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같은 성분의 고혈압치료제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몇 약물들이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독특한 개성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자식들이라도 성격과 개성이 다른 것처럼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선택 또한 한없이 다양해질 조짐이다.

이러한 약물 가운데 노바티스가 공급하는 엑스포지는 최신 고혈압 약물인 Ca길항제 암로디핀과 ARB 발살탄의 장점만을 골라내 합친 약으로 사람으로 치면 좋은 성격만 가진 셋 째격이다. 든든한 맏형이 가진 안전한 혈압강압능력과 둘째가 가진 장기보호효과가 특징이다.

같은 Ca길항제라도 암로디핀과는 달리 다른 약물과의 합병이 아니라 독자노선을 통해 매출을 높이는 약물도 있다.

최근 안국약품, 한림제약이 판매 중인 카이랄 드럭인 레보텐션과 로디엔(모두 성분명은 암로디핀)이 그것이다. 이들 약물은 S-이성체와 R-이성체로 구성돼 있는 암로디핀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S-이성체를 떼어내 부작용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효과는 높이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안국약품이 화이자와의 소송에서 판정승함으로써 이성질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수용체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으로 나름의 독자노선을 걷는 약물도 있다. 동화약품공업은 최근 실니디핀 성분의 실리롱을 출시했다.

이 약은 형님격인 L형 채널 차단제인 시나롱(보령제약)을 개량하여 L형 뿐만 아니라 N형 채널까지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 기술(dual action)을 갖추는 등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교감신경 흥분에 의한 반사성 빈맥이나 심박수 증가를 없애준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낮춰 효과를 높인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가진 약으로 녹십자의 핀테(성분명 에포니디핀)가 있다. 제3세대 칼슘길항제인 이 약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L형과 T형의 칼슘 채널을 동시에 차단하는 제제다. 최근 일본에서는 T형 채널을 차단시키자 혈관내피기능과 좌심실비대(LVH)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보고되면서 순풍에 돛을 달았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약의 단점을 보완하는 약들이 최근 각광받으면서 연이은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제품으로는 출시는 미정이지만 아모디핀과 로살탄 성분의 병합제가 1순위로 알려져 있다.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가진 약물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고혈압의 원인인 레닌(효소)에 직접 작용하는 라실레즈가 노바티스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기존 약보다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디오반에 이어 노바티스의 차세대 효자로 낙점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병합제나 기존 약물의 메커니즘을 개량한 약물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선택을 위한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