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등재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체계로 일단 보험약제를 등록하기만 하면 일정 부분 매출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의사의 처방이 전제돼야 하지만 등재만 목적으로 한 품목이 아니고서야 영업을 하지 않은 제약사는 없다.

정부가 약값을 보장해주는 만큼 등재과정은 까다롭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해 전투에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이 전투에 지친 것인지 최근 들어 당당하게 비급여 선언을 외치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 등재될 때까지 제품 출시를 연기시키던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 한국릴리의 포스테오가 보험급여 등재에 실패하면서 비급여 진출을 선언했다. 이 약은 골소실을 감소시키는 기존 약들과는 달리 골생성 효과를 갖고 있어 출시 전부터 주목을 끌었으나 가격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비급여로 전환된 경우다.

이보다 앞서 비급여 선언을 한 제품이 있다. 전이성대장암 치료제인 아바스틴과 얼비툭스를 보유한 로슈와 머크 세로노도 보험등재에 실패하자 과감하게 비급여 전략으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애초부터 비급여 제품을 내놓는 회사도 늘고 있다. 화이자의 전문금연치료제 챔픽스, 한국MSD의 자궁경부암 백신치료제인 가다실, 바이엘의 응급피임약인 포스티노 원이 그것이다.

얼마전 세비보의 보험급여 통보를 받지 못한 노바티스도 비급여 출시를 결정할지 주목된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보험급여에 목매지 않고 비급여 출시를 결정하거나 처음부터 비급여품목을 내놓는 것은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제품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약효를 최대 강점으로 하여 밀착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 저절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게 이들의 속셈이다.

이미지 관리차원에서 내놓는 이유도 있다. 갈수록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출시가 줄어드는 가운데 보험등재에 실패했다고 제품마저 선보이지 않으면 존재 이미지마저 약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출 증가를 위한 요소로 비급여만큼 좋은게 없다는 판단도 무시못할 이유다. 특히 금연약, 비만약, 피임약들은 마케팅 전략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 나는 만큼 좋은 아이템이라는게 회사들의 설명이다.

어찌됐건 현재의 관심사는 비급여 품목의 성공여부다. 대부분의 품목들이 지난해 말 또는 올해부터 판매에 들어간 초기 상태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내년부터는 전략의 성패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업계는 자못 궁금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