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장설사 예방백신 ‘승부’
제약계 “드문 경쟁전에 볼거리 많을 것”

백신 시장을 놓고 한국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과 한국MSD의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와 내년에 똑같은 자궁경부암 백신과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선공(先攻) 전략을 내세우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GSK와 MSD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학회를 중심으로 질환 알리기 행사를 통해 사실상의 프리마케팅을 해 왔다. 그리고 미디어 간담회 등을 개최하는 등 장군멍군 식의 물밑 경쟁도 전개해 왔다. 올해 출시일이 가까워지면서 이러한 경쟁은 수면위 전면전 양상을 보이면서 기싸움의 수위는 끝을 모르고 높아지는 분위기다.

선제 공격은 GSK가 날렸다. 최근 파격적으로 공중파 CF를 통해 시장의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 수십억의 광고비용을 투입하면서 회사측이 얻고자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GSK는 백신회사’임을 각인시키는 효과. 아예 백신전문회사라는 이미지를 뇌리에 심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선제공격도 좋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만, GSK측의 내부 사정을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현재 허가 진행상황상 한국MSD의 제품이 먼저 나올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先)출시에 따른 시장점유율의 판도 변화에 대해서는 GSK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출시는 늦지만 이후 시장에서 밀리기 않겠다는 후일도모의 깊은(?) 뜻이 내포돼 있다.

한국MSD도 이에 질세라 맞불 작전을 놓고 있다. MSD는 ‘소낙비는 일단 피하라’는 전략이다. 즉 비용이 많이 드는 공중파 CF 대신 돈이 덜 드는 ‘구전효과’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백신의 주 대상층이 신세대 엄마들인 만큼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궁경부암과 로타바이러스질환 사이트를 개설, 메일을 통해 대대적인 입소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하루빨리 제품이 출시되기만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GSK 광고가 장기화될 경우 이에 대한 영향력은 제품출시 시기의 프리미엄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선의 공격법은 빠른 시장진출 뿐이라는게 MSD측의 결론이다.

GSK는 현재 백신 광고에 이어 추가 광고를 제작, 임전무퇴(臨戰無退) 전략을 세운 상황이며 MSD측은 빗발치는 CF광고 공세를 피하다가 올 하반기에 제품 출시에 맞춰 본격적인 제품 설명회를 갖겠다는 전략으로 불꽃튀는 경쟁전을 예고하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제약사들이 성인병 및 암 치료제를 경쟁적으로 선보인 적은 있었으나, 백신처럼 국내임상을 거쳐야 허가가 나오는 품목을 두 대형 제약사들이 동시에 준비하기는 처음”이라며 “숙명적인 대결에 양쪽 회사의 마케팅 경쟁전이 볼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