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용량을 늘이면 효과가 커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나오는 의약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드물지만 함량과 효과의 비례관계를 깨는 약들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약들은 적은 용량으로도 우수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약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일부 계열에 불과하다. 현재는 바이러스 계열 치료제나 신경계 약물에서 조금 찾아볼 수 있는 정도. 그 이유는 질환특성상 타 질환보다 더 높은 약물효과가 필요한 반면 부작용은 적어야하기 때문이다.

함량을 줄이면 장점은 또 있다. 순응도과 내약성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약이 작아지다보니 포장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新제법기술이 계속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출시된 B형간염 치료제인 바라크루드는 이런 기술을 적용,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줄어든 0.5mg으로 제조됐다. 내성환자에 사용되는 약도 1mg으로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높아졌으며 내성과 부작용은 낮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3년간 코호트 분석을 통해서 입증된 바 있다.

또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도 멜트렉스기술을 적용, 기존의 캡슐형에서 정제형으로 바꾸면서 복용약물 개수를 대폭 감소시켰다. 보통 6알(1500mg)이상의 알약을 복용해야하지만 이 제품으로 4알(1000mg) 이하로 복용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약제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난용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 회사로서는 가장 큰 수확이다.

용량을 줄인 제품은 신경계 치료제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파킨슨병과 하지불안증 치료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미라펙스도 신공법을 통해 기존 제품군보다 2~5배 이상 낮춘 제품인데 최근 종료된 위약대비 임상에서 추가 효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 울트라셋도 주성분을 절반으로 줄여 효과와 내약성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였다는 임상결과를 통해 허가를 획득했다.

드물지만 최근에는 고혈압 치료제도 함량을 반으로 줄인 제품도 나오고 있다. 암로디핀 성분의 레보텐션과 로디엔은 이성질체 분리기술을 적용,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5mg의 절반용량으로 동등한 강압효과를 발휘하면서도 부작용은 감소시킨 제품이다.

한 제약사 연구원은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제약사들이 저용량 제법/공법기술에 몰두 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나오는 약들의 상당수는 저용량이 많아질 것이며 이로 인한 약물순응도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