스 환자의 경우 간(12.1kg)가 체중의 25%에 달했지만, 수술은 11시간으로 짧았고 수혈도 200cc 정도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본 최고인 게이오의대와 비교할 때 수술 시간은 40%, 혈액의 양은 99.6% 감소시켰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김덕기 교수(이식외과)는 올해 초 간 무게가 7.7kg인 두 번째 다낭성 간질환 환자 간이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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