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사들이 약물개발이 아닌 생필품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대형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품목도 콘돔, 생리대, 일반음료, 숙취해소제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따라 기존 생필품 제조 회사들은 이제 ‘밥그릇 챙기기 노력’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이 이처럼 생필품 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그 가능성은 현대약품 ‘미에로화이바’와 CJ ‘컨디션 광동제약 ‘비타500’이 입증한 바 있어 외도(?)가 제약경기의 침체를 타개할 대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약은 계속 판매하면서 중간중간에 생필품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아무 제품이나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웰빙’이라는 코드에 맞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약사 이미지에 걸맞는 건강 관련 제품이 대다수다. 이렇다 보니 기능성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한미약품의 콘돔 출시는 그 대표적인 예다. 연간 매출액이 3,700억이 넘는 한미약품이 30억 원에 불과한 기능성 콘돔시장을 진출한 것 자체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제품은 조루방지 기능성 콘돔인 ‘파워텍스’로 콘돔내부에 성기의 촉감도를 낮추는 벤조카인 성분의 겔이 들어있다. 개당 약 2천원으로 비싸지만 남성들의 반응이 좋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천억원 규모의 생리대 시장을 노리는 일동제약도 마찬가지다. P&G, 대한펄프 등 이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으면서도 진출하는 이유는 웰빙시대에 따른 소비자 변화다. 올해 초 출시된 나트라케어는 100% 유기농 순면 및 스칸디나비아산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기존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과 차별화시킨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능성 음료는 하루가 멀게 새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 특히 이 시장은 제약회사간의 경쟁이 시작된 지 오래다. 컨디션과 여명808이 주도하던 숙취해소시장에 동아제약 ‘모닝케어’와 경남제약 ‘숙취보감’이 가세하면서 춘추전국시대다. 특히 경남측은 23년간 비타민 제제의 절대 강자였던 만큼 회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숙취해소음료의 판도 역시 뒤바꾸겠다고 선언해 향후 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존 회사도 가만있지 않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2의 비타500으로 일반음료인 차 시장에 ‘광동 옥수수 수염차’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울러 화장품 시장에 까지 진출할 계획으로 있다. 영진약품도 ‘코큐텐’음료에 이어 아토네이처와 코큐텐이 함유된 화장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제약회사의 행태에 대해 본업을 외면한채 수익만을 좇는게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콘돔, 생리대, 기능성음료, 화장품 분야에 쉽게 뛰어들 수 있고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약국 등 기존 판로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하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얻은 수익으로 공장 증설 및 신약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인 경우가 많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