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에서 임상질지표 도입이 최근 병원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질지표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돼야 하며 유효한 평가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임상질지표 평가에 앞서 이러한 문제점부터 해결할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이번 평가도 ‘병원간 순위 매기기’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개최된 한국의료QA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병원계의 이러한 우려가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한국의료QA학회는 중환자실·수술 감염 예방·폐렴 영역에서의 임상질지표 의미와 적용 사례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각 영역별 임상질지표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발표한 연자들은 공통적으로 임상질지표 평가 항목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국내 의료환경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 외국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진료지침이지만 국내 환자들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임상연구 자료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중환자관리실장(호흡기내과)은 중환자실 영역 임상질지표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발표하며 “중환자 영역 임상질지표 평가 항목에 관련된 약물들조차 의료보험에서는 급여 인정을 않고 있다”고 국내 의료환경의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은 중환자전문의 제도와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규정돼있다”며 “이에 비해 중환자전문의 제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담의사는 매우 적은 우리의 경우에는 질지표들의 환자 적용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환자진료 시스템의 실패로 중요한 진료지침들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

고 중환자관리실장은 “중환자실의 표준화, 중환자세부전문의 제도, 보험급여의 진료원가 보상 과 구갠 의료환경에 알맞은 진료지침이 개발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임상질지표 평가는 본래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술 감염 예방 영역 임상질지표의 임상적 의미를 발표한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감염내과)도 국내에서 수행된 임상연구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평가의 문제점으로 꼽으며 “미국은 관련 학회의 가이드라인이 먼저 나오고 이를 참고해 평가 기준이 제시되는데 평가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 날 학술대회에는 약 1300명이 참석, 임상질지표 평가 및 QA에 대한 각 병원들의 높은 관심이 확인됐다.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