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만성 폐색성 폐질환)환자들 대부분이 “죽을 힘도 없어 마지 못해 산다”고 호소하는 등 삶의 질이 상당히 저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송정섭 이사장)가 ‘제4회 폐의 날’을 맞아 전국 51개 병원에서 300명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 저하에 대한 조사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학회는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경증 환자 69명, 중등증 75명, 중증 96명, 고도 중증 60명 등으로 병기별로 환자들을 나눠 인터뷰했다. 조사 결과 환자들의 심리적·육체적·사회적인 삶의 질 모두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병세의 악화가 삶의 질 저하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OPD 환자의 40%가 ‘숨이 막힐까 봐 무섭고 공포를 느낀다’고 했으며, 46.3%는 자신의 호흡기 문제에 대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걷거나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것(58.7%)은 물론 세수나 옷 입기도 힘든 경우(36.3%)도 많았다.

특히 30.3%는 ‘숨이 차고 기침이 나서 남들 앞에 나서기 힘들다’고 했으며 고도중증환자 3명 중 1명은 COPD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나 사회생활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COPD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흡연. 학계에서는 80~90%가 흡연 때문에 COPD를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고, 이번 조사에서도 82.6%가 흡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흡연한 COPD 환자의 부모 중 한쪽이 흡연을 한 경우(74.2%)는 금연한 COPD 환자에 비해 20.4%나 높게 나타났다. 즉 부모의 흡연이 자녀의 COPD 발생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COPD가 중하층 및 빈곤층 등 약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63.7%가 가계연소득이 2,200만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돼 COPD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김영환 정보이사(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 환자 중에는 죽을 힘도 없어 마지 못해 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COPD는 폐암보다도 고통스러운 질환이지만,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폐 기능이 손상되기 전에 빠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COPD의 질환 특성과 한국의 사회적 흐름간 비교를 통해, 향후 COPD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고, COPD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금연 정책의 강화, COPD 환자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