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확보, 업무접근성 본사와 가까워야
신약개발위해 중요성 인식, 최고 시설

국내 제약사들이 중앙연구소를 서울과 수도권으로 속속 이전시키면서 연구소와 공장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과거 많은 제약사들이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땅값 등 지리적 여건을 이유로 공장 옆 건물을 아이디어 본거지로 이용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중앙연구소의 귀경 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은 변화와 혁신 그리고 R&D를 강조하는 제약사들에게 주로 일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중앙연구소의 등급이 본사와 동급이라는 의미다.

선두주자는 올해부터 토종제약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한독약품. 충북 음성의 중앙연구소를 지난 8월 서울로 이전시키면서 중화동 시대를 선언했다. 연구개발의 산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인 만큼 시설도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연구개발에 치중하겠다고 선언한 현대약품도 최근 중앙연구소를 천안에서 서울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로 이전했다. 아울러 24시간 연구체제를 갖추고 연구집약적 회사로 바꿔가고 있다. 이곳에는 정우제약, 건일제약, 부광약품도 입주를 마쳐 활발한 연구경쟁도 이뤄지고 있다.

작은 제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아쿠아폴 주사제를 출시해 주목을 받고 있는 대원제약도 지난 6월 중앙연구소를 경기도 화성에서 경기바이오센터로, 비씨월드제약도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R&D 센터 서울 분소를 마련하는 등 탈지방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동제약은 현재 용인에 위치한 중앙연구소를 내년 상반기중으로 서울서 가까운 화성 동탄으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연구소 이전을 검토 중인 곳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비싼 땅값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간 중앙연구소를 다시 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이유는 지방에서 우수한 연구 인력을 찾는게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연구원 인력 수급문제는 심각하다. 연구소가 지방에 있다 보니 일반 연구원은 물론 합성, 부형제 전문가, 약물전달기술 전문가들 확보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한다.

또다른 이유로는 산학연 공동연구가 서울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처기업과의 연계, 각종 연구자 세미나, 임상실험 등이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방 근무자로는 정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한 제약사 중앙연구소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연구(연구원)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이전을 결심하는 것 같다”면서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해당 기업들의 신약개발 소식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