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백신 등 경쟁품 출시로 독점불가능
자궁경부암백신은 출시전부터 치열경쟁

경쟁품목이 없거나 많아야 한 두 개 정도에 불과했던 백신시장에 잇따른 경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백신분야의 절대강자’라는 말은 유명무실해졌다. 시장 역시 서서히 다분화될 조짐이다.

이러한 백신은 주로 보험이 되는 MMR, DTP 백신와 같은 전통적 백신이 아닌 비급여인 A형간염 백신이나 뇌수막염백신, 암예방 백신, 신종 다가(多價)백신, 장염백신 등이다.

그동안 묵묵히 개발에 전념해왔던 국내외 제약사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제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은 A형 간염 백신. 현재 A형 백신시장은 GSK의 하브릭스와 한국MSD의 박타주가 7:3을 차지하며 시장을 양분하는 등 제약시장의 보기드문 무풍지대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베르나바이오텍이 이팍살베르나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사노피파스퇴르가 아박심을 출시하면서 짭짤한 재미에 제동을 걸었다. A형 백신은 시장 규모는 100억원 대지만 계속 커지고 있어 백신계의 노른자위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체제에 돌입한 백신시장은 또 있다. 일명 히브 백신이라는 뇌수막염백신 시장이 바로 그것. 약 2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도 최근 SK케미칼이 프리필드 시린지형으로 제조된 퍼스트힙(노바티스)을 출시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히베릭스(GSK), 페드힙(MSD) 등의 제품들이 안정적인 매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약물 출시 전부터 경쟁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과 소아 장염백신은 현재 한국MSD가 가다실과 로타텍으로 출시했지만, 이에 질세라 조만간 GSK가 서바릭스와 로타릭스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여 한국MSD는 ‘최초 출시’라는 타이틀만 가질 뿐 이로 인한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곧바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야 하는 처지다.

다른 백신들도 조만간 새로운 제품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백신도 ‘나 떨고있니’를 말해야 하는 처지다. 폐구균백신인 프리베나의 경쟁품이 조만간 GSK에서 출시될 예정이며, GSK가 내년에 선보일 DTP+소아마비 예방기능이 합쳐진 콤보백신도 베르나, 사노피 등에서 개발중이다.

이러한 경쟁으로 피곤해야 할 업계는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경쟁으로 인한 빠른 성장보다는 단시간에 시장을 확대할 수 있어 향후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장점을 주기 때문이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백신은 대부분 보험이 안되기 때문에 다른 약물보다 홍보가 중요하지만 제약사별로 따로 홍보하기에는 부담이 큰 편이다. 따라서 경쟁품이 출시되면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