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의 홍보에 여풍이 거세다. 영업과 마케팅에서 여성 채용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이러한 채용패턴이 홍보부에서도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여성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의 홍보팀 수장은 모두 여성이다. 화이자제약을 비롯해 GSK,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MSD, 릴리, 사노피아벤티스, 스티펠, 바이엘, 머크주식회사, 애보트 등 모두 여성이 기업홍보는 물론 제품의 홍보도 이끌어나가고 있다. 유일한 청일점이었던 베링거인겔하임도 올해 초 여성으로 교체됐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수장이 여성이라서 그런지 팀원도 모두 여자다. 최근 채용을 마친 머크주식회사, 노바티스, 바이엘, 릴리, 애보트 등이 모두 여성을 뽑았다. 또 앞으로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 제약사들도 여성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다못해 팀원의 출산휴가로 인해 임시채용하는 인턴과 아르바이트도 여성이라 다국적 제약사는 이른바 ‘금남(禁男)의 집’이 돼버렸다.

이쯤되면 홍보부의 여성 진출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여성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뭘까? 일단 많은 제약사들은 “홍보업무가 여성과 성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릴리의 한 임원은 “하나의 홍보자료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메디칼, 법률검토 등을 거치는 등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데 이런 모든 면을 꼼꼼하게 검토하는데에는 여성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많은 홍보대행업체의 증가도 여성 채용이 늘어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제약사들이 제품 홍보대행을 통해 맺은 관계를 확대에 이들을 회사로 끌어들이는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많은 다국적 제약사 홍보우먼들이 홍보대행사 출신들이다.

제약사들이 여성을 뽑기도 하지만 알아서 여성이 몰리는 이유도 있다. 다국적 제약사는 플렉서블 출퇴근제, 생리휴가, 출산휴가, 양육지원 등 여성이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팀이 여성으로 이뤄지다 보니 단점도 있다.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역시 저녁의 술자리. 미혼이면 그나마 괜찮으나 기혼 여성인 경우 저녁 술자리는 부담이 된다는 것. 하지만 최근 들어 술문화가 바뀌면서 크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내 제약사의 홍보팀을 대표하는 사람은 모두 남자로 대조를 보인다. 여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원이며 그나마 홍보와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 주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