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국대병원으로 옮긴 송명근 교수.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의 의사가 신설 병원으로 이적한데 대해 세간에서는 무슨 파격적인 조건을 받았으니까 옮긴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송 교수의 공식적인 첫 출근날인 10월 1일 가진 기자인터뷰에서 그 말이 사실로 드러났다. 병원장에 준하는 위치와 보수, 그리고 국내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심장클리닉을 제공하는 등 항간의 떠돌던 설(說)보다 더욱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송명근 교수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송 교수의 인터뷰 첫마디는 최근 건대병원으로 옮긴 스타급 교수와 비슷했다. “사는 곳이 이 근처라 건국대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한번도 온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와보니까 위치도 좋고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른 교수와 차이점은 병원 위치만큼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건국대병원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건대병원이 갖고 있는 지리적 위치와 연구환경, 그리고 재단의 파격적인 지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건대병원측이 제시한 다른 조건도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이사장님과 총장님의 제안 중 연구환경 조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병원 수입에는 신경 쓰지 않게 하고 오로지 연구와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이 가장 좋았어요.”

신생 병원이 스타급 교수를 데려 온 이유 중 하나가 초기 투자비를 뽑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을 의식한 듯 송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스카우트의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처음에는 병원장 직을 제시했어요. 싫지는 않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환자 곁에서 영원히 치료에 전념하는 일이라고 했더니 병원장 직에 준하는 자리를 제안했어요.” 사안이 있을 경우에는 병원장과 이사장에 보고를 하지만 병원 전체의 행정만 관장하지 않을 뿐 병원장과 맞먹는 위치다.

송 교수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학자의 이름을 붙인 ‘건국대병원 송명근 심장클리닉’이라는 병원을 맡게 됐다. 게다가 독립채산제로 의료기기의 구입, 병원비 수입 등 병원 운영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

송 교수가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을 받을 만한, 아니 받아야 할 세계적 학자라는 사실은 송 교수의 이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날렸던 송 교수의 국내 첫작품은 부천세종병원이다. 이 병원으로 옮기면서 세계최고의 심장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교수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것도 일찌감치.

당시 부천세종병원은 수도권에 위치한데다 규모도 작고 알려지지도 않았던 병원이었만 송 교수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한해 100건에 불과했던 심장수술을 700건으로 7배나 성장시키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현재도 부천세종병원은 심장클리닉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곳으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송 교수는 이어 89년에 서울아산병원(당시 서울중앙병원)으로 옮겨 두 번째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를 회고하는 송교수의 말. “지금은 많은 건물이 들어서고 주변 환경도 조성됐지만 당시 서울아산병원은 황량한 벌판에 달랑 건물한 하나 있었어요. 인턴도 없어서 혼자서 당직을 서가면서 환자를 진료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송 교수는 92년 국내 최초로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했으며 그 이후 초저체온 대동맥수술, 신장과 심장 동시 이식, 대동맥 판막 성형술 등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는 등 서울아산병원의 성장 곡선과 일치한다.

이처럼 자식처럼 키운 병원을 떠난 이유가 궁금했다. “몸집이 커지면 의사결정도 느려지고 나아가 환경도 나빠지죠. 또한 외국의 경우 같은 땅에 연달아 타워(교수는 병원건물을 타워라고 말했다)를 세우는 곳은 없습니다. 환자 교류와 교통혼잡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우회적으로 초창기와 지금의 서울아산병원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건대병원은 독립적인 타워를 세울 때 반드시 주변에 녹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교수는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건 심장클리닉의 향후 운영 방침에 대해 물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독립된 단일 건물에 입주할 예정입니다. 이 건물은 약 3년 후에 세워질 예정인데요. 현재는 환자수가 많지 않아서 단일 건물에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단일 건물로 이사하면 병원내에 마취과, 내과 등 심장클리닉과관련한 모든 과가 들어옵니다. 아울러 생명공학 분야와 공동연구를 통해 의료기기 등을 개발해 외국에도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3년내에는 한국 최고의 심장클리닉, 10년내에는 3대 심장센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그는 또 “제 이름을 건 심장클리닉의 목표는 다른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중증심질환자나 재수술환자, 응급환자 등을 치료하는데 두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4차, 5차 병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를 위해 24시간 대기상태 체제를 갖춰놓았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문의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010-7448-3030이라는 핫라인을 개설해 적어도 10분내에 송 교수와 연결이 가능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심장클리닉의 독립채산제 운영에 대해 물었다. “건대병원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립채산제라 의료스태프에 인센티브도 지급할 생각입니다.” 우수한 의료진에게는 그만큼의 혜택을 준다는 송 교수의 운영방침을 엿볼 수 있다.

평소 말 잘하고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송 교수가 건대병원의 너무 장점만 늘어놓는데 대해 기자가 약간의 장난을 쳤다. “독립채산제라 만일 병원수입이 모자라 적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보전하시겠느냐”고 묻자 송 교수는 “적자는 없습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간단 명료한 송 교수의 말에서 심장클리닉의 성공은 이미 결정됐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