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라 고비용, 부작용 우려 가능성
회춘·집중력 향상 등 비치료 분야 많아

전문의약품을 허가 사항이 아닌 영역에 처방하는 사례가 있다. 전문 용어로는 오프라벨(off-label)이라고 하는데, 적응증은 없지만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어 의사의 재량권으로 처방하는 약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약물 가운데 잘 알려진 제품이 보톡스(앨러간사)다. 이 약물의 허가사항은 안검경련이나 사시, 소아마비환자의 강직에 의한 첨족기형에 투여하게 돼 있지만 정작 매출은 주로 눈가주름이나 팔자주름 등 얼굴 주름, 사각턱 개선 등 피부미용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상 보톡스는 피부미용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지 않다.

악성종양 치료제인 아바스틴(로슈사)은 노인실명 치료제로 안과에서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역시 대장암, 유방암, 비소세포성폐암, 신세포암에 적응증을 갖고 있지만 작용 기전상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황반변성 환자에도 투여되고 있다.

호르몬제제에는 디클라제(LG생명과학)를 들 수 있다. 성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회춘약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 약의 본래 용도는 성인의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 하지만 노화방지, 갱년기 개선 등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으로 알려져 처방건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콘서타(얀센사) 등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약물 역시 청소년의 학습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상당량이 처방되고 있으며, 일부 성인들도 복용하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화이자사)는 폐동맥고혈압과 고산병 치료에도 처방되고 있다.

치매치료제인 타나민 주사제(유유)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말초동맥순환장애의 치료, 어지러움, 혈관성 및 퇴행성 이명, 기억력감퇴, 집중력장애 등의 치매성 증상을 동반하는 기질성 뇌기능 장애(치매) 치료 증상이 주 적응증이지만 지방병원에서는 치매예방주사제로 널리 처방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밖에 위궤양 치료제인 싸이토텍(화이자사)은 일부 산부인과에서 분만유도제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처방이 보험이 되지 않아 전액 환자 부담이라는 점이다. 약에 따라 한 달 치료비가 수백만 원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고비용을 들이면서도 아직 임상적으로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아 부작용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보건시민단체는 매년 비정기적으로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월 미FDA자료를 인용해 보톡스가 호흡곤란,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벨로 처방되는 약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프라벨은 아직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아 위험하며 그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 오프라벨 처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측에서는 매출 상승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생각해 부작용 문제에 대해서는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피부미용, 호르몬제제 등 일부 약품은 오프라벨로 인한 매출이 전체 판매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제품 공급사인 제약사가 의사에게 오프라벨 범위의 효과를 강조하는 것만큼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관련 부작용이 생길 경우 이를 관계기관에 보고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