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김 모 씨는 지난 수년간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매번 혈압측정을 해보면 들쭉날쭉 이다. 즉, 혈압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때에 맞춰 약도 잘 먹고 있고 정기적인 운동도 하고 있어 원인도 찾아내기 어렵다.

이상해서 종합병원을 찾아가니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병원 측은 유전형과 약물반응을 해본 결과를 토대로 김 모 씨에게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이 환자에게 잘 맞지 않고 부작용도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같은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이 달리 나타나는 이유는 환자별 유전자에 따라 잘 맞는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모 씨의 경우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잘 맞지 않는 경우다. 따라서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별 맞춤약물요법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수행중이다. 당장 지난해 고혈압약인 카르베딜롤의 안전한 사용을 위하여 유전형에 따른 약물사용 정보를 허가사항에 반영했다.

연구에 따르면 카르베딜롤 성분의 고혈압약의 경우 약 27%정도 환자에서 대사효소 활성이 현저히 낮아 해당 약물을 대사시킬 능력이 아주 적은 ‘PM (poor metabolizer)’으로 나타났다. 즉 10명중 7명정도는 약에 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식약청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한 사람에게 약효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다 약효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연구를 통하여 환자 개개인에게 알맞은 약물요법을 찾아내는 것이 맞춤약물요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생체이용률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고혈압약물과 같이 장기간 복용해야 되는 약물은 지나치게 높은 생체이용률이 약물의 체내 축적을 발생시켜 원하지 않는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약제를 처방함에 있어서 한 가지 약제를 고집하는 것보다 다양한 약제로 인한 치료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데 있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약물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의약품개발단계에서부터 연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미 FDA에서는 약물유전체자료제출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관련된 연구와 의약품 표시 사항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식약청은 약물유전체, 단백체 및 대사체 연구결과 활용을 위한 지침제정을 통해 우리 국민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의약품평가방법 개발 및 유전적 분포도 파악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청측은 “유전형에 따른 약물사용정보의 허가사항 반영 조치는 환자가 반드시 유전형을 검사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할 때 과도한 약물반응이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는 약물대사효소의 활성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약 보다는 다른 약의 처방을 고려하는데 귀중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